[뷰어스=남우정 기자]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제2의 '서치'가 될 수 있을까.
오는 25일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국내에서도 개봉한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지난 8월 개봉해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작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2억 2663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제작비의 7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고 지난 10년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 중에서 최고 흥행을 거둔 영화로 기록됐다. 벌써 속편 제작이 확정됐다.
2013년 케빈 콴이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뉴욕에서 경제학 교수로 활동하는 중국계 미국인 여주인공이 남자친구의 초대로 그의 고향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그들의 가족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평범한 줄 알았던 남자친구의 집안이 싱가포르에서 최고로 잘 사는 부부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후 가족들과 겪는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특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데렐라 스토리'로 화려한 부자들의 세계를 통해서 새로운 볼거리까지 선사해 호평을 얻었다.
새롭지 않은 스토리임에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성공했다. 그리고 그 성공의 의미는 남다르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작품이나 출연진 100%가 모두 아시아계 배우다. 주인공 대만계 미국 배우인 콘스탄스 우를 비롯해 싱가포르, 홍콩, 필리핀 등 다양한 국적의 배우들이 등장한다. 홍콩 영화에서 자주 보던 양자경이 남자친구의 어머니 역으로 출연하고 한국계로는 영화 ‘오션스8’에도 출연했던 래퍼 이콰피나와 의사 출신 배우 켄 정이 출연한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의 출연진이 100% 아시안 캐스팅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1993년 ‘조이 럭 클럽’ 이후 25년 만이다.
그간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아인이 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조연, 단역으로 출연하거나 괴짜 천재, 수학자, 닌자 등으로 묘사됐다. 백인 캐릭터가 아님에도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화이트 워싱(Whitewashing) 문제도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할리우드의 변화가 눈에 띄고 있다. 지난해 ‘블랙팬서’를 비롯해 영화 ‘서치’, 드라마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등 유색 인종들이 중심을 이룬 작품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고 흥행성까지 인정을 받고 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역시 동양인 캐릭터의 선입견을 벗겨내면서도 상업적으로도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일단 국내에서도 최근 아시아계 배우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개봉한 한국계 배우 존 조가 출연한 ‘서치’는 대형 한국영화들을 제치고 대박을 터트렸다. 약 29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 복병으로 떠오른 것. 그 인기에 힘을 입어 존 조는 10월 내한해 한국 관객들과 만남을 가졌다. ‘서치’는 한국계 미국인 가족이 영화의 주인공이었다. 할리우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설정이지만 기발한 소재와 이야기가 관객들의 입소문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가수 에릭남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취지에 공감하며 자체적으로 이벤트를 열어 국내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에릭남은 미국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개봉 당시에 자신의 고향 미국 애틀랜타의 한 극장표 전석을 통째로 구매해 무료 관람 이벤트를 연 바 있다. 이 이벤트를 한국에서도 진행하며 관객들의 관심을 이어갔다. 할리우드의 벽을 깬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국내에서도 그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