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ENM)   [뷰어스=손예지 기자] “지난 일주일, 씻은 시간·먹은 시간·취침 시간 모두 합쳐도 총 거주기간은 18시간… 이게 집인가?” 올리브 드라마 ‘은주의 방’ 1회에 나온 은주(류혜영)의 내레이션이다.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던 은주에게는 야근이 일상이었고 때문에 그의 자취방은 그저 ‘잠 잘 공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그가 과감히 회사를 때려 치우면서 변화는 시작됐다. 바쁘다는 이유로 돌보지 못했던 ‘은주의 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이에 은주는 오랜 기간 동거해온 곰팡이와 작별하고 방 한 편을 가득 채웠던 철 지난 옷과 잡동사니들도 놓아주게 됐다.  동명 웹툰을 드라마로 각색한 ‘은주의 방’은 이처럼 은주가 달라지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마치 나의 이야기를 보는 듯 마음에 와 닿는다. 비록 주 1회, 그것도 오후 11시 심야 시간대 편성돼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은주의 방’이 ‘힐링 드라마’라 평가받으며 호응을 얻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 류혜영은 “나도 은주를 연기하면서 힐링을 많이 받는다”며 “캐스팅되기 전까지 배우도 취업준비생의 입장이기 때문에 은주에게 공감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은주의 방’ 라운드 인터뷰에서다. 비단 류혜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리에 함께한 김재영·윤지온·박지현 등의 배우들과 연출의 장정도·소재현 PD도 ‘은주의 방’이 가진 힘으로 ‘공감’을 꼽았다. “이 드라마를 선택한 계기가 된 대사가 있는데 2회에서 민석이가 은주에게 ‘너 이렇게 살면 안 된다. 정신 차려’라고 했을 때요. 은주가 ‘나도 나름 열심히 살고 있어. 하루는 열심히 살아보고 하루는 아무 것도 안남는 열심히가 싫어서 아무 것도 안해보고’ 이렇게 답하거든요. 겉으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여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은주에게 공감했습니다(류혜영)” “나만의 공간이 없다는 점에서 나도 은주와 같은 심정이에요. 공간을 뺏겼다가 생겼다가 하는 게 인생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20~30대는 물론 40~50대도 공감할 수 있는 게 ‘은주의 방’ 같아요. 은주가 자신의 공간을 찾아가며 느끼는 행복에 공감해주는 것 같고요(장정도 PD)” (사진=CJ ENM)   ■ “은주, 그 자체” 류혜영의 열연 비결 ‘은주의 방’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주인공 은주의 분량이 압도적이다. 이에 은주를 연기하는 류혜영이 이끌어가야 할 몫이 상당하다. 실제로 류혜영은 은주, 그 자체가 된 듯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와 적재적소에 과하지 않게 터지는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돕는다. 그 배경에는 류혜영의 실제 경험이 녹았다. ‘은주의 방’은 류혜영이 tvN ‘응답하라 1988’ 이후 3년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다. ‘응답하라 1988’ 당시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 배우로 크게 주목받은 만큼 다작(多作) 행보를 보이리라 예상했으나 공백이 꽤 길었다. 하지만 정작 류혜영은 “길다고 생각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죠. 그래서 은주를 보며 ‘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세대 친구들이 다들 이런 고민을 하고 지낸다는 걸 느낀 거죠. ‘은주의 방’이 내 마음을 알아준다는 데서 치유를 받기도 했고요. 쉬는 동안에는 좋은 작품을 기다렸어요.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작품’에 부합하는 작품이요. ‘응답하라 1988’이라는 큰 작품과 지난해 영화 ‘특별시민’이라는 어려운 작품에 출연하고 나서 내면적으로 성장한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공백이 필요했어요. 나의 관심을 스스로에게 돌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류혜영)” 자극적인 설정이나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흐르는 ‘은주의 방’은 류혜영 기준 ‘좋은’ 작품이다. 그렇기에 그가 작품에 갖는 애정도 남다르다. 이에 ‘은주의 방’ 방송이 끝난 뒤 인테리어 꿀팁을 전하는 에필로그 기획에도 류혜영이 직접 참여했다. “에필로그를 어떻게 찍을지 완벽히 구상된 상태가 아니라 내가 의견을 많이 냈죠. 고맙게도 PD님이 재밌다며 반영해줬어요. 그랬더니 방송에는 기획과 감독에 내 이름이 올랐더라고요(류혜영)” “혜영 씨랑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나는 재미 코드를 가미해서 꿀팁을 전하고 싶었던 반면 혜영 씨는 정보전달에 중점을 둔 게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혜영 씨 얘기를 받아들여서 최대한 사실적이고 자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연출자보다 배우의 말이 맞는다’는 주의여서요. 하하(장정도 PD)” 류혜영은 “에필로그가 들어가는 드라마를 볼 때마다 정보전달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예를 들면 에필로그로 맛집을 소개한다고 하면 가게가 정확히 어디에 있고 어떤 메뉴가 있는지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은주의 방’도 웃기지는 않더라도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확실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나중에 에필로그만 따로 찾아보고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있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에필로그를 통해 배워본 셀프 인테리어 중에서는 타일 붙이기와 덧창 만들기가 어렵다며 웃음 짓기도 했다. (사진=CJ ENM)   ■ 김재영·윤지온·박지현, 신예들의 활약상 ‘은주의 방’에는 은주 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청춘이 등장한다. 인테리어 전문가 민석(김재영)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재현(윤지온)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사는 갤러리 디렉터 혜진(박지현)이다. 모두 은주와 관계돼 있다. 민석은 은주의 19년 지기이며, 재현은 동생의 친구다. 혜진은 고등학교 재학 당시 사이가 틀어진 동창이다. 그 중에서 은주와 우정과 사랑 사이를 오가는 민석 역의 김재영은 “(류혜영에게) 많이 의지했고 배웠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은주의 방’을 통해 처음 남자 주인공에 나선 그는 “혜영 씨가 짊어진 짐의 무게가 상당하다”며 그의 뒤를 탄탄히 받쳐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촬영 초반에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라 어렵기도 했으나 점점 편해졌어요. 지금은 마음을 많이 열었고 호흡도 잘 맞아요. 특히 (극 중 설정에 따라) 처음부터 (류혜영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려고 노력했어요. 존재만으로 좋아했죠(웃음)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왔을 정도로요(김재영)” 이에 류혜영은 “(촬영하는) 짧은 시간 안에 (은주와 민석의) 19년을 행동과 표현, 대사에서 묻어나게 하려다 보니 급하게 친해지려고 노력했다”며 “장난을 많이 쳤다. 건방졌던 것 같다. 죄송하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재영의 배려 덕분에 극 중 미묘한 관계의 느낌이 잘 살았다며 공을 돌렸다. 그런가 하면 실제로 극 중 은주·민석·혜진과 동갑(29살)이라는 윤지온은 ‘은주의 방’에서 거침없는 매력의 연하남 재현을 맡았다. 원작 웹툰에는 짧게 등장하는 역할인데 드라마로 넘어오면서 비중이 늘었다. 지난 2회 말미 처음 등장해 6회까지 민석의 연적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이에 윤지온은 “앞으로도 등장했다 안 했다를 반복할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나는 재현이를 통해 거침없는 솔직함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현대사회의 사람들은 다들 본인을 숨기고 살잖아요. 상하관계가 주가 되는 사회적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재현은 거기서 자유로운 친구예요. 나도 그런 재현의 모습을 닮고 싶고, 앞으로도 더욱 철 없는 재현을 표현하고 싶어요(윤지온)” 재현이 민석의 라이벌 역할을 했다면 혜진은 은주의 라이벌이다. 극 중 은주는 누군가 혜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혜진이 과거 은주에게 도둑이라는 누명을 씌우며 갈등을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재력가와 결혼을 앞둔 혜진의 삶을 SNS로 지켜보며 부러움과 질투를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혜진 역의 박지현은 “혜진의 과거 장면들이 나오면 혜진이와 은주 사이에 오해가 쌓일 수밖에 없었던, 혜진이가 은주를 시기하고 질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밝혀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과거 장면들을 촬영하고 나니 혜진이가 이해되더라고요. 시청자들 중에도 한번쯤 질투나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을 느껴본 분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혜진이가 너무 나쁜 아이는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나중에 혜진이가 새롭게 가치관을 형성해나가는 데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박지현)” “은주도 혜진이와의 일을 겪으면서 친구 관계에 대한 생각을 재정비하게 돼요. 인간 관계에 있어 성장하는 내용이 그려질 예정입니다. 덕분에 ‘은주의 방’ 남은 이야기도 충분히 공감하고 힐링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류혜영)” (사진=CJ ENM)   ■ 저예산 드라마 ‘은주의 방’ 촬영장이 모두에게 힐링 된 이유 올해 드라마 제작 환경의 개선 여부가 업계의 화두였던 가운데, ‘은주의 방’은 주 1회 편성 12부작의 덕을 봤다. 촬영 일정이 비교적 여유로워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재현 PD는 “‘은주의 방’은 (근로) 규정 시간을 최대한 맞추도록 노력했다. 아침 8시에 촬영을 시작해 밤 10시쯤 끝내고 주 2회 휴일을 지켰다. 덕분에 스태프들 체력도 안배가 되고 배우들도 대본 보고 생각할 시간이 늘었다”며 드라마 업계가 이렇게 변화하기를 희망했다. “한국 드라마는 대개 주2회 16부작이 고정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드라마나 일본 드라마는 45~50분 분량에 주1회 편성이 기본이거든요. 10부작 시즌물로 가는 경우도 많죠. 회차가 적으면 제작진으로서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만 딱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제작 환경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한편 일주일에 한 번만 ‘은주의 방’을 볼 수 있으니 답답하다는 이야기도 듣는데요. 나 역시 아쉽기도 해요. 하지만 70분짜리 드라마를 일주일에 두 번 내보내는 일은 현재의 제작 환경과 규정에 비해 너무 길다고 생각합니다(소재현 PD)” ‘은주의 방’은 현재 마지막 촬영을 모두 마쳤다. 반사전제작 시스템을 따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예쁜 그림과 배우·스태프들의 컨디션을 고려해 “날씨 좋을 때 찍고 싶었다”던 소 PD는 촬영 기간 단축에 “예산의 문제도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소 PD에 따르면 ‘은주의 방’ 회당 제작비는 1.8억에 못 미친다. 보통 드라마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촬영 기간이 늘어나면 제작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산에 맞는 촬영 일정을 미리 계획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시간과 돋을 아끼지 않은 부분은 영상미다. “영상미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색감을 잘 담기 위해서 우리나라에 딱 두 개뿐인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했고요. 또 우리 팀이 tvN ‘백일의 낭군님’(2018)과 ‘비밀의 숲’(2017) 스태프들로 구성돼서요. 소위 채널에서 가장 잘 나가는 분들이 합심해 만들고 있습니다(소재현 PD)”  이런 가운데 ‘은주의 방’ 장정도 PD는 시즌제를 예고해 기대치를 높였다. 장 PD는 “처음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며 “이야깃거리는 많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지금보다 열악하지 않은 제작비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은주의 방’은 성장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죠. 2막에서 최고의 난제는 민석이에요. 은주가 이 친구를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관건이거든요. 지금처럼 친구로 철벽을 치느냐, 연애 상대로 받아들이냐의 문제죠. 은주의 성장과 로맨스가 50대 50의 비율로 그려질 예정입니다(장 PD)”

[마주보기] ‘은주의 방’ 힐링과 공감의 비결

손예지 기자 승인 2018.12.12 13:02 | 최종 수정 2137.11.22 00:00 의견 0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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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어스=손예지 기자] “지난 일주일, 씻은 시간·먹은 시간·취침 시간 모두 합쳐도 총 거주기간은 18시간… 이게 집인가?”

올리브 드라마 ‘은주의 방’ 1회에 나온 은주(류혜영)의 내레이션이다.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던 은주에게는 야근이 일상이었고 때문에 그의 자취방은 그저 ‘잠 잘 공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그가 과감히 회사를 때려 치우면서 변화는 시작됐다. 바쁘다는 이유로 돌보지 못했던 ‘은주의 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이에 은주는 오랜 기간 동거해온 곰팡이와 작별하고 방 한 편을 가득 채웠던 철 지난 옷과 잡동사니들도 놓아주게 됐다. 

동명 웹툰을 드라마로 각색한 ‘은주의 방’은 이처럼 은주가 달라지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마치 나의 이야기를 보는 듯 마음에 와 닿는다. 비록 주 1회, 그것도 오후 11시 심야 시간대 편성돼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은주의 방’이 ‘힐링 드라마’라 평가받으며 호응을 얻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 류혜영은 “나도 은주를 연기하면서 힐링을 많이 받는다”며 “캐스팅되기 전까지 배우도 취업준비생의 입장이기 때문에 은주에게 공감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은주의 방’ 라운드 인터뷰에서다. 비단 류혜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리에 함께한 김재영·윤지온·박지현 등의 배우들과 연출의 장정도·소재현 PD도 ‘은주의 방’이 가진 힘으로 ‘공감’을 꼽았다.

“이 드라마를 선택한 계기가 된 대사가 있는데 2회에서 민석이가 은주에게 ‘너 이렇게 살면 안 된다. 정신 차려’라고 했을 때요. 은주가 ‘나도 나름 열심히 살고 있어. 하루는 열심히 살아보고 하루는 아무 것도 안남는 열심히가 싫어서 아무 것도 안해보고’ 이렇게 답하거든요. 겉으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여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은주에게 공감했습니다(류혜영)”

“나만의 공간이 없다는 점에서 나도 은주와 같은 심정이에요. 공간을 뺏겼다가 생겼다가 하는 게 인생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20~30대는 물론 40~50대도 공감할 수 있는 게 ‘은주의 방’ 같아요. 은주가 자신의 공간을 찾아가며 느끼는 행복에 공감해주는 것 같고요(장정도 PD)”

(사진=CJ ENM)
(사진=CJ ENM)

 

■ “은주, 그 자체” 류혜영의 열연 비결

‘은주의 방’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주인공 은주의 분량이 압도적이다. 이에 은주를 연기하는 류혜영이 이끌어가야 할 몫이 상당하다. 실제로 류혜영은 은주, 그 자체가 된 듯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와 적재적소에 과하지 않게 터지는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돕는다. 그 배경에는 류혜영의 실제 경험이 녹았다.

‘은주의 방’은 류혜영이 tvN ‘응답하라 1988’ 이후 3년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다. ‘응답하라 1988’ 당시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 배우로 크게 주목받은 만큼 다작(多作) 행보를 보이리라 예상했으나 공백이 꽤 길었다. 하지만 정작 류혜영은 “길다고 생각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죠. 그래서 은주를 보며 ‘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세대 친구들이 다들 이런 고민을 하고 지낸다는 걸 느낀 거죠. ‘은주의 방’이 내 마음을 알아준다는 데서 치유를 받기도 했고요. 쉬는 동안에는 좋은 작품을 기다렸어요.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작품’에 부합하는 작품이요. ‘응답하라 1988’이라는 큰 작품과 지난해 영화 ‘특별시민’이라는 어려운 작품에 출연하고 나서 내면적으로 성장한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공백이 필요했어요. 나의 관심을 스스로에게 돌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류혜영)”

자극적인 설정이나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흐르는 ‘은주의 방’은 류혜영 기준 ‘좋은’ 작품이다. 그렇기에 그가 작품에 갖는 애정도 남다르다. 이에 ‘은주의 방’ 방송이 끝난 뒤 인테리어 꿀팁을 전하는 에필로그 기획에도 류혜영이 직접 참여했다.

“에필로그를 어떻게 찍을지 완벽히 구상된 상태가 아니라 내가 의견을 많이 냈죠. 고맙게도 PD님이 재밌다며 반영해줬어요. 그랬더니 방송에는 기획과 감독에 내 이름이 올랐더라고요(류혜영)”

“혜영 씨랑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나는 재미 코드를 가미해서 꿀팁을 전하고 싶었던 반면 혜영 씨는 정보전달에 중점을 둔 게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혜영 씨 얘기를 받아들여서 최대한 사실적이고 자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연출자보다 배우의 말이 맞는다’는 주의여서요. 하하(장정도 PD)”

류혜영은 “에필로그가 들어가는 드라마를 볼 때마다 정보전달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예를 들면 에필로그로 맛집을 소개한다고 하면 가게가 정확히 어디에 있고 어떤 메뉴가 있는지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은주의 방’도 웃기지는 않더라도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확실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나중에 에필로그만 따로 찾아보고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있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에필로그를 통해 배워본 셀프 인테리어 중에서는 타일 붙이기와 덧창 만들기가 어렵다며 웃음 짓기도 했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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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영·윤지온·박지현, 신예들의 활약상

‘은주의 방’에는 은주 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청춘이 등장한다. 인테리어 전문가 민석(김재영)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재현(윤지온)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사는 갤러리 디렉터 혜진(박지현)이다. 모두 은주와 관계돼 있다. 민석은 은주의 19년 지기이며, 재현은 동생의 친구다. 혜진은 고등학교 재학 당시 사이가 틀어진 동창이다.

그 중에서 은주와 우정과 사랑 사이를 오가는 민석 역의 김재영은 “(류혜영에게) 많이 의지했고 배웠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은주의 방’을 통해 처음 남자 주인공에 나선 그는 “혜영 씨가 짊어진 짐의 무게가 상당하다”며 그의 뒤를 탄탄히 받쳐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촬영 초반에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라 어렵기도 했으나 점점 편해졌어요. 지금은 마음을 많이 열었고 호흡도 잘 맞아요. 특히 (극 중 설정에 따라) 처음부터 (류혜영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려고 노력했어요. 존재만으로 좋아했죠(웃음)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왔을 정도로요(김재영)”

이에 류혜영은 “(촬영하는) 짧은 시간 안에 (은주와 민석의) 19년을 행동과 표현, 대사에서 묻어나게 하려다 보니 급하게 친해지려고 노력했다”며 “장난을 많이 쳤다. 건방졌던 것 같다. 죄송하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재영의 배려 덕분에 극 중 미묘한 관계의 느낌이 잘 살았다며 공을 돌렸다.

그런가 하면 실제로 극 중 은주·민석·혜진과 동갑(29살)이라는 윤지온은 ‘은주의 방’에서 거침없는 매력의 연하남 재현을 맡았다. 원작 웹툰에는 짧게 등장하는 역할인데 드라마로 넘어오면서 비중이 늘었다. 지난 2회 말미 처음 등장해 6회까지 민석의 연적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이에 윤지온은 “앞으로도 등장했다 안 했다를 반복할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나는 재현이를 통해 거침없는 솔직함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현대사회의 사람들은 다들 본인을 숨기고 살잖아요. 상하관계가 주가 되는 사회적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재현은 거기서 자유로운 친구예요. 나도 그런 재현의 모습을 닮고 싶고, 앞으로도 더욱 철 없는 재현을 표현하고 싶어요(윤지온)”

재현이 민석의 라이벌 역할을 했다면 혜진은 은주의 라이벌이다. 극 중 은주는 누군가 혜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혜진이 과거 은주에게 도둑이라는 누명을 씌우며 갈등을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재력가와 결혼을 앞둔 혜진의 삶을 SNS로 지켜보며 부러움과 질투를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혜진 역의 박지현은 “혜진의 과거 장면들이 나오면 혜진이와 은주 사이에 오해가 쌓일 수밖에 없었던, 혜진이가 은주를 시기하고 질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밝혀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과거 장면들을 촬영하고 나니 혜진이가 이해되더라고요. 시청자들 중에도 한번쯤 질투나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을 느껴본 분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혜진이가 너무 나쁜 아이는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나중에 혜진이가 새롭게 가치관을 형성해나가는 데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박지현)”

“은주도 혜진이와의 일을 겪으면서 친구 관계에 대한 생각을 재정비하게 돼요. 인간 관계에 있어 성장하는 내용이 그려질 예정입니다. 덕분에 ‘은주의 방’ 남은 이야기도 충분히 공감하고 힐링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류혜영)”

(사진=CJ ENM)
(사진=CJ ENM)

 

■ 저예산 드라마 ‘은주의 방’ 촬영장이 모두에게 힐링 된 이유

올해 드라마 제작 환경의 개선 여부가 업계의 화두였던 가운데, ‘은주의 방’은 주 1회 편성 12부작의 덕을 봤다. 촬영 일정이 비교적 여유로워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재현 PD는 “‘은주의 방’은 (근로) 규정 시간을 최대한 맞추도록 노력했다. 아침 8시에 촬영을 시작해 밤 10시쯤 끝내고 주 2회 휴일을 지켰다. 덕분에 스태프들 체력도 안배가 되고 배우들도 대본 보고 생각할 시간이 늘었다”며 드라마 업계가 이렇게 변화하기를 희망했다.

“한국 드라마는 대개 주2회 16부작이 고정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드라마나 일본 드라마는 45~50분 분량에 주1회 편성이 기본이거든요. 10부작 시즌물로 가는 경우도 많죠. 회차가 적으면 제작진으로서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만 딱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제작 환경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한편 일주일에 한 번만 ‘은주의 방’을 볼 수 있으니 답답하다는 이야기도 듣는데요. 나 역시 아쉽기도 해요. 하지만 70분짜리 드라마를 일주일에 두 번 내보내는 일은 현재의 제작 환경과 규정에 비해 너무 길다고 생각합니다(소재현 PD)”

‘은주의 방’은 현재 마지막 촬영을 모두 마쳤다. 반사전제작 시스템을 따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예쁜 그림과 배우·스태프들의 컨디션을 고려해 “날씨 좋을 때 찍고 싶었다”던 소 PD는 촬영 기간 단축에 “예산의 문제도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소 PD에 따르면 ‘은주의 방’ 회당 제작비는 1.8억에 못 미친다. 보통 드라마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촬영 기간이 늘어나면 제작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산에 맞는 촬영 일정을 미리 계획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시간과 돋을 아끼지 않은 부분은 영상미다.

“영상미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색감을 잘 담기 위해서 우리나라에 딱 두 개뿐인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했고요. 또 우리 팀이 tvN ‘백일의 낭군님’(2018)과 ‘비밀의 숲’(2017) 스태프들로 구성돼서요. 소위 채널에서 가장 잘 나가는 분들이 합심해 만들고 있습니다(소재현 PD)” 

이런 가운데 ‘은주의 방’ 장정도 PD는 시즌제를 예고해 기대치를 높였다. 장 PD는 “처음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며 “이야깃거리는 많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지금보다 열악하지 않은 제작비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은주의 방’은 성장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죠. 2막에서 최고의 난제는 민석이에요. 은주가 이 친구를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관건이거든요. 지금처럼 친구로 철벽을 치느냐, 연애 상대로 받아들이냐의 문제죠. 은주의 성장과 로맨스가 50대 50의 비율로 그려질 예정입니다(장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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