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J레이블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3년 만에 려욱을 내보이는 거니 가장 나다운 곡으로 대중과 만나고자 했죠”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려욱은 지난 7월 약 2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최근 솔로가수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새 미니앨범 ‘너에게 취해’를 통해서다. 짧은 기간은 전역 후 바로 솔로앨범 작업에 몰두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전역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앨범 작업을 했어요. 생각보다 군대에서는 할 게 많아서 곡을 쓸 시간은 없었거든요. 다만 군대에 있을 때 내 꿈을 적어놨어요. ‘일본어와 영어 정복하자’와 같은 거요. 결국 마지막에는 ‘무사히 전역하자’로 마무리가 됐지만요. (웃음) 그만큼 뭘 어떻게 해보자는 고민이 많았어요. 나에게 어떤 옷을 입힐까... 그냥 려욱도 좋지만 더 예쁜 옷을 입으면 더 좋잖아요. 그래서 2년의 시간이 소중하고 좋았어요”
앨범 제목 ‘너에게 취해’를 고르는데도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건 군 생활이었다. 당시 려욱은 김건모의 ‘서울의 달’을 자주 부르게 됐고, 가사를 곱씹으며 ‘나도 이런 콘셉트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술, 엄청 좋아하죠. 주로 사람들과 이야기하려고 술을 마시는 편이에요. 규현이와도 자주 마시는 편인데, 혼자서 와인 두 병 먹는 정도? 매일 마시는 게 아니어서 그런지 간이 튼튼한가봐요. (웃음) 다들 술을 마실 때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감정적인 것과 떼려야 뗄 수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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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하겠다는 의지로 불타오르던 려욱이 택한 건 역시나 음악이었다. 미니앨범임에도 7곡 꽉꽉 트랙을 채웠다. 각 곡들은 려욱이 “모두 타이틀감”이라고 자신할 정도로 대중의 마음을 건드릴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번 려욱 새 앨범 ‘너에게 취해’에는 타이틀곡 ‘너에게’를 비롯해 ‘취해’ ‘우리의 거리’ ‘위드아웃 유(without you)’ ‘썸씽 굿(Something good)’ ‘슈가(Sugar)’ ‘파란 별’ 등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너에게 취해’는 이별 후 찾아오는 수많은 생각들을 편지로 써 내려가듯 풀어낸 곡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격정적으로 치닫는 스토리가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표현됐다.
“제목 선정부터 가사, 편곡, 가창, 감정선까지 고민이 참 많았던 앨범이에요. 타이틀곡 ‘너에게’ 제목은 군대에서 팬들에게 편지를 매달 보낸 것에 아이디어를 받았죠. 헤어진 연인에 대한 헛헛함, 슬픔 등을 담은 손편지를 쓰는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한 편의 슬픈 영화처럼 느껴지도록요. 실제로 녹음할 때도 쭉 이어지는 감정선을 담기 위해 노력했어요. 편지를 쓰다가 구겼다가 펴서 다시 쓰는, 그런 미묘한 감정선을 건드리려고요. 녹음도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부르고 그 중 좋은 것들을 골라내는 방식으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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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욱은 군 생활 당시 한 달에 한 번씩 팬들에게 편지를 썼다. 내용은 다양했다. 자신의 일상이 담기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한 편의 시를 품고 있기도 했다. 시간을 쪼개서 쓰다 보니 한 편지 안에 색이 다른 펜들의 글씨가 공존하기도 하고, 시간을 내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려욱은 꾸준히, 최선을 다해 편지를 썼다. 그러자 그 수많은 편지들은 려욱에 변화를 가져다 줬다.
“그냥 편지를 쓸 수도 있죠. 하지만 잘 쓰고 싶었어요. 내가 한 달 동안 어떻게 살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쓰다 보니 재미가 있어서 편지지랑 스티커 예쁜 걸로 사서 꾸미기도 하고. (웃음) 편지를 쓰면서 10년 동안의 연예인 생활을 많이 생각해보게 됐어요. 나를 돌아보게 됐고, 주변 사람들의 고마움도 느꼈죠. 지금도 그 때의 기억을 발판삼아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게 된 것 같아요. 전에는 예민하고 별 것도 아닌 걸로 화도 내고 그랬는데 왜 그랬을까 반성하게 되고요”
실제 군생활 당시 썼던 편지를 곡으로 승화한 트랙도 있다. 팬들에게 선물하는 곡 ‘파란 별’이다. 이 곡은 려욱이 별이 하나도 없는 까만 밤을 들여다보다가 떠올랐던 생각을 담았다. 려욱은 그 아득한 암흑 같은 밤에 글자를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는 상상을 해봤다.
“제목은 군대에서 썼던 시 제목에서 어느 정도 따왔어요. 사실 이 곡은 수록할까 말까 고민했어요. 장르적으로 다른 트랙들과 달라서 혼자 튀지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오랜만의 자작곡이기도 하고, 나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싣는 게 낫다고 판단했어요”
(사진=SJ레이블 제공)
려욱은 스스로에게 ‘위스키’ 같다고 했다. 마시면 취하지만 다음날 깔끔한 느낌,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느낌. 그는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면서도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또 자신만의 본연의 색이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마디로 하고 싶은 음악과 잘하고 싶은 음악을 매끄럽게 잘 넘나드는 게 려욱의 이상향이다.
“언제는 희철이 형이 ‘려욱아, 너는 어디까지 소리가 올라가?’라고 묻더라고요. 하하. 고음은 다 낼 수 있는데 듣기 좋은 소리가 있고 아닌 소리가 있거든요. 이번 타이틀곡 ‘너에게’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한에서 장점을 최대한 부각한 곡이죠. 물론 창법적으로 고민은 많았어요. 어떻게 감정적으로 다가갈까, 장점이 더 부각될까 싶었죠. 또 트렌디한 요소를 내 식대로 녹여내면 어떻게 표현될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군악대에서 근무했다보니 음악적으로 소통하고 공부할 기회가 많았거든요. 주변 사람들도 좀 깊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해줬어요. 이런 고민은 앞으로도 가수 생활을 하면서 계속될 것 같아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약 2년간의 생활. 려욱은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것들을 하며 이 시간을 빽빽하게 채웠다. 그래서 그 여정은 아직도 유효하다. 려욱이 군악대에서 밴드 반주로 노래했던 것을 떠올리며 ‘나도 이런 게 많이 자연스러워졌구나’라고 느꼈듯, 그때의 경험은 알게 모르게 려욱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는 대중이 자신도 모르게 려욱이라는 가수에 취해버리는 과정이 된다.
“최근에 슈퍼주니어로서 도쿄돔 콘서트를 마쳤거든요. 꿈같은 시간이었어요. 많은 분들 앞에서 노래하다 보니 솔로 콘서트도 하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되기 위해 1위를 할 만큼 많은 분들이 내 노래를 들어주셨으면 좋겠고, 또 계속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노래천재’라는 수식어도 생기면 좋겠고요. 다른 수식어요? 음, 고막 왕자? 취한 고막? (일동 폭소) 그냥 없는 걸로 할게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