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배우에게 극중 역할이 자신만의 캐릭터로 굳어지는 게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이는 한정된 배역만 맡을 수 있다는 한계점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배우가 지닌 내공의 정도에 따라 갈림길은 나뉜다. ‘이 역할에는 이 배우’라는 수식어 자체가 찰떡같은 소화력의 증거로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김동영은 ‘주인공의 친구’라는 고정된 역할 속 다양한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김동영은 브라운관보다 스크린에서 더 모습을 자주 비추던 배우였다. 그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주연 권상우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바람의 전설’ ‘꽃피는 봄이 오면’ ‘사랑을 놓치다’ ‘가족의 탄생’ ‘글러브’ ‘완득이’ 등에서 다양한 단역과 조연을 지나왔다.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오던 김동영은 2016년부터 종횡무진하며 진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당시 김동영은 영화 ‘밀정’을 통해 의열단원 허철주 역을 소화했다. 반면 영화 ‘위대한 소원’에서는 주연 남준을 맡아 안재홍, 류덕환과 좌충우돌 절친 3인방을 연기했다. 김동영은 30살을 앞두고 있는 나이임에도 혈기왕성한 고등학생 역할을 해냈다.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동영이 주인공의 친구 역할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그 중에서도 학생 신분과 연관이 많아진 것도 이 시점부터다. 같은 해 김동영은 tvN 드라마 ‘혼술남녀’에서 노량진에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동명의 역할을 입었다. 극중 김동영은 어려운 형편 탓에 오천원 주고 산 대학 동아리 티셔츠를 맨날 입는 등 짠내 나는 ‘핵궁상’ 연기를 펼쳤다.
김동영의 학생 연기는 브라운관에서 더 통한 모양새다. 이후 그는 올해 드라마 ‘리턴’(2018), ‘작은 신의 아이들’(2018) 등에 출연했고 그 중에서도 ‘식샤를 합니다3: 리턴즈’ 속 역할이 주목을 받았다. 극중 김동영은 구대영(윤두준)의 친구로 출연했다. 여자 앞에만 서면 말문이 막혀버리는 모태솔로이면서도 기타 연주로 여심을 사로잡겠다는 엉뚱한 각오를 하는 성격이다. 방송에서는 주인공들의 대학생 시절 회상신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서 김동영은 2000년대 초반 촌스러운 의상과 철없는 모습을 감칠맛 나게 소화했다.
현재 출연하고 있는 SBS 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 속 김동영도 어느 정도는 비슷한 모양새다. 김동영은 고등학생 때부터 강복수(유승호)의 친구인 이경현을 연기한다. 똑똑하지는 않더라도 좌충우돌 행동파에 잔머리와 잔재주가 많아 ‘당신의 부탁’이라는 대리실행 기업의 대표가 됐다. 게다가 ‘복수가 돌아왔다’는 고등학교 당시 인연을 시작으로 하는 작품이기에 회상신도 많이 나온다. 이를 통해 김동영은 다시 한 번 교복을 입게 됐다.
(사진=SBS 홈페이지 캡처)
김동영의 필모그래피를 살피면 그의 친구들은 참 많다. 다시 말해 김동영은 수많은 배우의 친구 역할을 거쳤다. 얼핏 보면 장난기 많고 뚱한 표정에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건 한 배우의 고유한 개성일 뿐이다. 김동영은 다양한 작품 속에서 수줍음이 많거나, 추진력이 있거나 등 다채로운 성격을 보여줬다. 게다가 김동영은 현재 30살을 넘어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교복을 어색함 없이 소화한다. 독특한 점은 김동영이 동안이여서가 아니라 ‘그냥’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이는 곧 김동영의 연기에는 제약 없는 스펙트럼이 깔려있음을 알려준다.
주인공의 옆에 있는 역할로 출연하는 경우, ‘눈에 띄는 신인’이 되거나 ‘새롭게 발견한 배우’가 된다. 하지만 김동영은 어느덧 14년차 배우다. 지난해만 해도 영화 ‘용순’ ‘군함도’ ‘7호실’, 올해는 영화 ‘독전’ 등을 개봉하며 굵직한 작품에 출연했다. 이렇듯 이제는 스크린에서 다양한 폭을 보여주고 브라운관에서 다양한 깊이를 보여주는 배우 김동영이다. 다양한 우정으로 쌓아온 그의 매력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