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뷰어스=남우정 기자]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잖아요”  말모이는 사전의 순우리말이다. 유해진이 주연을 맡은 영화 ‘말모이’는 말 그대로 사전을 만들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사전 이야기가 나왔다. 유해진이라는 말모이가 있다면 어떻게 첫 장을 채울지 묻자 그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뗐다. 그리고 그 대답은 유해진과 정말 잘 어울리는 답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 건 생각은 안 해봤는데…만약 내 책을 만든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넣을 것 같아요. 그 말을 좋아해요. 어떻게든 버티는 것, 살아가는 것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해요. 누구나 녹록치 않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책 내용에 있진 않을까요” 버티는 삶의 위대함을 보여준 것은 유해진 자신이 아닐까.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쳤고 조연으로 탄탄히 커리어를 쌓아온 뒤 그는 이제 원톱 주연으로 나서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배우가 됐다. 많은 작품을 거쳐왔지만 그만의 기준이자 목표는 분명했다. 개인이 아니라 작품에 하나가 되는 것.  “날 보여주기 보단 영화 이야기에 집중하는 거죠. 이야기에 겉돌지 않은 인물이 되는 게 모든 작품에서 나의 목표에요. 어차피 대중들은 나에 대해 다 알잖아요. ‘이게 유해진이었어?’라는 건 바라지 않아요. 어느 작품이든 좋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내가 보일 수도 있고요” 그의 뜻대로 영화 ‘말모이’ 속 유해진은 독보적 존재감을 발휘한다.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유해진은 그야말로 ‘말모이’ 안에서 살아있는 활어처럼 판수로 뛰어 논다.  “판수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과정이 인위적이진 않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촬영은 순서를 바꿔서도 찍으니까 잘 분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사실 난 초등학교 때 이름만 쓸 줄 안 상태로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엄마랑 시장 지나가면서 간판 읽었던 기억이 나요. 그게 이번 영화에 적용됐죠. 한글을 배웠을 때 기쁨이 있다는 생각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유해진이 ‘말모이’를 선택하는 데에는 ‘택시운전사’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말모이’ 엄유나 감독은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쓴 인물이다. 그는 유해진을 두고 ‘말모이’ 판수 역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좋으면서도 부담이 된다고 밝힌 유해진이었지만 엄유나 감독의 데뷔작을 함께하게 된 것은 그만한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일단 ‘택시운전사’와 시나리오에 대한 신뢰가 있었어요. 스태프들도 함께 작업해 봤던 분들이라 믿고 출발을 했던 거죠. 아니나 다를까 감독님이 정말로 뚝심이 있어요. 쉽지 않거든요. 스트레스도 있고 모든 걸 결정을 해야 하고 의견도 하나로 모아야 하는데 자기랑 부딪치는 생각을 뚝심으로 이겨냈어요. 이 영화랑 색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흥행을 떠나서 정말 쉽지 않은 일을 해놓은 사람이라 대단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장에서도 항상 낮은 자세로 오는데 그러면서도 안 흔들리는 사람이에요” 엄유나 감독 못지않게 유해진에게 믿음을 보인 이는 함께 출연한 윤계상이다. 윤계상과 유해진은 ‘소수의견’에 이어 ‘말모이’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윤계상은 공식석상에서 계속해서 유해진을 향한 무한애정을 보여줘 화제를 모았다. 유해진도 드립커피처럼 좀 더 관계가 깊어졌다고 표현했다.  “나의 생각일 수 있는데 이래서 진해지고 진득해진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가는 인간관계죠. 조금 더 그런 관계가 되었으면 해요. 정말 말 그대로 ‘말모이’ 식구들과 동지가 된 것 같아요. 특히 (윤)계상이랑 슬슬 동지라고 생각이 들어요. 드립커피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커피가 쌓여가는 것처럼 동지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말모이’는 어떻게 보면 일제 강점기 시대의 뻔한 이야기임에도 묵직한 진실의 힘이 있다. 유해진 역시 촬영을 하면서 그런 감정을 느꼈다. 컷 소리가 났음에도 배우들 아무도 움직일 수 없었다.  “벅차기 보단 절망하는 순간이 있는데 컷 소리가 났는데도 감정이 추스르기 힘들었어요. 조선어학회 회원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다들 컷했는데 가만히 앉아 있더라고요. 우린 그냥 배우고 연기를 한 것이지만 진짜 그분들은 그 상실감이 더 했겠죠. 정말 소중하게 우리말을 힘들게 지켜왔겠구나 느꼈어요. 그 장면이 계속 남아요” 출연했던 모든 작품에 의미가 있겠지만 유해진은 이번 ‘말모이’를 본 관객들이 한 번쯤 우리말에 대해 생각을 해주길 청했다. ‘말모이’의 담긴 진심이다.  “영화 끝나고 나서 외래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크게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라도 우리말을 한번쯤 생각할 시간을 가지신다면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남우정의 마주보기] 유해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우정 기자 승인 2019.01.02 22:23 | 최종 수정 2138.01.03 00:00 의견 0
유해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해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뷰어스=남우정 기자]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잖아요” 

말모이는 사전의 순우리말이다. 유해진이 주연을 맡은 영화 ‘말모이’는 말 그대로 사전을 만들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사전 이야기가 나왔다. 유해진이라는 말모이가 있다면 어떻게 첫 장을 채울지 묻자 그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뗐다. 그리고 그 대답은 유해진과 정말 잘 어울리는 답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 건 생각은 안 해봤는데…만약 내 책을 만든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넣을 것 같아요. 그 말을 좋아해요. 어떻게든 버티는 것, 살아가는 것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해요. 누구나 녹록치 않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책 내용에 있진 않을까요”

버티는 삶의 위대함을 보여준 것은 유해진 자신이 아닐까.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쳤고 조연으로 탄탄히 커리어를 쌓아온 뒤 그는 이제 원톱 주연으로 나서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배우가 됐다. 많은 작품을 거쳐왔지만 그만의 기준이자 목표는 분명했다. 개인이 아니라 작품에 하나가 되는 것. 

“날 보여주기 보단 영화 이야기에 집중하는 거죠. 이야기에 겉돌지 않은 인물이 되는 게 모든 작품에서 나의 목표에요. 어차피 대중들은 나에 대해 다 알잖아요. ‘이게 유해진이었어?’라는 건 바라지 않아요. 어느 작품이든 좋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내가 보일 수도 있고요”

그의 뜻대로 영화 ‘말모이’ 속 유해진은 독보적 존재감을 발휘한다.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유해진은 그야말로 ‘말모이’ 안에서 살아있는 활어처럼 판수로 뛰어 논다. 

“판수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과정이 인위적이진 않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촬영은 순서를 바꿔서도 찍으니까 잘 분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사실 난 초등학교 때 이름만 쓸 줄 안 상태로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엄마랑 시장 지나가면서 간판 읽었던 기억이 나요. 그게 이번 영화에 적용됐죠. 한글을 배웠을 때 기쁨이 있다는 생각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유해진이 ‘말모이’를 선택하는 데에는 ‘택시운전사’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말모이’ 엄유나 감독은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쓴 인물이다. 그는 유해진을 두고 ‘말모이’ 판수 역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좋으면서도 부담이 된다고 밝힌 유해진이었지만 엄유나 감독의 데뷔작을 함께하게 된 것은 그만한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일단 ‘택시운전사’와 시나리오에 대한 신뢰가 있었어요. 스태프들도 함께 작업해 봤던 분들이라 믿고 출발을 했던 거죠. 아니나 다를까 감독님이 정말로 뚝심이 있어요. 쉽지 않거든요. 스트레스도 있고 모든 걸 결정을 해야 하고 의견도 하나로 모아야 하는데 자기랑 부딪치는 생각을 뚝심으로 이겨냈어요. 이 영화랑 색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흥행을 떠나서 정말 쉽지 않은 일을 해놓은 사람이라 대단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장에서도 항상 낮은 자세로 오는데 그러면서도 안 흔들리는 사람이에요”

엄유나 감독 못지않게 유해진에게 믿음을 보인 이는 함께 출연한 윤계상이다. 윤계상과 유해진은 ‘소수의견’에 이어 ‘말모이’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윤계상은 공식석상에서 계속해서 유해진을 향한 무한애정을 보여줘 화제를 모았다. 유해진도 드립커피처럼 좀 더 관계가 깊어졌다고 표현했다. 

“나의 생각일 수 있는데 이래서 진해지고 진득해진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가는 인간관계죠. 조금 더 그런 관계가 되었으면 해요. 정말 말 그대로 ‘말모이’ 식구들과 동지가 된 것 같아요. 특히 (윤)계상이랑 슬슬 동지라고 생각이 들어요. 드립커피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커피가 쌓여가는 것처럼 동지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말모이’는 어떻게 보면 일제 강점기 시대의 뻔한 이야기임에도 묵직한 진실의 힘이 있다. 유해진 역시 촬영을 하면서 그런 감정을 느꼈다. 컷 소리가 났음에도 배우들 아무도 움직일 수 없었다. 

“벅차기 보단 절망하는 순간이 있는데 컷 소리가 났는데도 감정이 추스르기 힘들었어요. 조선어학회 회원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다들 컷했는데 가만히 앉아 있더라고요. 우린 그냥 배우고 연기를 한 것이지만 진짜 그분들은 그 상실감이 더 했겠죠. 정말 소중하게 우리말을 힘들게 지켜왔겠구나 느꼈어요. 그 장면이 계속 남아요”

출연했던 모든 작품에 의미가 있겠지만 유해진은 이번 ‘말모이’를 본 관객들이 한 번쯤 우리말에 대해 생각을 해주길 청했다. ‘말모이’의 담긴 진심이다. 

“영화 끝나고 나서 외래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크게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라도 우리말을 한번쯤 생각할 시간을 가지신다면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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