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FO프로덕션, '동네변호사 조들호2'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배우 박신양이 허리디스크로 인해 긴급수술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가 현재 출연 중인 KBS2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이하 ‘조들호2’)이 2주간 결방 하게 됐다. 이에 더해 ‘조들호2’는 스토리에 대한 지적부터 온갖 불화설, PD 교체설 등까지 악재를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 3년 만에 조들호로 돌아온 박신양만은 일부 호평을 얻고 있다. 앞서 ‘동네변호사 조들호 시즌1’은 최고 시청률 17.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력이 있다. 여기에서 박신양은 특유의 디테일한 연기와 위트로 조들호를 연기하며 ‘조들호=박신양’의 공식을 세웠다. 그에 따라 ‘조들호’라는 캐릭터가 이끄는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 것만으로도 생긴 흥미도 분명 논란 속에 자리하고 있다.
이에 이런 저런 상황을 떠나 ‘동네변호사 조들호2’ 결방을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을 터. 이에 박신양의 활약상 중 ‘조들호2’와 공통점을 지닌 작품들을 짚어보며 그의 빈자리를 채워본다.
(사진=SBS 화면 캡처)
■ ‘쩐의 전쟁’(2007): 전설의 거지 분장
SBS ‘쩐의 전쟁’은 ‘파리의 연인’에 이어 박신양의 또 다른 대표작이다. 사채업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비정상적인 대출과 빚 독촉을 일삼는 사회 행태를 드러낸 작품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동네변호사 조들호’처럼 ‘쩐의 전쟁’ 또한 박인권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최고 시청률 36%(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었던 ‘쩐의 전쟁’에서 가장 임팩트 있던 장면 중 하나는 바로 ‘거지분장’이다. 극 중 박신양은 아버지의 빚에 떠밀려 사채업자가 된 금나라를 연기했다. 극 중 금나라는 빚더미에 앉아 쫓겨났을 당시 신문지를 뒤집어쓰고 길바닥에서 잠을 자며, 쓰레기를 뒤져 끼니를 해결하고 부러진 오토바이 사이드 미러를 거울로 삼았다. 그 과정에서 박신양은 ‘파리의 연인’의 젠틀한 이미지를 벗고 꼬질꼬질한 때를 묻힌 노숙자로 분했다. 아울러 캐릭터를 흉내 내는 정도가 아니라 그 자체로 변신하며 완전히 망가진 모습도 불사했다.
그리고 현재, 박신양은 또 다시 거지 분장을 하게 됐다. 그는 앞서 ‘동네변호사 조들호1’에서 ‘비리 검사’로 몰락해 길바닥에 나앉게 된 조들호를 연기했다. 그리고 시즌2에서 역시 거지꼴로 1회를 맞이하며 떼려야 뗄 수 없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박신양은 이번 장면에서도 역시 더벅머리에 헤진 옷을 입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완벽한 ‘거지 분장’을 보여줬다.
(사진=SBS 제공)
■ ‘싸인’(2011): 악의 축 걷어내려는 움직임
드라마 ‘싸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시신을 부검하여 사인을 밝혀내는 법의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메디컬 드라마에서 더 나아가 해결되지 않은 사건의 수많은 희생자들에게 남겨진 흔적을 통해 숨겨진 범죄를 들춰내는 최초의 ‘메디컬 수사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서 박신양은 국과수 소속 법의관 윤지훈을 연기했다. 윤지훈은 엘리트로 촉망받았지만 앞으로 펼쳐진 꽃길을 버리고 애인과 결별하면서까지 법의관의 길을 택한다.
‘조들호2’ 역시 시즌1과 달리 ‘거대한 악’을 다룬다. ‘동네변호사’였던 조들호는 이자경(고현정)을 비롯한 이들과 싸우며 갖은 범죄와 죽음 관련 사건들을 다룬다. 아울러 ‘싸인’ 속 윤지훈이 법의관의 일에 매달렸듯, 조들호 역시 극심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며 불의에 맞선다.
(사진=tvN 제공)
■ ‘배우학교’(2016): 연기 내공 드러난 순간
당시 데뷔 27년차였던 박신양이 ‘연기 미생’들을 가르친다는 포맷을 지닌 tvN 예능프로그램 ‘배우학교’는 그와 딱 맞는 예능이었다. 박신양이 자부심을 느끼는 연기론과 특유의 유머를 모두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박신양보다 나이가 많은 이원종부터 장수원, 이진호, 심희섭, 박두식, 유병재, 남태현 등이 출연했다.
박신양은 ‘연기수업 쇼’가 아닌 ‘연기수업’이라는 자세로 프로그램에 임했다. 그는 연기론의 발원지인 러시아로 유학을 떠난 경험과 지금까지의 내공을 되살려 학생들을 가르쳤다. 때로는 호통도 치고 때로는 엄격한 모습도 보였지만, 지금의 ‘조들호2’에서 엿볼 수 있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위트 또한 드러냈다. 이에 학생들은 이 수업을 왜 해야 하는지 혹은 왜 하기 싫은지, 무엇이 문제인지 솔직한 자세를 취했다.
박신양은 디테일한 연기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조들호2’ 첫 회에서도 트라우마를 겪은 후 고통스러워하는 조들호를 한쪽 슬리퍼가 잘못 신겨진 줄도 모르고 멍하니 걷는 모습으로 표현하는 등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아울러 각 캐릭터를 대하는 눈빛을 모두 다르게 하고, 츤데레처럼 굴면서도 또 사건에 대한 ‘촉’이 발동할 때는 날카로운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이처럼 박신양은 ‘조들호2’에서도 지금까지의 연기사를 총집합한 내공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