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tvN 예능프로그램 '커피프렌즈'에서는 이런 장면들이 펼쳐진다.
“끼이익” 손님들이 두꺼운 철문을 열고 한 카페로 들어서면 최지우가 환한 웃음으로 반겨준다. 주위를 둘러보면 손호준은 집중하며 커피를 내리고 있고 유연석은 밀려드는 주문에 정신없이 빵을 뒤집는다. 그 보조로 보이는 양세종은 다소 어리버리한 포즈로 뛰어다닌다. 커튼을 열고 빼꼼 모습을 비추는 조재윤도 있다. 사람 좋은 웃음을 머금은 그는 잠깐 숨통을 틔었다가 이내 스태프룸으로 들어간다.
카메라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가끔 실수도 하는 출연진의 모습을 비추며 잔잔한 웃음을 선사한다. 이런 모습들은 팝업스토어 운영을 포맷으로 하는 다른 예능들과 비슷하다.
다만 ‘커피프렌즈’에는 ‘진짜’ 일하는 장면만 나온다. 제주도에서 운영되는 카페이지만 나오는 풍경이라고는 귤 농장뿐이다. 직원들은 새벽부터 출근해 오픈 준비를 하고 바깥 구경 한 번 할 새 없이 손님을 맞는다. 중간중간 장면에서는 실제로 지쳐 보이는 멤버들의 표정도 스쳐 지나간다. 심지어 뒤늦게 고정멤버로 합류한 조재윤은 설거지가 가득 쌓인 ‘설거지옥’으로 안내받았는데, 정말 설거지만 하고 있어서 그가 있었는지 잊을 정도로 방송분량이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커피프렌즈’가 시청자의 마음을 홀리고 있다. 그저 멤버들이 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 장면을 지켜보고만 있는데 괜히 마음이 흐뭇해지고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 드는 덕분이다.
(사진=tvN 화면 캡처)
이는 프로그램이 기부를 토대로 한 예능이어서가 아니다. 다섯 멤버들의 본분이 연예인인 걸 잊을 정도로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오고 가는데 그 안에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빛나서다. 다섯 멤버들은 방송을 의식할 새도 없이 바쁜 상황 속 각자의 업무를 충실히 한다. 그러면서도 노련함에서 묻어나는 센스로 서로의 빈틈을 메운다.
홀 서빙 전담인 최지우는 요리가 오래 걸릴 것 같으면 귤 따기 체험을 해도 괜찮다며 제안하고, 손호준 대신 원두를 갈아주며 홀과 주방을 컨트롤한다. 아기와 함께 온 모녀 손님을 위해서는 그들이 편히 식사할 수 있도록 “아기 한 번 안아 봐도 될까요?”라고 묻는 것도 잊지 않는다. 꼭 직접적으로 말을 내뱉지 않고도 상황에 대처할 줄 아는 센스를 발휘한 순간들이다.
섬세하고 정확하게 커피를 내려야 하는 손호준은 아무리 바빠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특히 드립커피는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맛이 확 달라지는데 손호준은 어김없이 손님의 “맛있다” 소리를 이끌어낸다. 손님들이 감귤초코 음료를 남기는 듯하자 레시피를 점검하는 섬세함도 갖췄다. 식빵도 굽는 그는 반죽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걸 보고 몇 시간에 걸쳐 다시 해내기도 한다.
유연석은 바쁜 와중에도 손님의 말소리를 듣고 음식 맛 평가를 궁금해 하거나 주문을 대신 받는 등 모습으로 ‘소머즈’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사장님답게 직원들이 일을 잘 하고 있나 격려차 순회(?)를 돌며 멤버들을 챙기기도 한다.
이리저리 발로 뛰는 양세종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유연석을 도와 스튜를 담고 주문서를 정리하며, ‘설거지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조재윤을 위해 반강제로라도 그를 끌어낸다. 동시에 주문도 받고 서빙도 하며 손님안내도 한다. 심지어 직원들에게 틈틈이 물이나 커피를 건네며 살뜰한 막내 역할을 다한다.
(사진=tvN 화면 캡처)
그런가 하면 나이는 최연장자이지만 서열로는 또 다른 막내인 조재윤은 불평불만 하나 없다. 오히려 격 없는 태도와 특유의 위트로 ‘커피프렌즈’의 웃음을 담당한다. 귤을 판매하다가 판매용기에 귤을 담을 여유가 없자 손님에게 직접 따와서 담아도 된다며 기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이처럼 멤버들은 실제로 가게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야만 나올 수 있는 노하우를 보여주며 놀라움을 준다. 이는 서로를 챙기는 마음과 더불어 손님을 생각하는 배려심까지 있었기에 나올 수 있는 모습이다.
물론 이런 멤버들도 ‘멘붕’을 겪을 때가 있다. 메뉴를 잘못 말하고 주문을 헷갈려 잠시 버퍼링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한껏 지쳐버린 얼굴에서도 미소가 나오게 할 마법의 주문이 있다.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환상의 호흡에 따뜻한 마음까지 곁들여지니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다섯 명 모두가 단체로 패닉이 오는 일은 없다. 보는 이들까지 절로 마음이 훈훈해진다. 예쁜 풍경이나 다이내믹한 편집 없이 이들의 움직임만으로도 계속 보고 싶은 마력 또한 생긴다. 그렇게 멤버들이 연예인이 아니라 어느새 한 명의 사장 혹은 직원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그 순간, ‘커피프렌즈’에는 진짜 온기가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