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인사 불이익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YTN 캡처)
[뷰어스=윤슬 기자]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사법농단의 주역이 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법원장들로부터 제출 받은 판사 명단을 다시 법원장들에게 전달했다. 대법원에 비판적인 판사들은 성추행이나 음주운전 등 비위를 저지른 법관보다 가혹한 인사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판바 블랙리스트에는 적어도 31명의 법관의 이름이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 내부통신망(코트넷)에 사법행정을 꼬집는 글을 올린 법관 9명은 실제로 인사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공소사실을 보면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에 해당하는 법원행정처의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에 이름이 오른 법관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31명에 달했다.
2013년 2명, 2014년 4명 수준이었던 리스트는 2015년 6명으로 늘었고, 2016년에는 무려 12명의 이름이 올랐다.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돼 1차 진상조사가 이뤄졌던 2017년에도 7명이 이른바 ‘물의 야기’ 법관으로 지목됐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은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단초가 된 사건이다. 3차례에 걸쳐 사법부 자체 진상조사가 벌어졌지만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단서를 찾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내부 진상조사결과가 법조계 안팎의 불신을 초래하며 결국 검찰 수사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검찰이 찾아낸 행정처 내부 문건에는 수년간 수십 명의 판사가 ‘인사조치 검토대상’에 오른 사실이 담겼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이 문건에 ‘V’ 표시를 하며 인사조치의 최종 결정을 한 것으로 본다.
검찰은 또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 등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판사 9명이 실제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정황도 확인했다.
2011년 12월 김모 당시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사법부 내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는 청원 글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최모 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한미 FTA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이듬해 2월 정기인사에서 인사원칙에 어긋나는 문책성 인사조치가 이뤄졌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의 판결을 비판하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린 판사들이 문책성 인사조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