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남우정 기자] ‘우상’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배제하고 보더라도 스릴러적 재미를 가진 작품이다.
20일 개봉한 ‘우상’은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 구명회(한석규)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유중식(설경구),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 최련화(천우희)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수진 감독의 메시지가 명확한 ‘우상’을 SWOT분석으로 짚어봤다.
■ Strength (강점)
‘우상’의 시작점은 뺑소니 교통사고다. 정치 인생 위기에 몰린 구명회는 살아남기 위해서 아들에게 자수를 시키고 아들의 성욕까지도 해결해주던 중식은 아들 사건의 단서와 아들의 마지막까지 함께 있던 련화를 찾기 위해 나선다. 조선족인 련화는 오직 ‘생존’을 위해서 살아왔고 그에 따른 선택만 해왔다. 세 인물이 각자 갖고 있는 우상은 명확하게 다르다. 그 자체만으로 극은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우상’의 이수진 감독은 맹목적으로 우상을 쫓는 이들을 통해서 우상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극 중에 수많은 은유와 상징이 있기 때문에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어렵지만 ‘우상’은 스릴러로서도 매력이 충분하다. 세 인물의 사연은 모두 강렬하다. 어떤 인물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집중할 수 있을 정도다. 뺑소니 사고의 의문을 풀기 위해서 나아가다 보면 세 인물의 욕망을 마주할 수 있다. 이야기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몰입 당한 채 끌려간다.
그리고 세 배우의 명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더 높인다. 시대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한석규와 설경구의 연기는 완전히 색이 다르다. 그 팽팽함이 관객을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어느 한 쪽만을 따라갈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대선배들 사이에서 이처럼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배우는 천우희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이 나이대의 대체 배우는 생각할 수조차 없다. 쉽지 않은 캐릭터인 최련화는 후반부 극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한다.
■ Weakness(약점)
한 마디로 ‘불친절’하다. 생각거리를 던져주긴 했는데 은유와 상징이 주를 이루다 보니 의문만 남는다. 무엇보다 메시지야 관객 몫으로 남겨뒀다곤 하나 련화의 대사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지점은 아쉽다. 관객이 제대로 사유할 수 있는 장치는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 Opportunity (기회)
일단 올해 베를린영화제 초청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미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최근 이런 작가주의적 작품도 드물었다는 것이 ‘우상’에겐 다행인 지점이다
■ Threat(위협)
‘우상’의 개봉날 한국 영화는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전쟁을 한다. 범죄 오락물인 ‘돈’과 또 다른 범죄물인 이선균 주연의 ‘악질경찰’이 같은 날 개봉한다. 영화의 색이 전혀 다르지만 한국 영화끼리 피를 보는 상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