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뷰어스=장수정 기자]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속 시원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주인공 조진갑이 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이 섬세한 현실 위에서 개연성 있게 그려진 것이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앞으로도 공감과 몰입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호평받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9일 첫 방송된 MBC 새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극본 김반디 연출 박원국)은 왕년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유도 폭력 교사였지만 지금은 복지부동을 신념으로 하는 6년차 공무원 조진갑(별명 조장풍, 김동욱)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 발령 난 뒤 갑질 악덕 사업주 응징에 나서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이날 방송에서는 평범한 공무원 조진갑이 영웅으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특별근로감독관으로 일하던 공무원이 갑질에 희생당한 을을 위해 펼치는 만화 같은 활약이 중심 이야기인 만큼, 드라마는 첫 회부터 주인공 조진갑을 공들여 그려내며 개연성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늦은 나이에 가까스로 9급 공무원에 합격한 조진갑은 그저 철밥통으로 가늘고 길게 살고 싶은 현실적인 인물. 그러나 노사갈등 현장에서 옛 제자 김선우(김민규)와 재회한 후 조진갑은 뜻하지 않게 그를 도우며 꿈꿨던 평범한 삶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특히 체육 교수였던 조진갑이 학교 폭력 피해자였던 김선우에게 저항하라고 가르쳤고, 이에 김선우가 피해자에서 오히려 가해자가 돼야 했던 아픈 과거가 교차 편집으로 설명돼 지루하지 않게 전달됐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내포된 이야기는 다소 무거웠다. 긴 시간 시험을 준비하다 합격의 영광에 젖은 것도 잠시, 밀려드는 민원인과 부족한 인력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공무원들의 현실적인 모습은 평범한 직장인들의 삶을 떠올리게 했다. 과거엔 정의감 넘쳤던 청년이 이제는 적당히 합의하고 밀린 임금을 받으라 조언하게 되는 모습은 씁쓸하지만 충분히 공감 가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조진갑이 만난 노동자들의 처절함이 현실에 무뎌진 그의 마음마저 움직이게 만들었다. 김선우는 할머니 승객에게 현금으로 받은 버스비 3100원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보고하는 걸 잊었다는 이유로 무참하게 잘렸으며, 운전기사는 고용인이 폭행을 해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운전하는 기사에게 발길질을 하고 막말을 쏟아내는 장면은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며 안타까움을 배가시켰다.
(사진=MBC)
그러나 드라마는 이 같은 묵직한 소재를 유쾌한 톤으로 담아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노동자들을 도우려다 현실과 절차의 벽에 부딪힐 때도 나름의 재치와 넉살을 발휘해 위기를 넘긴 조진갑이다. 윗선의 눈치를 보며 적당한 양심을 발휘하는 노동지청장 하지만(이원종)과 직원 조진갑은 시종일관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더하기도 했다. 김동욱은 유쾌한 모습과 아픈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극과 극의 감정을 능숙하게 조절하며 몰입을 이끌었다.
황당하고, 억울하지만 실제로 있을법한 그들의 현실적인 사연은 조진갑이 히어로로 거듭나는 만화적 설정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개연성이 된 셈이다. 조진갑이 전직 유도 선수였다는 설정은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펼치는 화려한 액션도 무리 없이 이해시킨다.
첫 회에서는 주인공 조진갑 인물을 납득시키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의 전개에서는 갑을기획 사장 천덕구(김경남)와 변호사 우도하(류덕환) 등 조진갑과 얽히고설킨 인물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조진갑과 과거부터 얽힌 인물들은 물론, 을들의 적이 된 미리내장학재단 이사장 구대길(오대환)과의 대결 역시 흥미를 끄는 요소다. 이야기의 스케일이 큰 풍자 드라마는 현실을 얼마나 섬세하게 담아내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이번 드라마는 조진갑의 히어로 활약이라는 다소 판타지적인 설정이 끼어드는 만큼 그를 받치고 있는 현실의 개연성이 무엇보다 중요할 터. 현재까지는 빠르고 시원한 전개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초반의 흥미와 집중도를 유지하며 꾸준한 호평을 받을 수 있을까.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