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방송화면)
[뷰어스=장수정 기자] tvN 새 예능프로그램 ‘애들 생각’이 10대 자문단을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했지만 여전한 한계를 드러냈다.
‘애들 생각’은 연예인 자녀들의 일상과 고민을 담은 ‘둥지탈출’의 후속격인 프로그램이다. ‘둥지탈출’ 시리즈를 연출한 김유곤 CP가 또 한 번 연출을 맡았고, 박미선과 박민, 송지아, 김유진 등 전 작품에 출연했던 이들이 그대로 등장했다.
‘둥지탈출 시즌1’은 부모의 품을 처음 떠난 자녀들의 독립 생활기를 담았다. 주요 출연진을 청소년들로 구성, 엄마 없이 생활하는 아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를 기록하다 시즌3부터는 방향을 바꿨다. 부모와 사춘기 아이의 갈등을 관찰 카메라에 담은 것. 때문에 의뢰인 가족의 일상을 관찰하며 자녀의 속마음과 행동을 들여다 보는 ‘애들 생각’은 시즌3의 기획의도를 좀 더 심화시킨 프로그램에 가깝다.
‘애들 생각’과 ‘둥지탈출 시즌3’의 큰 틀은 같은 셈. 의뢰인의 가정 내 일상을 촬영한다는 점이 같고 사춘기 아이와 부모의 갈등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이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 역시 동일하다.
‘애들 생각’이 내세운 차별점은 부모가 아닌, 청소년 자문단이 대화의 주체가 된다는 것. 대상을 청소년으로 확정, 그들의 속내를 살펴보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다. 고(故) 최진실 아들 최환희, 모델 배유진, 방송인 박종진의 딸 박민, 축구선수 송종국의 딸 송지아, 야구선수 홍성흔의 딸 홍화리, 아역 배우 김수정, 박민하 등 자문단의 나이대와 성향, 가정환경 등을 다양하게 구성해 시각을 넓히려 신경 쓴 점도 엿보인다.
(사진=tvN)
이런 차이에도 불구, ‘애들 생각’이 보여준 깊이는 얕았다. 어른에서 아이로 시점을 바꾼 것만으로는 여전한 한계가 존재한다. 이전 프로그램과 다른 ‘애들 생각’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선 다양한 고민이 필수적이다.
이날 이윤성, 홍지호 부부와 딸 세라의 이야기가 1시간 분량을 모두 채웠지만, 무뚝뚝하고 반항적인 세라와 그런 세라에게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이윤성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에 그친 것이다. 자문단이 “엄마가 먼저 속마음을 이야기해라” “일주일 용돈 1만 5000원은 부족하다” 등의 조언을 했지만, 이를 통해 딸의 마음을 짐작해본 이윤성의 모습이 그저 해결책의 전부였다. 세대 간의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는 굳이 ‘둥지탈출’까지 종영시키며 방향을 전환한 의미가 없다.
결정적으로 일반인 고민을 다룬 예능프로그램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일반인 10대 자녀와 부모가 갖고 있는 고민을 관찰을 통해 리얼하게 보여준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등 프로그램과 지나치게 유사했다. 수시로 대화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는 것에 익숙한 10대들을 위해 자문단 단체 대화방의 실시간 대화를 살펴보는 것이 유일한 차이점이었지만 이 역시 일차원적인 발상에 그치는 수준이다. 즉각적 반응은 그들의 좀 더 솔직한 속내를 들여다보기 위한 장치였지만 VCR에 그대로 삽입되며 인위적이란 인상을 안겼다.
갈등 상황이 집중적으로 담기는 만큼 과한 언행들도 등장하는데, 이를 위한 보호 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다. 가감 없는 그들의 모습이 공감을 자아내는 한편 자극적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 실제로 일반인들의 고민을 다룬 다수 예능에서 출연자의 지나친 행동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악플을 쏟아내며 가해로 이어진 사례가 많다. 특히 예민한 사춘기를 담는 프로그램이기에 이에 대해 연출진은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