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방송화면)
[뷰어스=장수정 기자] tvN 수목드라마 ‘그녀의 사생활’이 신선한 소재를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녀의 사생활’은 직장에선 완벽한 큐레이터지만 알고 보면 아이돌 ‘덕후’인 성덕미(박민영)가 까칠한 상사 라이언(김재욱)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덕질’ 로맨스 드라마다.
이날 방송에서는 성덕미(박민영)의 이중적인 면모가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낮에는 미술관 큐레이터로 완벽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저녁이 되면 마스크와 후드 모자를 쓰고 아이돌을 쫓아다니는 성덕미의 활약이 초반 관심도를 높였다.
성덕미가 까칠한 미술관 관장 라이언(김재욱)과 우연히 얽히게 되는 모습도 등장해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성덕미는 유명 작가의 미술 작품을 낙찰받기 위해 간 경매장에서 가수 시안(정제원) 생일 선물로 노리던 그림을 라이언에게 뺏기며 악연을 시작했다. 또 공항에서 시안의 사진을 찍던 중 라이언과 부딪혀 그의 옷을 찢는 사고까지 쳤다. 방송 말미에는 미술관 새 관장으로 부임한 라이언과 마주치면서 본격적으로 얽히기 시작했다.
아이돌 ‘덕후’라는 새로운 소재는 ‘그녀의 사생활’ 특유의 재기 발랄한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다. “덕후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태어나는 것” “생에서 꼭 만나야 할 사람은 소울메이트가 아니다. 덕질메이트지” 등 ‘덕질’의 의미를 꽤 현실적으로 담아내 소재의 맛을 살렸다. 이에 대해 잘 모르는 시청자들을 위해선 드라마 중간 전문 용어의 뜻을 삽입해 이해를 도왔다. 빠른 편집과 자막, CG의 활용을 통해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보였다.
(사진=tvN 방송화면)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덕후’의 일상이 초반부 흥미를 끄는 데는 성공했으나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는 못했다. 성덕미가 덕질을 할 때마다 라이언이 우연히 등장해 그를 방해한다는 에피소드는 더욱 신선하지 못했다. 지나친 ‘우연’의 반복은 결국 드라마 전체의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만화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쓰인 CG나 자막, 패러디 등 장면 역시 효과적이라는 느낌을 선사하지 못했다. 코미디적 요소를 살리기 위한 특수 효과들은 적재적소에 쓰일 때 그 효과가 커진다. 하지만 이 자체가 전개의 동력이 되면 지루함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면에서 드라마는 탄탄한 서사가 뒷받침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기교나 잔재미로만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인상을 안겼다.
다만 로맨틱 코미디의 성패는 주인공들의 ‘케미스트리’에 달려 있기에 악연으로 얽힌 성덕미, 라이언의 관계 변화를 박민영, 김재욱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려낼 지 기대해 볼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첫회처럼 단순히 우연에만 기댄 현실성 없는 전개가 지속된다면 결국 시청자들이 외면할 작품으로 남을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