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씨는 자기 팬들이 외모가 못난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부족함 없이 사는 사람들이 왜 자기 노래를 듣는냐고 합니다.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자기를 찾는다는 거죠. 그런데 제가 볼 때는 부자도 결핍이 있고, 장동건처럼 잘 생긴 사람도 결핍이 있어요. 정태춘 씨가 잘못 생각한 거예요.” 정태춘의 ‘내 팬의 모습은 이렇다’라고 정의 내린 내용을 박은옥이 해석(?)해 설명한 것이다. 자신들의 노래를 찾는 이들은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자신들의 노래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고맙다고 말한다. 사람들을 위해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서 서로 위로받고 성장한 것이다. 1일 오후 8시 세종문회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정태춘 박은옥 4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 – 날자, 오리배’는 시간여행 이었다. 부부의 노래가 울릴 퍼질 때마다 이곳저곳서 속삭이듯이 “내가 초등학교 때 저 노래를 들었다” “대학 때 저 노래를 불렀더니 교수가 놀래하더라”라는 말이 들렸다. 공연 초반에 선보인 ‘서해에서’ ‘회상’ ‘촛불’ ‘윙윙윙’은 1978년 정태춘 1집과 박은옥 1집에 실린 곡들이다. 40년을 훌쩍 넘은 이 곡들은 때론 처연하게 때론 신나게 관객들과 호흡했다. 그렇게 시작한 공연은 1985년을 넘어 2019년까지 다가오다가, 1984년, 2002년, 1978년, 1980년, 1993년을 종횡무진 옮겨 다녔다. 소리꾼과 함께 부른 ‘5.18’은 압도적이었고, 정태춘 스스로 비극적 정서의 백미라 부르는 ‘빈 산’은 여전히 쓸쓸했다.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를 소개하는 박은옥의 먹먹함은 또다른 ‘비극적 정서의 백미’였고,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그 시간에 관객을 세웠다. 이날 공연에서 박은옥과 정태춘이 부른 곡은 18곡이다. 40년 역사를 2시간 30분 18곡에 담기에는 애초 불가능한 작업이다. 그래서 이 곡들이 더 소중하고 애틋했다. 얼마나 고르고 골랐을 것이며, 그 노래를 40주년을 맞아 들려줄 이유가 존재했을 테니 말이다. 정태춘과 박은옥은 가수로서의 모습만 아니라, 부부로서의 애정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곡이 끝날 때 마다 박은옥은 곡에 대한 설명을 하며 남편 정태춘이 어떻게 그 곡을 만들고 개입했는가를 관객에게 이해시켰다. “정태춘 씨는 가수로서는 천재다. 150점을 주고 싶다. 남편으로는, 50점 정도다”라는 말로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갑자기 음악을 안 하겠다고 한 사람이 또 ‘갑자기’ 어느 날 정말 툭 나를 위해 음악을 만들겠다고 했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애틋함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됐고, 그 전달된 기운은 ‘사랑하는 이에게’가 노래될 때, 관객 전체가 따라 불러 중저음의 목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한편, 이번 콘서트의 타이틀은 2012년 발매한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에서 ‘92년 장마, 종로에서(헌정트랙)’과 함께 앨범의 피날레를 장식한 ‘날자, 오리배…’에서 따왔다. 비자도 국적도 없이, 바이칼호수, 에게해, 탕가니카, 티티카카 호수로 가는 오리배를 타고 대자연과 하나 되고자 하는 두 사람의 바람은 이번 전국 투어로 계승됐다. 정태춘, 박은옥의 서울 공연은 7일까지 개최되며, 이후 부산, 전주, 창원, 강릉 등을 거쳐 인천에서 7월 마무리된다. 유명준 기자 neocross@viewers.co.kr

[공연;뷰] 정태춘-박은옥의 ‘결핍’된 이들을 위한 위로, ‘그 40년’

유명준 기자 승인 2019.05.02 22:35 | 최종 수정 2138.08.31 00:00 의견 0

 

“정태춘 씨는 자기 팬들이 외모가 못난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부족함 없이 사는 사람들이 왜 자기 노래를 듣는냐고 합니다.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자기를 찾는다는 거죠. 그런데 제가 볼 때는 부자도 결핍이 있고, 장동건처럼 잘 생긴 사람도 결핍이 있어요. 정태춘 씨가 잘못 생각한 거예요.”

정태춘의 ‘내 팬의 모습은 이렇다’라고 정의 내린 내용을 박은옥이 해석(?)해 설명한 것이다. 자신들의 노래를 찾는 이들은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자신들의 노래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고맙다고 말한다. 사람들을 위해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서 서로 위로받고 성장한 것이다.

1일 오후 8시 세종문회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정태춘 박은옥 4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 – 날자, 오리배’는 시간여행 이었다. 부부의 노래가 울릴 퍼질 때마다 이곳저곳서 속삭이듯이 “내가 초등학교 때 저 노래를 들었다” “대학 때 저 노래를 불렀더니 교수가 놀래하더라”라는 말이 들렸다.

공연 초반에 선보인 ‘서해에서’ ‘회상’ ‘촛불’ ‘윙윙윙’은 1978년 정태춘 1집과 박은옥 1집에 실린 곡들이다. 40년을 훌쩍 넘은 이 곡들은 때론 처연하게 때론 신나게 관객들과 호흡했다. 그렇게 시작한 공연은 1985년을 넘어 2019년까지 다가오다가, 1984년, 2002년, 1978년, 1980년, 1993년을 종횡무진 옮겨 다녔다.

소리꾼과 함께 부른 ‘5.18’은 압도적이었고, 정태춘 스스로 비극적 정서의 백미라 부르는 ‘빈 산’은 여전히 쓸쓸했다.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를 소개하는 박은옥의 먹먹함은 또다른 ‘비극적 정서의 백미’였고,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그 시간에 관객을 세웠다.

이날 공연에서 박은옥과 정태춘이 부른 곡은 18곡이다. 40년 역사를 2시간 30분 18곡에 담기에는 애초 불가능한 작업이다. 그래서 이 곡들이 더 소중하고 애틋했다. 얼마나 고르고 골랐을 것이며, 그 노래를 40주년을 맞아 들려줄 이유가 존재했을 테니 말이다.

정태춘과 박은옥은 가수로서의 모습만 아니라, 부부로서의 애정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곡이 끝날 때 마다 박은옥은 곡에 대한 설명을 하며 남편 정태춘이 어떻게 그 곡을 만들고 개입했는가를 관객에게 이해시켰다. “정태춘 씨는 가수로서는 천재다. 150점을 주고 싶다. 남편으로는, 50점 정도다”라는 말로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갑자기 음악을 안 하겠다고 한 사람이 또 ‘갑자기’ 어느 날 정말 툭 나를 위해 음악을 만들겠다고 했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애틋함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됐고, 그 전달된 기운은 ‘사랑하는 이에게’가 노래될 때, 관객 전체가 따라 불러 중저음의 목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한편, 이번 콘서트의 타이틀은 2012년 발매한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에서 ‘92년 장마, 종로에서(헌정트랙)’과 함께 앨범의 피날레를 장식한 ‘날자, 오리배…’에서 따왔다. 비자도 국적도 없이, 바이칼호수, 에게해, 탕가니카, 티티카카 호수로 가는 오리배를 타고 대자연과 하나 되고자 하는 두 사람의 바람은 이번 전국 투어로 계승됐다.

정태춘, 박은옥의 서울 공연은 7일까지 개최되며, 이후 부산, 전주, 창원, 강릉 등을 거쳐 인천에서 7월 마무리된다.

유명준 기자 neocross@view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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