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도토리 키재기가 아니다. 금융지주 계열사라는 공통 분모로 비등비등한 경쟁을 이어오던 증권사들이 긴 체력싸움 끝에 격차를 벌리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대 금융지주 계열사인 KB·신한·하나증권 가운데 KB증권이 1분기 가장 높은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 IB·WM 고른 성장...달리는 말 KB증권 KB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각각 2515억원, 1980억원을 기록, 3개사 중 가장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각 부문이 고른 성장을 보였다는 것. 수탁수수료가 전년대비 21.7% 늘어난 1291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IB수수료 805억원, 금융상품수수료 146억원 등이 모두 전분기보다 크게 늘었다. 이자이익도 1500억원에 육박하며 성장했다. KB증권의 실적 개선은 최근 수년간 추이에 비춰볼 때 일시적인 흐름은 아니다. 특히 자산관리(WM)부문과 기업금융(IB)의 고른 성장은 업권 내 KB증권의 입지를 확고하게 해주는 버팀목이 됐다. 기업금융(IB)은 지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전후로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존재감을 단번에 드러낸 이후 줄곧 리그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이달 제일엠앤에스, 민테크, HD현대마린솔루션 IPO를 잇따라 주관한 데 이어 연내 예정된 케이뱅크 IPO 역시 주관할 예정이어서 올해 IPO 리그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사진=여의도역에 설치된 KB증권 광고) 리테일 고객 자산도 꾸준한 증가세다. 2019년 74조원이던 자산 규모는 1분기 현재 149조원을 기록했다. 두 배 성장이다. 특히 공모주 청약 효과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장 점유율로 이어지며 최근 MTS를 통한 공모주 청약 경험 고객 수 300만명을 돌파했다. KB증권의 실적 개선은 금융지주 내 실적 기여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특히 KB국민은행이 1분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대규모 손실 여파를 입은 상황에서 순익을 확대함으로써 지주내 순이익 기여도가 무려 18.87%까지 늘어났다. 지난 2022년 4.5%였던 기여도가 지난해 8.4%까지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역시 지주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후퇴'하는 신한투자증권, 역성장 '굴욕' 이와는 달리 신한투자증권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신한투자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757억원으로 전년대비 43.7% 감소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도 32.4%의 감소폭을 기록하며 1272억원에 그쳤다. 이는 주요 금융지주사 계열 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부진한 수준. 유일한 역성장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자기매매부문이다. 증시 상승 효과로 인해 위탁수수료와 금융상품 부문이 각각 26.3%, 35.5% 늘었지만 자기매매에서 40% 가깝게 이익이 줄어들면서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단기 성과만이 아니다. 증권 자체 경쟁력을 놓고 볼 때에도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신한투자증권은 2022년 김상태 사장 취임 이후 IB부문의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전통 IB부문에서 다양한 트랙 레코드를 쌓는 등 입지 확대를 시도 중이다. 하지만 업권 내 치열해지는 경쟁 구도를 감안했을 때 속도나 입지가 김 사장의 명성에 비해 아쉬운 성과라는 평가다. 당장 1분기 IB 수익은 2.6% 줄어든 428억원에 그쳤는데 지난해 1분기를 돌아보더라도 전년대비 수수료 수익은 2022년 대비 54% 가량 감소한 수준이었다. IPO 주관 실적도 후퇴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주 내 실적 기여도는 1분기 5.7% 지난 2022년 8.84%에서 지난해 2.3%까지 낮아진 바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해에 이어 1분기(5.63%)에도 하락함으로써 비은행 계열사 11개 중 8위에 그쳤다. ■ 하나증권, 사라지지 않는 부동산 익스포저 '그늘' 그런가 하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며 불황의 터널을 지나야 했던 하나증권은 1분기 그나마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1분기 순이익은 899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 전년동기보다 8% 증가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충격을 가장 많이 입은 증권사 중 하나다. 지난 4분기에만 124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연간 3340억원이라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일단 1분기 부문별 성적을 보면 WM과 IB부문에서 고른 수익 성장을 거뒀고,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 강점을 유지하는데도 성공했다. 다만, 부동산 투자로 인한 여파는 여전히 관심대상이다.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그룹 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는 브릿지론과 본 PF를 포함해 8조원 수준으로 2~3분기를 기점으로 일부 구조조정이 이뤄짐에 따라 추가 충당금을 추가 적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역시 5조원 규모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효자'된 KB증권 vs '눈칫밥' 신한·하나

전부문 고른 성장 'KB'...리스크+역성장 '하나·신한'
금융지주 증권3사, 경쟁력·존재감 격차 벌어져

박민선 기자 승인 2024.04.30 14:34 의견 0

더이상 도토리 키재기가 아니다. 금융지주 계열사라는 공통 분모로 비등비등한 경쟁을 이어오던 증권사들이 긴 체력싸움 끝에 격차를 벌리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대 금융지주 계열사인 KB·신한·하나증권 가운데 KB증권이 1분기 가장 높은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 IB·WM 고른 성장...달리는 말 KB증권

KB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각각 2515억원, 1980억원을 기록, 3개사 중 가장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각 부문이 고른 성장을 보였다는 것. 수탁수수료가 전년대비 21.7% 늘어난 1291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IB수수료 805억원, 금융상품수수료 146억원 등이 모두 전분기보다 크게 늘었다. 이자이익도 1500억원에 육박하며 성장했다.

KB증권의 실적 개선은 최근 수년간 추이에 비춰볼 때 일시적인 흐름은 아니다. 특히 자산관리(WM)부문과 기업금융(IB)의 고른 성장은 업권 내 KB증권의 입지를 확고하게 해주는 버팀목이 됐다.

기업금융(IB)은 지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전후로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존재감을 단번에 드러낸 이후 줄곧 리그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이달 제일엠앤에스, 민테크, HD현대마린솔루션 IPO를 잇따라 주관한 데 이어 연내 예정된 케이뱅크 IPO 역시 주관할 예정이어서 올해 IPO 리그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사진=여의도역에 설치된 KB증권 광고)


리테일 고객 자산도 꾸준한 증가세다. 2019년 74조원이던 자산 규모는 1분기 현재 149조원을 기록했다. 두 배 성장이다. 특히 공모주 청약 효과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장 점유율로 이어지며 최근 MTS를 통한 공모주 청약 경험 고객 수 300만명을 돌파했다.

KB증권의 실적 개선은 금융지주 내 실적 기여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특히 KB국민은행이 1분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대규모 손실 여파를 입은 상황에서 순익을 확대함으로써 지주내 순이익 기여도가 무려 18.87%까지 늘어났다. 지난 2022년 4.5%였던 기여도가 지난해 8.4%까지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역시 지주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후퇴'하는 신한투자증권, 역성장 '굴욕'

이와는 달리 신한투자증권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신한투자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757억원으로 전년대비 43.7% 감소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도 32.4%의 감소폭을 기록하며 1272억원에 그쳤다. 이는 주요 금융지주사 계열 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부진한 수준. 유일한 역성장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자기매매부문이다. 증시 상승 효과로 인해 위탁수수료와 금융상품 부문이 각각 26.3%, 35.5% 늘었지만 자기매매에서 40% 가깝게 이익이 줄어들면서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단기 성과만이 아니다. 증권 자체 경쟁력을 놓고 볼 때에도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신한투자증권은 2022년 김상태 사장 취임 이후 IB부문의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전통 IB부문에서 다양한 트랙 레코드를 쌓는 등 입지 확대를 시도 중이다.

하지만 업권 내 치열해지는 경쟁 구도를 감안했을 때 속도나 입지가 김 사장의 명성에 비해 아쉬운 성과라는 평가다. 당장 1분기 IB 수익은 2.6% 줄어든 428억원에 그쳤는데 지난해 1분기를 돌아보더라도 전년대비 수수료 수익은 2022년 대비 54% 가량 감소한 수준이었다. IPO 주관 실적도 후퇴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주 내 실적 기여도는 1분기 5.7% 지난 2022년 8.84%에서 지난해 2.3%까지 낮아진 바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해에 이어 1분기(5.63%)에도 하락함으로써 비은행 계열사 11개 중 8위에 그쳤다.

■ 하나증권, 사라지지 않는 부동산 익스포저 '그늘'

그런가 하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며 불황의 터널을 지나야 했던 하나증권은 1분기 그나마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1분기 순이익은 899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 전년동기보다 8% 증가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충격을 가장 많이 입은 증권사 중 하나다. 지난 4분기에만 124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연간 3340억원이라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일단 1분기 부문별 성적을 보면 WM과 IB부문에서 고른 수익 성장을 거뒀고,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 강점을 유지하는데도 성공했다.

다만, 부동산 투자로 인한 여파는 여전히 관심대상이다.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그룹 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는 브릿지론과 본 PF를 포함해 8조원 수준으로 2~3분기를 기점으로 일부 구조조정이 이뤄짐에 따라 추가 충당금을 추가 적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역시 5조원 규모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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