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기생충' 스틸
배우 최우식이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등 선배들에 버금가는 존재감과 분량을 뽐냈다. 영화 공개 전 말실수가 번진 분량 농담을 현실로 만든 최우식의 활약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반전이 된다.
4월 22일 열린 ‘기생충’ 제작보고회 당시 최우식은 세 번째 칸 초청을 받은 것에 대해 “‘부산행’ 때는 작은 역할이었다. ‘옥자’에서도 작은 역할로 갔었는데 이번 ‘기생충’은 큰 역할로 가게 돼 좋다”고 했다.
그러나 이내 “긴장을 해서 말이 잘못 나온 것 같다”고 당황한 모습을 보였고, 잔뜩 긴장한 그의 모습을 본 배우들과 감독들은 저마다 “내가 최우식 보다 분량은 적지만..”이라고 한 마디씩 보태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특히 봉 감독은 웃으며 “우리 영화에서 송강호도 최우식보다 대사 한 줄 정도 분량이 적다”라고 덧붙여 폭소를 자아냈다.
말실수를 귀엽게 본 선배들이 덧붙인 언급한 말이었지만 실제로 베일을 벗은 ‘기생충’에서 보여준 최우식의 존재감은 이 말이 마냥 거짓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분량은 물론 영화의 시작을 열고 끝을 닫는 중요한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며 존재감을 뽐낸 것이다.
우선 영화 속 사건 자체가 최우식이 맡은 기우에게서 시작된다. 친구의 소개를 받은 기우가 위조 증명서를 꾸며 박 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과외 교사로 입성하고, 가족들을 이 집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계략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들의 사기 아닌 사기가 만든 파국 끝에도 기우의 선택이 큰 파장을 만들어낸다.
사진=영화 '기생충' 스틸
또한 아버지로 등장한 송강호와의 호흡에서는 물론, 조여정, 이선균 등 선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박 사장네 가족을 속이고, 아버지에게 뻔뻔한 자신감을 내보이는 등 능청스러운 연기로 주변인들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봉 감독의 영화 ‘옥자’에서 슈퍼돼지 옥자를 운반하는 트럭 운전사인 청년 김 군으로 시선을 강탈한 최우식의 두 번째 출연이기에 더 주목받은 면도 있다. 당시 최우식은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히는 에너지 넘치는 청년의 모습과 투덜거리며 불만을 터뜨리다가도 최소한의 책임을 하는 현실적인 직장인의 모습을 능글맞은 연기로 소화해 짧은 분량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었다.
물리적인 분량도 컸지만, 늘어난 시간만큼 보여준 깊이감이 더욱 반갑다. 가난하지만 밝은, 긍정적인 청년의 모습부터 그의 선택이 낳은 예기치 않은 결과에 숨겨둔 욕망을 드러내는 쉽지 않은 감정을 다채롭게 소화해 극을 풍성하게 만든 최우식은 같은 청년임에도 더 울림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기생충’ 홍보 인터뷰에서 “분량은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하셔서 기쁘기만 한 정도였다”라며 “그것보다 나는 캐릭터 기우가 극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역할이라 부담이 컸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처음 볼 때는 더욱 긴장이 많이 됐다. 잘된 밥에 재를 뿌릴까 봐 걱정을 했는데 칭찬을 해주셔서 조금 마음을 놓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