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미스터 고' 스틸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은 수많은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들을 남겼다. 장르와 타깃 관객층 등 각자의 유형이 다른 만큼 사례 원인도 각양각색이다.
■ ‘7광구’ ‘미스터 고’
2011년 개봉한 ‘7광구’는 국내 최초 3D로 제작된 블록버스터였다. 시도는 칭찬할 만 했다. 그러나 기술에만 신경 쓴 탓인지 괴물의 생생함은 빛났지만 이를 받치는 서사의 완성도가 너무 낮았다. 긴장감 없는 단순한 전개에 배우 하지원, 안성기 등 배우들의 고군분투도 무용지물이 됐다. 약 1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7광구’는 누적 관객수 200만을 넘기는 데 그쳤다.
3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미스터 고’는 누적 관객수 100만을 겨우 넘겼다. 이 영화 역시 CG로 구현한 고릴라의 비주얼에는 문제가 없었다.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과 어린 시절 서커스단에 있을 때부터 그와 함께한 소녀의 이야기는 휴먼 영화도, 스포츠 영화도 아닌 모호한 정체성을 보여줬다. ‘7광구’ 사례와 유사하게 고릴라가 실감나게 뛰는 모습을 구현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서사의 개연성이 부족했다. 소녀와 고릴라의 교감이 주는 감동이 서사에 녹아들지 못해 영화의 핵심 포인트를 빠뜨렸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진=영화 '마이웨이' 군함도' 스틸
■ ‘마이웨이’ ‘군함도’
일제 강점기 시대를 다룬 ‘군함도’도 비슷한 사례였다. 대규모 스케일은 물론, 소지섭과 황정민, 송중기 등 스타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몰이를 했다.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해 노동자로 착취하고 있던 지옥섬 군함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류승완 감독은 민족주의적 전개에서 탈피하기 위해 몇 가지 변주를 가했다. 군함도 노동자들이 술과 노름을 하는 장면이 등장하고, 조선인 친일파를 등장시키는 등 이분법적인 갈등을 지우려고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당시의 아픔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했다는 평과 함께 역사의 아픔을 탈출 블록버스터로 소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65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손익 분기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 ‘신과 함께’ 시리즈
‘신과 함께’ 시리즈는 드물게 1편과 2편이 동시에 제작돼 쌍 천만 영화가 됐다. 동명의 원작 웹툰이 담은 상상력을 스크린에서 확인하는 재미가 가장 컸다. 지옥에서 재판 받는 과정을 그린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는 각 특징이 담긴 지옥의 큰 스케일이 시선을 압도했으며, 2편인 ‘신과 함께-인과 연’에서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펼쳐지는 방대한 스케일이 볼거리를 선사했다. 국내 CG 기술력의 발전을 한눈에 보게 한 작품이었다. 상당수가 CG로 처리된 이번 영화는 기술력만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여기에 세계관을 키워 속편 제작까지 예고하며, MCU와 비교하는 GCU 탄생을 기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