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서 추진중인 신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한화생명)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가 암초를 만났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그가 승진과 동시에 추진하려던 신사업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경영 능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금감원은 한화생명에 기관경고와 함께 과징금 18억 3400만원, 과태료 1억 9950만원을 부과했다. 또 임직원 12명에 대해 문책·감봉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앞서 한화생명은 대주주로 있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에 80억원을 무상지원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자산을 운용할 때 직·간접적으로 보험사의 대주주에게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
금감원의 조사에서 한화생명은 대주주 특혜와 별도로 보험금 부당 과소지급 등 보험업법 위반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경고가 최종 확정되면서 한화생명은 향후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지난달 15일 한화생명은 김 전무를 비롯한 4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김 전무는 이 인사를 통해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를 맡았다. 코로나19로 빠르게 변화하는 언택트 시대에 맞춰 보험사의 디지털화를 진두지휘하게 된 것.
또 김 전무는 한화생명의 신사업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지난달 업계 최초로 새로운 디지털영업채널 라이프 MD(LIFE MD) 론칭을 발표했으며 국내 보험사 최초로 빅데이터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한 중금리대출상품을 출시했다. 디지털기업의 성과체계로 불리는 OKR(Objective and Key Results)을 도입하며 본격 디지털경영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더불어 김 전무는 승진에 앞서 지난 5월 한화생명 조직개편을 주도하며 본사 사업본부 가운데 60%를 디지털 및 신사업 영역으로 구성했다. 디지털 부서에 평균연령 45세의 젊은 임원들을 배치했다.
이처럼 다른 보험사보다 발빠르게 신사업에 뛰어들어 준비를 하던 김 전무는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신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금감원의 중징계는 새로운 자회사를 인수하려던 한화생명의 계획에 브레이크를 걸게 만들었다. 한화생명은 현재 운영중인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인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의 인수합병을 추진해왔다.
피플라이프 지분 투자와 함께 인수합병으로 GA를 대형화하고 경쟁사와 차별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자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경쟁사와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한화생명은 내년 4월 포인트 플랫폼의 보험금 지급 서비스를 활용한 신상품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이 또한 당국의 인허가 보류로 인해 계획을 미루게 됐다.
한화생명은 해당 중징계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부 보도에서 행정소송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이 나왔지만 한화생명에서는 이에 대해 반박하기도 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일부 보도에서 나왔던 행정소송과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이라며 "상황에 대해 검토를 진행 중일 뿐 현제 계획된 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