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머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보다 ‘돈’이다. 특히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일희일비 할 수밖에 없다. 이에 MZ세대는 의사 표명의 수단으로 ‘금융치료’를 선택했다.
'금융치료'란 신조어는 개인이나 기업의 잘못을 금융 즉, 돈이란 형식을 통해 단죄한다는 의미다. 위자료, 범칙금, 과태료, 벌금 등 현금을 내게해 책임을 묻는다는 얘기다. 광고주를 압박하거나 불매운동을 펼쳐 기업과 자본과의 고리를 직접적으로 끊어내는 것이다.
금융치료의 시발은 대개 익명 커뮤니티나 SNS 등 온라인에서 쏘아 올려진다. 누리꾼들은 사회적으로 부당한 일을 했거나 소비자가 납득할 수 없는 선택을 한 기업들의 만행을 낱낱이 공개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그 기업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낸다. 커뮤니티와 SNS에서 시작된 작은 물결이 언론에 퍼지고 메인 뉴스에 등장하면서 점차 거센 파도로 변한다.
이러한 목소리를 내는 대부분은 커뮤니티와 SNS 같은 인터넷에 익숙한 MZ세대다.
본격적인 금융치료라 할 수 있는 사건으로 2년 전 일본 제품 불매운동, '노 재팬(NO JAPAN)'을 들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당시 불매운동에 대한 의지는 20대와 30대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20대 54%, 30대 57%로 다른 세대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20대 중에는 일본의 사죄와 배상 이후에도 불매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유일하게 50%를 넘어섰다.
MZ세대의 불매운동은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주류 수입현황에 따르면 맥주와 청주 등 일본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2년 연속 주류 수입량도 감소했다.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매출이 급락하자 한국에서 매장을 계속 철수하고 있다. 지난해 없어진 매장만 해도 40개다.
기업 갑질로 시작된 남양유업 불매운동도 8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 역시 MZ세대의 힘이 크다. 커뮤니티와 SNS에서 이른바 ‘끌올(끌어 올리기)’을 하면서 과거 기업들의 악행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종이신문을 통해 일방적으로 정보를 주입 받았던 과거와 달리 MZ세대는 주체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낸다.
최근에는 드라마판도 MZ세대의 금융치료로 직격탄을 맞았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이면서 한국 드라마 최초로 2회 만에 조기 종영됐다. 이전에도 ‘철인왕후’, ‘기황후’ 등 많은 드라마들도 왜곡된 역사관을 담았다는 이유로 이슈가 됐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목소리는 금세 묻혔다.
그래서 ‘조선구마사’ 때는 타깃을 변경했다. 드라마 제작진이 아닌 제작을 지원하는 광고주를 압박해 드라마 제작에 차질이 생기게끔 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광고업체에 직접 연락을 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보였다.
이에 대부분의 광고업체들은 단 며칠 만에 드라마 제작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래가 불확실한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보다 고객을 보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게임업계도 이용자들의 불매운동으로 몇 차례 쓴 맛을 보았다. 엔씨소프트의 효자 게임 ‘리니지M’은 이용자들과의 마찰에서 빚어진 불매운동 탓에 이번 1분기 매출이 14% 가까이 감소했다. 넥슨 등 여타 게임사도 트럭시위로 인해 난처한 상황을 겪었다.
MZ세대는 더 이상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통해 힘껏 주장을 펼친다. 효과적이고 즉각적인 그들만의 방식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함이라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