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최근 신설된 DI 추진단에 김진현 전 삼성화재 디지털 부장을 단장으로 영입했다 (사진=우리은행)

시중은행들이 공채로 입사해 임원까지 오르던 전통적인 ‘순혈주의’ 조직문화를 과감히 버리고 있다. 비대면 디지털 금융의 확산에 맞춰 외부 인재를 앞다퉈 영입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조직까지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체제 변화에 적극적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디지털 금융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존 금융업의 관행과 조직을 깨야 한다는 판단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목표로 새로운 조직을 전면 개편하면서 외부 인재를 포섭했다. 신설된 DI 추진단에는 김진현 전 삼성화재 디지털 부장을 단장(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김 본부장은 삼성화재 인터넷전략팀, UX&ANALYTICS 센터장을 역임하면서 마케팅 기획과 UX 전략, 데이터 분석 등 다방면의 디지털 사업을 총괄했다.

우리은행은 김 본부장 영입 이유에 대해 “삼성화재 디지털 사업 추진단장 당시 자동차보험 점유율을 업계 정상으로 이끄는데 일조한 만큼 해당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은행은 외부 전문가 영입에 발맞춰 디지털 전환 완성을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디지털 역량 집중과 전문화, 디지털 고객 경험 강화, 기업금융 플랫폼 시장 선점, 디지털 신기술 사업 강화가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이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기존 DT 추진단을 디지털 그룹으로 격상한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외부 전문가 영입과 조직개편을 통해 신속한 디지털 전환, 차별화된 디지털 고객 경험 제공 등을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행들도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디지털 혁신 조직을 신설하거나 체계적인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외부 인재 영입은 물론, 내부 디지털 인재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말 하나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실리콘밸리 및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소장 출신 김정한 전무를 영입했다. 김 전무는 현재 그룹의 ICT 총괄을 맡고 있다.

또 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하나금융그룹과 ‘DT 유니버시티’를 공동으로 출범시켰다. ‘DT 유니버시티’는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 맞춤형 실무 교육을 진행하는 통합 교육 플랫폼이다.

지난해 말 신한은행은 은행장 직속의 혁신 추진조직인 ‘디지털 혁신단’을 신설했다. 혁신의 가속화를 위해 김혜주 전 KT 상무와 김준환 전 SK주식회사 C&C 상무를 디지털 혁신단을 이끌어나갈 리더로 영입했다.

지난달에도 신한은행은 AI 사업을 총괄하는 AICC(통합AI센터) 센터장에 김민수 삼성SDS AI선행연구Lab장을 영입했다. 김 센터장은 KAIST에서 데이터마이닝을 전공하고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삼성SDS AI 선행연구소 부서장으로 AI 기술 연구와 관련 사업을 이끌어왔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초 테크그룹 소속 테크기술본부장에 박기은 전 네이버 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했다. 국민은행은 ICT 분야에 높은 이해도와 실무능력을 겸비한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역량을 제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