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장금융이 새 투자 본부장에 전 청와대 행정관을 선임했다 (사진=한국성장금융 홈페이지)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무지성(無知性)’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어리석은 행동을 하거나 생각 없어 보이는 언행을 하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단어다.
이 단어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인사 정책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한다. 20조원을 관리할 책임자로 아무런 경력도 없는 전 청와대 행정관 출신을 앉혔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물론 금융권에서도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3일 한국성장금융에 따르면 최근 투자운용본부에서 뉴딜펀드 운용 기능만을 떼어낸 투자운용2본부를 신설했다. 이에 기존 투자운용본부를 이끌었던 서종군 전무가 1본부장으로 이동하고 신설된 2본부장에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선임했다.
황 전 행정관은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출신으로 당 기획조정국장 등을 거쳐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전략기획팀장을 지냈다.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옮겨 조국 전 민정수석과도 호흡을 맞췄다.
황 전 행정관 선임은 일반적인 공기업이나 행정기관이라면 논란까진 일어나지 않을 정도의 인사다. 하지만 한국성장금융은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인 ‘한국판 뉴딜펀드’의 총괄사다. 수십조원의 자금을 관리하고 운용해야 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 펀드·투자 관련 경력은 물론 펀드매니저의 기본 자격증인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조차 없는 전 청와대 행정관이 선임됐다는 점은 ‘낙하산 인사’, ‘무지성 인사’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앞서 황 전 행정관은 지난 2019년 3월에도 국내 은행들이 출자해 설립된 구조조정 전문기업 연합자산관리(유암코)의 상임감사로 임명돼 낙하산 논란이 일었는데 상임감사 임기를 반년 정도 남긴 상황에서 또다시 논란이 야기된 셈이다.
5년간 20조원 규모로 조성될 뉴딜펀드의 운용을 총괄하는 자리에 ‘무자격’의 황 전 행정관이 선임되자 논란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성기홍 한국성장금융 대표와 청와대 고위직 출신 인사의 친분이 인사에 작용된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성장금융 측은 “운용 방향이나 철학, 위탁 운용사 관리 등 업무에 집중할 계획인 만큼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결정권자의 선택이 나라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은 역사로 확인됐다. 이 자리는 20조원을 관리해야 하는 자리다. 그만큼 신중하고 철저한 검증을 통한 적임자 선택이 필요하다. 핑계는 그만하고 재선임 과정을 거치는 게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