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펄어비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
열흘 동안 붉은 꽃이 없고, 아무리 높은 권세를 가져도 십 년 가지 못한다.
지금은 철옹성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 같고, 번성한 것이라고 할 지라도 반드시 쇠하고, 오랜 세월 지속되지 못할 수 있음을 경고한 옛 말이다. 조상들이 오랜 시간 겪으면서 터득한 지혜다.
이는 케인즈와 함께 경제학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조지프 슘페터의 주장과도 통한다. ‘혁신(innovation)’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등이 이 경제학자의 주장이다.
기존 방식대로, 관성에 따라 기업을 운영하면 위기에 봉착하고 쇠하게 된다. 유능한 기업가는 이를 깨뜨리고 '새로운 결합' 즉, 혁신을 추구해야한다.
올해 게임업계가 봉착한 현실이자 교훈이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게임업계의 '3N(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이 시련을 겪었다. 이들은 PC게임의 전성기를 이루었던 시절 리니지, 카트라이더, 캐치마인드와 같은 초히트작들을 내놓으며 업계를 주도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떠는 이용자들이 많아졌다.
반면 3N이 주춤한 사이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등 중견 게임사들이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들이 추구한 ‘소통’과 ‘재미’가 창조적 파괴의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게임 ‘로스트아크’는 올해 역주행 신화를 이뤄냈다. 이용자의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소통하는 자세를 유지한 결과다. 이런 모습을 인정한 이용자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출시 2년 만에 순위 상승을 만들어냈다.
펄어비스는 다른 무엇보다 게임 본연의 ‘재미’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 긍정적인 여론을 가져왔다. 최근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된 신작 ‘도깨비’는 한국형 메타버스 게임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쉽게 개발 가능한 양산형이 아닌 자체 개발 엔진이 적용된 게임이라 더욱 박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자들은 이제 그저 그런 양산형 게임에 신물이 났다. 노력 없이 확률형 구조를 통해 거액을 벌어들이려는 게임사를 타도하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의미없이 복붙(복사+붙여넣기) 게임을 내놓는 일은 멈추고 창조적 파괴와 혁신에 나서야 생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