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에어버스 330 (사진=대한항공)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국가 기간산업 빅딜이 암초를 만났다. 유럽연합(EU)에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독과점을 문제삼으면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철회를 이끌어내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작업에도 불똥이 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항공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EU를 비롯해 미국·중국·일본 등 필수 신고국으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임의신고국 등 7개국 경쟁당국으로부터도 심사가 진행 중이며 공정위도 기업결합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제동을 건 EU집행위는 LNG 운반선 시장 독점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현대중공업 측도 EU의 이 같은 반대에 결국 한발 물러서며 공식적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철회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결합도 이 같은 독과점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깐깐한 EU의 반대에 부딪힐 확률이 크다는 우려다.
또 EU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캐나다 1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3위인 에어트랜잿의 합병과 스페인 1위 항공그룹인 IAG의 3위 항공사 에어유로파 인수도 사실상 무산시킨 사례가 있다.
EU는 에어트랜잿과 에어유로파가 파산 직전까지 가면서 스페인 당국으로부터 구제금융 지원을 받았음에도 인수합병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여기에 국내에서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을 두고 조건부 승인을 내거는 등 깐깐한 심사가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조건으로 공항 슬롯(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과 운수권 재배분을 내걸었다. 대한항공이 이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대한항공은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21일까지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반납해야할 노선으로는 알짜로 꼽히는 인천-미국 LA·뉴욕·시애틀·프랑스 파리·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이 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며 항공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것을 예방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이 공정위의 심사를 받아들인다면 반납한 노선의 재분배도 문제다. 국내 LCC업계가 운행할 여력이 되는지도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다.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 등 LCC항공사들은 슬롯 재분배가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장거리 운항을 검토하고 있으나 신규 파일럿 채용은 물론 유지·보수 체계도 새롭게 구상해야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EU 측에서도 깐깐하게 심사를 진행하면서 자국 항공사의 이득을 최대한 지키는 쪽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다"라며 "공정위 결정에 대해 대한항공이 그대로 따른다면 LCC업계 쪽에서는 항공기 정비나 인력 문제 등으로 알짜 노선 운행이 어려울 수 있어 이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