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와 함께 인터넷 방송에서도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인터넷 방송에서 이제는 대세로 자리잡은 '버츄얼 유튜버'의 등장입니다.
그동안 메타버스 열풍을 두고 필자를 포함해 일부에서는 억지 '밈(meme)'이라는 삐딱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버츄얼 유튜버의 흥행만큼은 진짜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옵니다. 버츄얼 유튜버의 인기가 눈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 방송하는 한 스트리머의 기획 아래 만들어진 '이세계 아이돌(이하 이세돌)'의 흥행이 특히 눈에 띕니다.
'이세돌'은 지난 2021년 8월 결성해 그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한 6인조 가상 걸그룹입니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 내놓는 가상인간의 개념과는 조금 다릅니다. 3D 캐릭터 혹은 2D 캐릭터가 실존 인물의 움직임에 따라 행동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상인간보다는 오히려 지난해 방송가에 한창 유행한 '부캐' 개념에 가깝다고 봅니다.
이들은 단체 활동은 물론 자신의 개인방송 활동도 이어나가면서 팬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팬층을 두텁게 하고 있습니다. 수 천명이 이들의 개인방송을 보는 것은 물론 유튜브에 게재하는 영상의 조회수도 수십만에 달합니다. 여기에 공식 음악 관련 영상은 100만 조회수를 훌쩍 넘어섭니다.
6인조 가상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의 '리와인드' 영상 갈무리 (자료=왁타버스 유튜브 채널 캡처)
이세돌이 두 달전에 발표한 '리와인드'라는 곡은 21일 기준 조회수 482만회를 넘어섰습니다.
가온차트 3월 첫째주에서 이세돌이 내놓은 싱글 2집 '겨울봄'은 다운로드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방송에서만의 영향력을 논하기에는 문화 전반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들이 이처럼 큰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이유는 너무 간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다소 인본주의적인 측면도 있는 듯 합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들은 캐릭터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팬들과 소통에 나섭니다.
굳이 무리수에 가까운 '인본주의'와 같은 이야기를 언급한 이유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디스토피아를 우려하는 목소리 때문입니다.
메타버스의 미래를 두고 소프트웨어 개발사 나이언틱 최고경영자(CEO) 존 행키는 "메타버스는 디스토피아의 악몽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존 행키는 "더 나은 현실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메타버스는)세상과의 단절이 아닌 인류를 돕기 위해 존재하는 기술이 돼야"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이 내놓는 가상인간을 두고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꺼내며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들은 진짜 사람으로 우리와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정말 빼닮은 가상 인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세돌'의 유행은 메타버스의 미래가 결국 인류의 소통 낙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