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직무유기인가, 금융당국에 허위보고한 것인가."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무산된 데 대한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의 책임론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금융위원회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 보고 당시 산은은 쌍용차 매각 절차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 간 법적 분쟁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계약자 지위 유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해 정식 가처분 사건을 접수했고 가처분 사건과 별도로 본안 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쌍용차는 인수 잔금의 납입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측에 인수계약 해제 통보를 단행했다. 서로가 물어뜯는 '진흙탕 개싸움'이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은 쌍용차 관련해서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매각 절차의 계약주체에 산은은 포함돼 있지 않고 법원이 회생절차를 주도하고 있어 산은이 별도로 입장을 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은이 공을 들여 추진했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빅딜’이 무산된 데 이어 구조조정 기업 매각 절차 마저 꼬이게 되면서 산은의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쌍용차는 회생방안을 새로 제출해 새 인수자를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업계 중론이다. 이렇게 되면 쌍용차는 청산 절차를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청산 과정이 새정부 출범 시기와 맞물려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쌍용차 청산이 대량 실업자를 양산하고 협력업체의 줄도산까지 이어질 수 있어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로서는 커다란 부담을 떠안게 된다.
결국 산은 책임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게 평가된 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명분이 약하다는 산은 입장으로서는 억울할 만도 한다. 쌍용차의 청산가치가 9820억원인 반면 쌍용차의 계속기업가치는 62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업을 청산해 ‘빚잔치’를 하는 게 더 낫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산은이 무작정 에디슨모터스의 자금지원 요청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견지한 것이 온당한 것인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애초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에 나선다고 했을 때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새우가 고래를 품는 격'이라는 게 여론이었다. 이때도 산은은 적극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수수방관했다.
이제라도 산은은 주채권 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산은이 쌍용차를 관리하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새 주인 찾기에 나사야 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와의 갈등과 대립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가 공중분해되는 것을 마냥 지켜보기에는 산은과 이동걸 회장으로서도 벼랑 끝에 내몰리는 상황을 자초하는 것밖에는 안 된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실타래도 한 가닥씩 풀어내는 인내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