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의 포트폴리오 투자 변화 추이. 2015년 이후 주식 및 투자펀드 지분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는 반면, 채무증권 비중은 낮아졌다. 유가 등 원자재값 상승으로 돈을 쓸어담는 국가 중 하나가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는 석유를 팔아 번 돈을 주로 미국의 국채를 사는데 써왔다. 하지만 최근 5년여 그 흐름이 확 바뀌고 있다. 이는 사우디 국부펀드(PIF) 동향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근 이 국부펀드의 투자흐름이 미 국채에서 미국 첨단기술주 중심의 주식 포트폴리오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흐름이 탈 세계화 흐름이 본격화되는 시점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이 재편하려는 새로운 공급망 시스템에서 제외될 리스크에 직면한 사우디 등 다양한 국가들의 B2G(Business to Government) 투자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블룸버그와 KB증권에 따르면 사우디의 미국 국채 보유규모는 지난 2020년초 1800억 달러를 기점으로 급전직하했다. 올해 미 국채 보유규모는 120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 이 기간 WTI(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20달러를 저점으로 12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는 90달러를 하회하며 80달러 중반 수준이다. 즉 유가의 가파른 상승세였던 작년과 올해 사우디는 벌어들인 돈으로 미 국채가 아닌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이다. 원유 가격과 동조화됐던 사우디의 미국 국채 잔고 추이가 2015년이후 바뀌고 있다. 새롭게 편입된 변화의 중심에는 주식이 있다. KB증권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의 미국 국채 잔고가 유가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으나 최근 그 흐름이 깨졌다. 하인환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우디의 주식 중심 포트폴리오 투자는 2015년 이후 본격화됐고 주식과 투자펀드 지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흐름인데 뉴테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꿨다"고 분석했다. 이 국부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루시드,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 우버 등 뉴테크라고 부를 수 있는 업종과 종목 중심으로 돼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압도적이며 사우디, 영국, 중동 순이다. 하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내 증시에선 사우디의 '네옴시티'에 대한 관심이 큰데 사실 이는 사우디의 거대한 전환 중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보다는 국채에서 주식으로 전환된 사우디의 장기적인 투자 방향성과 원자재 강세 국면이 지난뒤의 미래에 대한 변화하는 투자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증시 한 관계자는 "탈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우디의 이 같은 행보는 향후 석유와 달러의 패권전쟁, 글로벌 밸류체인의 해체, 페트로달러 시대의 종언을 앞둔 투자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며 "사우디의 네옴시티 추진 역시 내수부양을 통해 미국 의존도를 줄여 달러패권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녹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 같은 흐름이 진행되면 전세계가 장기 저성장 혹은 역성장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과 인도 호주의 미국 국채 보유현황 선진국과 달리 중국(좌)과 사우디(우)의 미 국채 보유규모는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 美 국채 팔아 美 기술주 환승, 왜?

홍승훈 기자 승인 2022.10.20 16:00 | 최종 수정 2022.10.20 18:48 의견 0
2008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의 포트폴리오 투자 변화 추이. 2015년 이후 주식 및 투자펀드 지분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는 반면, 채무증권 비중은 낮아졌다.


유가 등 원자재값 상승으로 돈을 쓸어담는 국가 중 하나가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는 석유를 팔아 번 돈을 주로 미국의 국채를 사는데 써왔다. 하지만 최근 5년여 그 흐름이 확 바뀌고 있다. 이는 사우디 국부펀드(PIF) 동향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근 이 국부펀드의 투자흐름이 미 국채에서 미국 첨단기술주 중심의 주식 포트폴리오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흐름이 탈 세계화 흐름이 본격화되는 시점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이 재편하려는 새로운 공급망 시스템에서 제외될 리스크에 직면한 사우디 등 다양한 국가들의 B2G(Business to Government) 투자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블룸버그와 KB증권에 따르면 사우디의 미국 국채 보유규모는 지난 2020년초 1800억 달러를 기점으로 급전직하했다. 올해 미 국채 보유규모는 120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 이 기간 WTI(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20달러를 저점으로 12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는 90달러를 하회하며 80달러 중반 수준이다. 즉 유가의 가파른 상승세였던 작년과 올해 사우디는 벌어들인 돈으로 미 국채가 아닌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이다.

원유 가격과 동조화됐던 사우디의 미국 국채 잔고 추이가 2015년이후 바뀌고 있다.


새롭게 편입된 변화의 중심에는 주식이 있다. KB증권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의 미국 국채 잔고가 유가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으나 최근 그 흐름이 깨졌다.

하인환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우디의 주식 중심 포트폴리오 투자는 2015년 이후 본격화됐고 주식과 투자펀드 지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흐름인데 뉴테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꿨다"고 분석했다.

이 국부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루시드,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 우버 등 뉴테크라고 부를 수 있는 업종과 종목 중심으로 돼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압도적이며 사우디, 영국, 중동 순이다.


하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내 증시에선 사우디의 '네옴시티'에 대한 관심이 큰데 사실 이는 사우디의 거대한 전환 중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보다는 국채에서 주식으로 전환된 사우디의 장기적인 투자 방향성과 원자재 강세 국면이 지난뒤의 미래에 대한 변화하는 투자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증시 한 관계자는 "탈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우디의 이 같은 행보는 향후 석유와 달러의 패권전쟁, 글로벌 밸류체인의 해체, 페트로달러 시대의 종언을 앞둔 투자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며 "사우디의 네옴시티 추진 역시 내수부양을 통해 미국 의존도를 줄여 달러패권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녹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 같은 흐름이 진행되면 전세계가 장기 저성장 혹은 역성장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과 인도 호주의 미국 국채 보유현황
선진국과 달리 중국(좌)과 사우디(우)의 미 국채 보유규모는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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