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관진사
휴대전화 앱에 관진사를 찍고 지도가 알려주는 길대로 따라갔다. 평소에 연남동에 올 일이 별로 없기에 “이 길로 가는 게 맞다고?”라며 의심을 하며 천천히 발길을 옮겼고, 그러다 주택가의 조용한 골목길에 접어들었다. 관진사는 인적이 드문 골목가의 맨 끝에 자리해 있었다.
입구에서 반층 정도 내려가자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필름 사진기가 손님을 맞이했다. 갈색 테이블에 덩그러니, 어떻게 보면 투박하게 놓여있는 사진기였지만, 그 소품은 이 카페가 어떤 카페인지 말해주는 듯했다.
관진사는 사진관을 거꾸로 한 이름이다. 테이블은 단 4개만 놓여있는 소박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카페지만, 이곳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가 결합한 특별한 곳이다. 사진을 전공한 민소윤 씨는 지난 5월 연남동에 이끌려 이곳에 카페를 오픈했다.
“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질 것 같아서 카페를 차리게 됐어요. 그동안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카페 일이 가장 잘 맞았어요. 그래서 카페를 차리겠다고 결심하고 경쟁력을 갖기 위해 스튜디오를 결합했죠”
사진제공=관진사
관진사는 곳곳에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있다. 마치 옛날 가옥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과 함께 추운 겨울날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 떠오르게 하는 아늑한 공간이다. 특히 벽 한쪽에 위치한 공간이 눈길을 끌었다. 하얀 커튼과 오래된 옛날 사진기가 스튜디오라고 설명해줬다. 하지만 스튜디오라고 칭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관진사를 상징하는 특별한 공간이라 말하고 싶다.
“개화기 느낌을 주고 싶어서 이렇게 꾸미게 됐어요. 사진기도 옛날 사진기를 쓰는데 제가 디지털보다 개인적으로 필름을 더 좋아해요. 요즘에는 사진을 현상에서 직접 실물로 잘 보지 않잖아요. 그런데 필름 사진기는 그때의 추억과 느낌이 묻어 나와서 더 특색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곳을 찾는 분들이 카페로 찾았다가 사진까지 찍고 가시는 분들도 종종 계세요”
특히 민소윤 씨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으면서 인물 사진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모델에 따라서 사진의 퀄리티가 달라진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편견을 깨트린 현재다.
사진제공=관진사
“예전에는 편견 때문에 인물 사진을 일부러 안 찍었어요.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 등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게 꽤 흥미 있는 일이더라고요. 꼭 꾸미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 느낌이 좋아요. 그래서 인물 사진을 열심히 찍어볼 생각이에요”
이처럼 관진사는 추억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지만 카페의 특색을 놓치지 않았다. 커피부터 차, 에이드 등의 기본적인 메뉴 구성과 함께 이름이 웨딩임페리얼, 밀키블루 등의 독특한 티(TEA)와 일본식 디저트 테린느 등으로 구성됐다.
“아무리 카페에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음료가 맛있어야 손님들이 온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맛보면서 결정했어요. 디저트도 직접 만들고 있는데 손님들이 맛있다고 말씀해주실 때마다 기분 좋아요. 사진 촬영의 목적보다 음료를 마시러 오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사진제공=관진사
또 이 공간은 많은 손님을 받으려는 욕심이 보이지 않았다. 널찍하게 테이블을 띄어놓은 것은 손님들을 위한 배려였다.
“요즘 카페를 가보면 테이블의 간격이 좁아요. 그래서 옆 사람의 이야기가 다 들리고 부담스러운 면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손님들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도록 간격을 확보하려고 했어요. 손님들이 여기에 오셔서 편안하게 잘 쉬다 간다라는 느낌, 또 예쁜 공간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신경 썼어요”
이 공간을 운영하는 민소윤 씨에게는 어떤 존재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모든 카페 설계부터 인테리어 작업, 운영까지 혼자서 담당한 그에게 질문을 하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곧 이내 애정 섞인 답변이 돌아왔다.
“이 공간은 제 일부예요. 처음에는 이 공간이 편안하게만 느껴질 줄 알았는데 사실 좀 어렵기도 해요. 하지만 손님들과 함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