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운송 입찰 담합을 주도하고 자진신고해 검찰 고발을 면했다. (사진=CJ대한통운)
CJ대한통운과 한진 등 7개 물류운송업체가 18년간 수입현미 운송 입찰에서 담합해온 사실이 드러나 100억원대의 과징금 제재를 받는다. 18년 동안의 담합 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담합 사건 중 최장 기록이다.
CJ대한통운 박근태 사장은 최근 상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택배산업 5개 주체의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상생위원회를 설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잇따른 택배업계의 담합 행위 적발에 ‘상생’인지 ‘담합’인지 의심의 눈초리가 모이는 분위기다.
지난 9일 공정위는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부산 등 8개 지자체 등이 발주한 127건의 수입현미 운송용역 입찰에서 담합한 7개 운송업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27억37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제재 업체는 CJ대한통운을 비롯해 한진·동방·세방·동부익스프레스·인터지스·동부건설이다. 이중 한진과 동방, 동부익스프레스, 세방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정부는 수입현미를 부산·인천항 등 9개 항구로 들여온 뒤 ‘양곡관리계획’에 따라 전국 각지의 비축창고로 운송해 보관한다. 8개 지자체는 1999년부터 이 운송용역을 정부에서 위임받아 경쟁 입찰을 통해 용역사업자를 선정해왔다.
CJ대한통운은 경쟁 입찰로 전환된 이듬해인 2000년부터 담합에 나섰다. 매년 입찰을 앞두고 미리 다른 6개 운송업체와 만나 각 사의 낙찰물량과 낙찰지역과 낙찰가격을 정했다. 들러리로 나선 업체들은 정해둔 낙찰가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해당 지역 몫을 배분받은 업체의 낙찰을 도왔다. 낙찰 받은 실제 운송물량이 사전에 배분한 물량보다 적을 경우 부족한 물량만큼을 다른 업체로부터 넘겨받았다. 이 같은 담합 행위로 운송가격은 평균 16%가량 올랐다.
담합 행위로 가장 큰 이득을 본 회사는 CJ대한통운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실제 수입현미 운송용역은 대부분 CJ대한통운이 수행하고 나머지 6개 업체는 낙찰 받은 사업에서 운송료의 약 10%만 이익으로 가져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입찰담합을 주도한 CJ대한통운에 가장 많은 과징금 30억2800만원을 부과한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검찰 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자진신고를 한 탓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담합을 자진신고하거나 조사에 협조한 사업자는 고발을 면제받을 수 있다.
CJ대한통운 등 택배 업체 담합행위는 이 뿐이 아니다. 지난 9월 초 공정위는 한진, CJ대한통운 등 9개 사업자가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 등 4개 발전관계사들이 발주한 변압기 등 수요물자 운송용역 10건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전화 연락 등을 통해 낙찰사 및 투찰가격을 합의했다고 밝히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담합에 참여한 8개 사업자에게 향후 다시 입찰담합을 하지 말도록 시정명령을 하고, 한진 7억 600만원, 세방 5억 3200만원, 선광 5억 6000만원, CJ대한통운 4억 4500만원, 케이씨티시 2억 6900만원, 동방 4억 3000만원, 금진해운 5600만원 등 총 31억 2천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