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신작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비슷한 소재에 제작진, 배우들까지 같은 경우 그런 분위기가 더욱 감지된다. 비슷하다고 해서 모두 모방한 것은 아니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는지에 따라서 맛이 다르다. ‘빅매치’에선 어딘가 비슷한 두 작품을 비교해 진짜 매력을 찾아내고자 한다. 참고로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사진=영화 '두번할까요' 스틸
대부분의 로맨스 영화는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을 확인하고 연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주로 다룬다. 로맨스 영화의 필수 감정인 설렘과 애틋함은 이 시기 가장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 개봉한 ‘내 아내의 모든 것’과 17일 개봉하는 ‘두번할까요’는 제대로 헤어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커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특히 결혼이라는 아름다운 결실 이후 시작된 새로운 변화들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며 공감을 이끈다.
‘두번할까요’는 이혼은 했지만, 아직 완전히 헤어지지 못한 부부가 주인공이다. 원하던 싱글 라이프를 되찾은 현우(권상우 분)과 선영(이정현 분)은 헤어진 이후에도 남은 정을 완전히 떼버리지는 못한 채 애매한 관계를 유지한다.
이혼하기 직전의 부부가 주인공인 ‘내 아내의 모든 것’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남편 두현(이선균 분)이 이혼을 하기 위해 카사노바 성기(류승룡 분)에게 아내 정인(임수정 분) 유혹해달라고 요청하며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 이들 부부 역시 같이 살고는 있지만 멀어질 대로 멀어진 현실 부부의 모습으로 이도 저도 아닌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사진=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스틸
두 영화 속 남편들은 할 말은 하는 당찬 성격의 아내 때문에 피곤함을 느끼며 ‘이혼’으로 상황을 탈출하려 한다. 아내들은 결혼 이후 무뎌진 남편을 이해하기 힘들다. 꿀 떨어지던 연애 시절의 달달함은 모두 사라진, 현실적인 결혼 생활이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여느 로맨스 영화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소원해진 두 사람 사이 멋진 남자가 등장해 갈등과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는 점도 유사하다. ‘두번할까요’에서는 상철의 동창이자 수의사인 상철(이종혁 분)이 선영에게 빠져 대시를 하게 되고,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는 의도적으로 접근한 성기가 정인에게 사랑을 느끼며 진짜 만남을 시작한다.
그러나 메시지와 얼개는 비슷해도 두 영화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익숙해서 미처 몰랐던 사랑을 다시 깨닫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다는 건 같지만,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이 가운데 인물들의 감정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다른 남자를 통해 다시 바라 본 아내에게서 잊고 있었던 모습을 발견하고, 그가 느낀 외로움의 감정마저 깊게 공감한 두현의 성장이 특히 현실적으로 그려져 충분히 납득할만한 전개가 이어진다.
그러나 ‘두번할까요’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기보다, ‘코미디’에 방점을 찍는다. 어떻게든 유쾌하고, 코믹하게 관계를 봉합시키려다 보니 무리한 전개들이 이어진다. 웃음을 위해 만들어진 1차원적 에피소드들은 이야기 깊이를 약화시키고, 그러다 보니 영화의 진중한 메시지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헤어짐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되짚는다는 의도 자체는 새롭고, 유의미할 수 있었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려는 접근이 구식인 셈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의 개성도, 또 깊이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