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1월18일(현지시간) 다보스 시내 한 호텔에서 '글로벌 CEO와의 오찬' 참석에 앞서 와엘 사완 쉘 최고경영자(CEO)와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G전자가 최근 자동차 전장사업에 이어 전기차 충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와 관련해 앞서 올해 초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던 일이 주목받고 있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적자를 내던 휴대폰 사업을 접고, 전장 사업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흑자 사업으로 올려놓기까지 결단과 뚝심을 보여줬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도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그의 큰 그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6일 LG전자에 따르면 최근 LG전자의 전기차 충전기 전문 자회사 ‘하이비차저(옛 애플망고)’는 첫 전기차 충전기를 내놓았다. 본격적인 전기차 충전기 및 관련 솔루션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하이비차저는 7kW 완속 충전기, 100kW와 200kW 급속충전기 등 4종의 충전기를 선보였다.
하이비차저의 전신인 애플망고는 지난해 6월 LG전자와 GS에너지, GS네오텍이 공동으로 인수했다. LG전자가 애플망고의 지분 60%를, GS 계열회사들이 나머지 지분을 확보했다.
하이비차저는 ‘고성능의 전기차 충전기’로 각인될 수 있는 세계 시장에서 통할 만한 이름이다. 국내 시장을 시작으로 향후 글로벌 전기차 충전기 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포부가 담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LG전자 연구원이 하이비차저 충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LG전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 세계 탄소중립 규제 정책에 맞춰 오는 2030년까지 자사 전체 차량들에 대해 전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이러한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충전기 시장 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에서만 봐도 현대차그룹, 테슬라, 벤츠, BMW 등 완성차 회사들이 세운 충전기 외에는 환경부와 중소기업들의 충전기들이 전부다. 완성차 업체들이 운영하는 충전기 외에는 작동을 하지 않거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충전기들도 쉽게 볼 수 있다.
LG전자는 완성차 업체가 아닌 대기업 중 유일하게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향후 전망 가능성이 높은 시장을 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독일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는 지금으로부터 7년 후인 2030년엔 1860억 달러(약 246조58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제조와 품질관리, A/S 역량을 총동원해 전기차 솔루션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워보겠다는 전략이다.
먼저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GS칼텍스와 손잡고 충전솔루션과 앞으로 충전기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2020년부터 GS칼텍스의 미래형 주유소인 ‘에너지플러스 허브’에 전기차 충전 통합관리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쉘의 전기차 충전소 모습 (사진=Shell)
특히 구 회장의 글로벌 전기차 충전기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이 주목된다.
앞서 구 회장은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Shell)의 와엘 사완 신임 CEO를 따로 만나 환담을 나눴다. 당시 구체적인 환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사의 사업에서 접합점을 찾아볼 수 있다.
쉘은 석유화학 분야가 주사업이지만 최근에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전기차 충전 관련 투자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LG전자와는 전기차 충전기, 충전 솔루션 사업 관련 접합점이 있다.
지난해 2월 쉘은 현대차와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협력에 나섰다. 쉘은 전 세계 80개 국가에 4만5000개의 주유소를 보유한 1위 사업자다. 또한 올해 초 쉘은 미국 전기차 충전기업 ‘볼타(Volta)’를 인수하기도 했다. 향후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에 주목할 기업인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향후 하이비차저의 전기차 충전기와 충전솔루션을 국내뿐 아니라 북미, 유럽, 아시아 등 다양하게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쉘과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