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신작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비슷한 소재에 제작진, 배우들까지 같은 경우 그런 분위기가 더욱 감지된다. 비슷하다고 해서 모두 모방한 것은 아니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는지에 따라서 맛이 다르다. ‘빅매치’에선 어딘가 비슷한 두 작품을 비교해 진짜 매력을 찾아내고자 한다. 참고로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사진=영화 '니나 내나' 스틸
영화 ‘환절기’ ‘당신의 부탁’에서 가족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던진 이동은 감독이 ‘니나 내나’에서는 서로를 보듬으며 나아가는 끈끈한 가족을 보여줬다.
30일 개봉한 ‘니나 내나’는 오래전 집을 떠난 엄마에게서 편지가 도착하고, 각자 상처를 안고 살아온 삼 남매가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여정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감독은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있는 삼 남매를 통해 현실적인 가족의 모습을 스크린 위에 담담하게 펼쳐냈다. 간섭이 지겨워 다툴 때도 있고, 너무 가까워 오히려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어려울 때 곁에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삼 남매의 이야기가 보는 이들을 공감하게 했다.
작년 개봉한 ‘당신의 부탁’은 조금 다른 가족의 형태가 담겨 있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효진(임수정 분) 앞에 남편의 아들 종욱(윤찬영 분)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동거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으며, 생판 남이던 두 사람이 갈등과 화해를 거치며 진짜 가족이 되는 과정이 일상적인 톤으로 그려졌다.
‘니나 내나’가 아무리 서로가 미워도 혈연이라는 어쩌지 못할 끈 때문에 서로를 외면하지 못하는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이 공감을 자아냈다면, ‘당신의 부탁’은 서로 돕고, 연대하며 나아가는 동반자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보다 넓은 의미의 가족을 담아냈다.
사진=영화 '당신의 부탁' 스틸
때문에 ‘니나 내가’가 전작에 비해 오히려 축소된 가족의 형태를 그렸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영화 모두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진짜 가족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담담하지만 뭉클하게 그려지며 진짜 가족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니나 내나’는 어린 시절 떠난 엄마를 만나기 위해 파주로 긴 여행을 떠나는 삼 남매가 미처 몰랐던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상처를 극복하고, 가까워진다. 특히 오지랖이 넓어 동생들에게 타박을 받기도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매력을 가진 첫째 미정(장혜진 분)과 가족들에게도 숨겨야 했던 비밀을 가진 무뚝뚝한 막내 재윤(이가섭 분)이 투닥거리며 애틋한 정을 쌓아간다. 누나와 동생의 중간 다리 역할을 능숙하게 하는 경환(태인호 분)의 존재도 현실감을 높인다.
‘당신의 부탁’에서는 남편이 죽고 운영하던 학원이 어려움에 처하는 등 녹록지 않은 일상을 꿋꿋하게 살아가는 효진(임수정 분)과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사춘기 소년 종욱(윤찬영 분)이 서먹함을 극복하고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공감과 뭉클함이 만들어진다. 효진의 선택을 걱정하는 주변인들이나 종욱과 비슷한 고민을 나누는 고등학생 친구까지, 현실적인 고민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부족한 이들의 연대를 따뜻하게 응원하는 미덕이 담겨 있다.
이렇듯 이 감독은 보편적인 인물을 통해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지 자연스럽게 생각해보게 만든다.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대’의 의미를 강조하며 진정성도 느끼게 한다. 이 감독이 다음에는 어떤 사랑스러운 가족들로 관객들을 매료시킬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