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연금보험의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품의 낮은 마진과 시장금리 하락 탓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나 단종 보험사라는 태생적 한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BK연금은 올 3분기 318억원의 당기순손실(누적)을 기록했다. 보험손익(135억원)의 규모가 작은 상황에서 587억원 투자손실이 더해진 게 배경이다. 보험계약마진(CSM)은 2973억원으로 지난 1분기(2927억원) 대비 46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CSM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통해 거둬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장래 이익이다. 미미한 증가분은 마진이 낮은 연금보험 판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IBK연금보험]
IBK연금의 수익성은 시장금리 하락으로 갈수록 악화될 것이란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연금보험은 저마진 상품으로 구분된다.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납입한 원금을 초과하는 만기보험금으로 돌려줘야 하기 때문. 대다수 보험사는 연금보험에서 사실상 제로(0) 마진에 가까운 수익을 남기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연금개시 이전 20~30년 동안 불확실성이 커 실제 마진이 남을 지도 미지수다.
보험사가 연금보험을 판매하는 것은 자산 규모를 불리기 위해서다. 자산 규모를 키워야만 원활한 자금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금보험 이외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을 판매하는 종합보험사의 경우 연금보험에서 손실을 봐도 종신보험이나 제3보험 등을 통해 마진을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
단종보험사인 IBK연금은 사정이 다르다. 연금보험 외 상품은 판매하지 못한다. 보험 판매를 통한 마진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게 수익성 제고를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인 셈. 하지만 금리환경이 IBK연금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보험사의 주요 투자처는 채권과 대출채권이다. IBK연금의 올 3분기 운용자산(일반계정 기준) 중 41.2%가 국공채·회사채, 35.1%가 대출채권에 투자됐다. 모두 금리부 자산으로 시장금리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시장금리가 내려갈수록 해당 자산의 운용 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시장금리는 지난달 1일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1일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상의 종결을 시사한 시점이다. 국내 채권 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지난 10월 말 4.39%까지 치솟았던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이달 20일 3.28%까지 1.1%p 넘게 급락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IBK연금은 연금보험 하나로 자산과 수익 모두를 불려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어려워 공격적인 판매와 투자 모두에 제한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시장금리 하락은 운용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져 수익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IBK연금의 운용자산 수익률은 올 1분기와 2분기 각각 2.4%, 3.0%로 생명보험사 평균치(3.4%, 3.4%)를 크게 밑돌았다. 3분기 수익률도 3.4%로 평균 수준(3.3%)에 그쳤다.
시장금리가 상승해도 문제는 남는다. 연금보험은 저축성 상품이다. 같은 저축성보험이 아니더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이 많아질수록 경쟁력이 떨어진다. 일각에선 인슈어런스런(보험계약 대량 해지)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또다른 업계 전문가는 "지난해 말 퇴직연금 시즌을 맞아 보험사들이 대량 계약해지 사태를 겪은 바 있다"며 "포트폴리오가 제한된 탓에 수익률 제고에 어려움이 있는 IBK연금은 금리 상승시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수익률 제고 및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관리 방안을 묻고자 IBK연금에 수일에 걸쳐 연락을 시도했으나 인력 부재로 인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기사는 뷰어스와 기사제휴한 뉴스포트가 제공했습니다.-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