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극장가에는 수많은 신작들이 쏟아진다. 상업영화의 해일 속 새로운 소재로 틈새시장을 노린 작은 영화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이에 작은 영화들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이 영화들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사진=영화 '니나 내나' 스틸
■ ‘니나 내나’: 평범해서 더 끌리는 가족 이야기
30일 개봉한 ‘니나 내나’는 오래전 집을 떠난 엄마에게서 편지가 도착하고, 각자 상처를 안고 살아온 삼 남매가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여정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환절기’ ‘당신의 부탁’에서 가족의 의미를 상기시킨 이동은 감독의 신작이다.
평범한 삼 남매의 일상이 시종일관 담담한 톤으로 그려진다. 극적인 사건들로 몰입을 유도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현실에 발 디딘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생동감이 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다툴 때도 있지만,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삼 남매의 조화로운 호흡이 따뜻한 감성을 만들어낸다.
■ ‘우먼 인 할리우드’: 96명의 여배우들이 꼬집은 할리우드
30일 개봉한 이번 작품은 188편의 블록버스터와 할리우드 미디어 산업 종사자 96명의 인터뷰,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할리우드 미디어 산업 안과 밖에 만연한 기회 불균등과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다. 나탈리 포트만, 클로이 모레츠, 지나 데이비스, 메릴 스트립, 케이트 블란쳇, 리즈 위더스푼, 샤론 스톤, 산드라 오 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과 감독, 프로듀서, 작가, 스튜디오 임원 등 현재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제작진들이 영화에 총출동했다.
사진=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 '하이 라이프' 스틸
할리우드에 만연한 여성 차별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한 화면 안에 담긴 무수히 많은 영화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물론, 정확한 수치를 통해 현실을 납득시킨다. 여성 영화인들이 기회를 얼마나 얻기 힘든지 또 캐릭터들은 얼마나 소모적인지 등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들까지 섬세하게 담아낸다.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용기 있게 나선 96명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남기는 울림이 크다.
■ ‘하이 라이프’: 광활한 우주에서 찾는 존재의 의미
선택지가 없는 사형수들이 실험체가 돼 우주로 향하게 되고, 어두운 우주에서 세상과 완전히 고립된 채로 갇혀 살아가며 마주하는 혼란과 선택을 그린 이야기로, 30일부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줄리엣 비노쉬와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 변신이 예고돼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다.
광활한 우주에서 벌어지는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이들이라면 실망할 수 있다. 고립된 곳에서 목표와 생존에 대해 처절하게 고민하는 주인공들의 심리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 우주 공간 역시 고요하고, 공허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다. 인간의 본성 또는 욕망과 신념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하이 라이프’가 그리는 우주 세계에 푹 빠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