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열린 2025 Leadership Summit에서 특강을 하고 있는 이영준 롯데화학군 총괄대표 (사진=롯데케미칼)
롯데그룹이 예년보다 이른 임원 인사를 검토하면서 신동빈 회장의 ‘이노베이션 정밀화’ 전략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해 화학군 CEO 13명 중 10명이 교체되는 대대적인 물갈이에도 화학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그룹 내에서는 성과 중심의 ‘2차 쇄신’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롯데그룹은 통상 12월 초 임원 인사를 단행해왔지만 올해는 임원평가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조기 인사설이 부상했다. 재계에 따르면 주요 계열사 평가가 이미 마무리된 만큼 11월 중순 전후 발표 가능성도 거론된다.
■ 화학군 ‘4년 연속 적자 위기’…이영준 사장 시험대
지난해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영준 롯데케미칼 사장은 올해 상반기 37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4년 연속 적자 위기에 몰렸다. 첨단소재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과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재무 안정화를 꾀하고 있지만, 순차입금이 7조원에 달하는 데다 NCC 감축 등 구조조정 과제도 산적해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4조5914억원, 영업손실 1321억원으로 8개 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다만 직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은 줄어들 전망이다.
그룹 내에서는 “부임 1년 차인 이 사장에게 한 차례 더 기회를 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전임 이훈기 전 화학군HQ 총괄대표가 1년 만에 퇴진했던 전례 탓에 ‘자리 보전’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공존한다.
롯데정밀화학은 3분기 매출 3374억원, 영업이익 2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4%, 201.8% 증가가 예상된다. 염소계열 적자 축소로 실적이 개선되며 화학군 전체의 손익 방어에 기여할 전망이다
■ ‘저PBR의 그늘’…그룹 전체로 번진 화학 부진
고정욱 롯데지주 사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코로나19 이후 계열사 실적 하락이 그룹 저PBR(주가순자산비율)의 주요 원인”이라고 언급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그룹 전반의 신용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2조 원을 넘어섰고 올해 역시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한다. 흑자전환 시기는 빠르면 2026년으로 점쳐진다. 이 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은 일본 레조낙(Resonac) 지분 4.9% 매각(2750억원), 파키스탄 PTA 자회사 LCPL 매각(979억원) 등 자산 매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