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 비규제 지역 중 하나인 김포 풍무 지역의 한 견본주택에 방문객들이 몰렸다. (사진=손기호 기자)

11월 분양시장이 수도권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대출과 청약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울과 경기 일부 규제지역의 진입장벽이 높아지자 건설사들이 '규제 피난처'로 불리는 외곽 지역으로 공급 거점을 옮기고 있다.

4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이달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3만6642세대. 이는 지난해 같은 달 2만9462세대보다 24% 증가한 수치다. 특히 3만여 세대 중 수도권이 2만7031세대(74%), 비규제지역이 1만8247세대(68%), 규제지역은 8784세대(32%)로 집계됐다.

다시 말하면 수도권에서 분양되는 단지의 약 70%가 비규제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 규제 피한 외곽지로 공급 쏠림…"서울 빠지고 경기 남부로"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12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분양과 전매 모두 까다로워졌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규제가 덜한 경기 남부와 인천 외곽 중심으로 분양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이날 부동산 R114에 따르면 11월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은 임대를 포함해 4만7837가구로 지난 2021년 12월(5만9447가구) 이후 약 4년 만의 최대 규모라고 분석했다.

이 중 수도권이 3만8833가구(81%), 지방은 9004가구(19%)에 그쳤다. 수도권 내에서도 경기(2만7900가구)가 전체의 58%, 인천(7612가구)이 15%를 차지했다. 서울은 3321가구(7%)로 크게 줄었다.

서울에서 경기·인천 외곽으로 공급이 기운 것이다. 부동산R114는 "단기간 내 규제 완화 가능성이 낮아 연말까지 밀어내기식 수도권 중심 공급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 11월 분양예정 물량 비교 (자료=직방)

이에 이달엔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단지 분양이 잇따른다.

구체적으로 '힐스테이트광명11(4291세대)', '의왕시청역SK뷰파크(1912세대)', '북오산자이리버블시티(1275세대)', '안양자이헤리티온(1716세대)'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에서는 '반포래미안트리니원(2091세대)'과 '아크로드서초(1161세대)' 등 일부 고급 단지가 예정돼 있지만, 분양가상한제·대출 규제·전매제한 등으로 접근성이 낮다.

직방 관계자는 "청약 자격 강화와 대출 한도 축소로 서울 핵심지 접근이 더 어려워졌다"며
"대출 부담이 적은 비규제지역으로 실수요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5년 11월 전국 시도별 주요 분양 예정 단지 (자료=부동산R114)


■ 금융 규제 속 청약 양극화…"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 양분"

금융 규제 강화도 분양시장 흐름을 가르고 있다. 6·27 대책으로 수도권 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줄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도입으로 신규 대출 여력까지 제한되면서 자금이 부족한 중산층 이하 수요자들은 청약시장 진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직방이 집계한 10월 분양 실적률은 총세대 기준 66%, 일반분양 기준 79%로 나타났다. 물량은 많았지만 청약률은 지역·브랜드·가격대별로 갈렸다. 서울과 강남권 등 규제지역은 높은 진입장벽 탓에 수요가 이탈한 반면, 비규제지역은 청약률과 계약률 모두 높은 단지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연말까지 수도권 비규제지역 중심의 공급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실수요 중심 안정세가 유지되겠지만,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 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정책 규제의 역설로 서울이 주춤한 사이, 수도권 외곽이 실질적인 분양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며 "공급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중장기적으로는 미분양 위험이 커질 수 있어 건설사들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금융 규제 강화 이후 수도권 분양시장은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으로 명확히 양분됐다"며 "자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층이 외곽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