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 모습 (사진=삼성전자)
‘인공지능(AI)이 다한다’는 말이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AI 덕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계속됐던 적자를 벗어나고 있다.
■ 적자 벗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SK하이닉스, 깜짝실적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에서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생산능력을 지난해보다 두 배 가량 확대할 것”이라고 공표하기도 했다. AI 신규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를 넘는 ‘깜짝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이 1년만에 3460억원 흑자를 달성했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7.4% 늘어난 11조3055억원을 기록하면서 예상치 10조4696억원을 넘어섰다.
SK하이닉스는 “AI향 신규 수요와 업계 감산 등에 힘입어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회복하면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분셕했다.
삼성전자도 적자 탈출 기대감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지난 9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끝)이 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연구개발(R&D)센터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사장(가운데)으로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그룹)
■ AI 반도체 기대감…‘챗GPT’ 샘 올트먼도 찾은 삼성·SK
특히 올해 반도체 업계는 AI발 반도체가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생성형 AI 바람을 일으킨 챗GPT의 아버지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찾아 협력 논의에 나서면서 AI 반도체 관련 기대감은 더 커졌다.
먼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초부터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를 가장 먼저 찾아 AI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고부가의 HBM3E(5세대) 공급을 앞두고 점검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상반기 HBM3E가 공급사에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등에 HBM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수요가 늘어날 경우, 일부는 삼성전자가 감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의 HBM 시장 점유율은 합쳐서 90% 이상을 차지한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챗봇 서비스를 만들어 사고 팔 수 있게 한 ‘GPT 스토어’를 내놨다. 사진은 오픈AI 샘울트먼 CEO (사진=손기호)
올트먼 CEO가 지난 26일 방한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각각 방문해 각 회사의 반도체 담당인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곽노현 SK하이닉스 사장 등을 연달아 마나고, 최태원 SK 회장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 CEO와 AI 반도체 개발과 HBM 메모리 협력 논의를 한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AI 분야 반도체 추가 공급도 기대된다.
HBM은 AI 연산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뒷받침하는 필수 제품이다. 그간 AI에 쓰이는 GPU는 엔비디아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어 가격이 비싸다. 이 때문에 오픈AI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고 이번에 AI 반도체 자체 개발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만난 것이다.
■ D램·낸드 가격도 상승세…“D램 최대 18%, 낸드 최대 23% 가격 상승”
D램과 낸드 가격도 상승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 고정 가격이 전분기 대비 최대 18%까지, 낸드의 경우 최대 2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에는 D램과 낸드 모두 올 1분기 대비 최대 8% 더 상승할 것으로 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D램 3.6%, 낸드 5.9%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며 “올해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지난해보다 46%, 낸드는 29%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