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24 울트라 모델. (사진=연합뉴스)
‘성지(저렴하게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매장을 뜻하는 은어)’에서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 S24가 최저 7만원에 팔리고 있다. 불법보조금이 작용한 결과다.
정부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이동통신 3사에 공시지원금을 늘릴 것을 요청하면서 나타난 일이다.
이른바 '호갱'(호구+고객)이라 불리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든 법을 폐지한다고 하자 곧바로 호갱이 양산되는 모습이다.
■ '성지' 불법보조금 늘어…LG유플러스의 공시지원금 상향에 영향받아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신도림, 강변 테크노마트 등에 자리잡은 휴대폰 ‘성지’를 중심으로 불법보조금이 활개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최근 공시지원금을 올린 후 SK텔레콤 · KT 등도 공시지원금 상향을 검토 중이라 밝혔다.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이통3사가 본격적으로 경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성지’에서도 앞다투어 불법보조금을 늘리는 모습이다.
'성지'에서 불법보조금이 포함된 갤럭시 S24 시리즈 시세표가 게재된 모습. (사진=네이버카페 갈무리)
‘성지’ 시세표에 따르면 출고가 169만8400원인 갤럭시 S24 울트라가 최저가 57만원에 팔리고 있다. 출고가 115만5000원인 갤럭시 S24 256GB는 최저 7만원, 출고가 135만3000원인 갤럭시 S24+ 256GB는 최저 27만원이다. 모두 LG유플러스의 10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하는 조건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00만원 넘게 할인 받아 구매하는 셈이다.
지난 2일 LG 유플러스가 갤럭시 S24 시리즈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인상하며 이같은 거래가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최대 23만원까지였던 공시지원금이 최대 45만원으로 확대되고 불법보조금도 50만원 가량 추가되니 할인폭이 커졌다.
또한 ‘성지’는 과거 오프라인 매장에서 벗어나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고객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네이버카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당근마켓 등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시세표’를 퍼뜨린다. 그 후 소비자가 각 ‘성지’의 시세표를 확인한 후 가장 싼 업체로 몰리는 방식이다.
특히 온라인 매장들은 단속을 피하기 쉬워 경쟁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24시간 비대면으로 영업하는 매장, 사은품(갤럭시 버즈, 갤럭시 워치 등)을 다른 ‘성지’보다 저렴하게 제공하는 매장 등 수많은 ‘성지’들이 운영된다. 심지어 서울의 한 성지는 기기 현금 완납, 부가서비스 적용, 카드 결합 조건 등을 전부 적용하면 오히려 현금을 돌려준다고 홍보한다.
업계에서는 ‘성지’에서 과도한 요금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허위매물도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정보검색에 능숙하지 못한 소비자 차별 우려
현재 휴대전화 시장은 잘 모르면 비싸게 구매할 수밖에 없는 ‘정보의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령자 등 정보검색이 서투른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손해를 보게 된다. 정부가 단통법 폐지를 예고한 후 우려했던 대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고령자가 단말기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은데 단통법이 폐지되면 소외현상이 우려된다”며 “이용자 차별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단통법 폐지 및 관련법안 개정을 통해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 개정은 4월 총선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