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테토칩 먹태청양마요맛’과 ‘먹태깡 큰사발면’. 사진=김성준 기자
지난해 6월 농심이 선보인 ‘먹태깡’은 곧바로 품귀현상을 일으키며 스낵시장의 뜨거운 화두가 됐었는데요. 마트와 편의점 매대에서는 진열되자 마자 품절되기 일쑤였고,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정가의 몇배에 달하는 금액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유사 제품이 다른 제과업체와 편의점 PB상품 등으로 출시되는 등 제 2의 허니버터칩 대란이라 할 정도였죠.
오랜만의 ‘대형 신제품’에 농심의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기존 스테디셀러 제품군이 워낙 탄탄한 덕분에 잘 드러나진 않았지만, 오랜 기간 스테디셀러를 이을 새로운 신제품을 발굴하지 못한 것은 농심의 꾸준한 고민거리였는데요. ‘먹태깡 열풍’이 농심의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긁어준 셈입니다.
‘먹태깡’은 지난 1월 기준 누적 판매량 1500만개를 넘어서며 ‘어른용 안주 스낵’ 시장을 새롭게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농심은 ‘먹태깡 열풍’에 힘입어 ‘먹태 맛집 농심’으로 거듭난다는 비전을 밝혔는데요. ‘먹태깡’ 특유의 맛을 기존 제품에 응용해 먹태깡의 매력을 색다르게 전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용기면 신제품 ‘먹태깡 큰사발면’과 스낵 신제품 ‘포테토칩 먹태청양마요맛’을 선보였습니다. 신제품은 농심의 기대처럼 ‘먹태깡’의 후속타가 될 수 있을까요?
◆‘먹태깡’ 빼닮은 외관, ‘용기면’은 호기심과 거리감 동시에
‘포테토칩 먹태청양마요맛’과 ‘먹태깡 큰사발면’ 제품 내용물. 사진=김성준 기자
신제품 외관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용기면 뚜껑에 박힌 큼지막한 ‘먹태깡’ 글씨입니다. 제품 연출 이미지만 빼면 ‘먹태깡’ 스낵 포장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죠. 정식 명칭은 ‘먹태깡 큰사발면’이지만 언뜻 봐서는 ‘먹태깡’만 보일 정도입니다. 이에 반해 ‘포테토칩 먹태청양마요맛’은 기존 ‘포테토칩’ 디자인에 바탕을 두면서도 ‘먹태깡’을 연상시키는 요소를 덧댄 모양새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두 제품 모두 ‘먹태깡’ 협업 제품이라는 점을 곧바로 알아챌 수 있는 포장지를 적용했습니다.
사실 농심은 그동안 스낵류에서 브랜드 간 협업 제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해 왔는데요. 포테토칩만 해도 동대문엽기떡볶이와 협업한 엽떡오리지널맛, 잭슨피자와 협업한 잭슨페퍼로니맛 등을 선보였었고, 쫄병스낵도 안성탕면맛·짜파게티맛 등 자사 라면과 협업 제품을 출시했었습니다. 먹태깡을 입은 포테토칩이 크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죠. 포테토칩이라는 검증된 감자칩에 돌풍을 일으킨 먹태깡 맛이 더해진 만큼 ‘맛없없(맛이 없을 수가 업는)’ 조합으로 느껴집니다.
반면 ‘먹태깡 큰사발면’은 맛보기에 앞서 조금은 도전적인 마음가짐을 요청합니다. 스낵맛을 접목한 라면이라니, ‘농심이 무리수를 둔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죠. 이색제품이라 보기엔 신기하고 흥미를 끌지만, 정작 제품 맛이 이른바 ‘괴식’에 가깝다면 재미보다는 고통이 더 클 것이라는 걱정 때문입니다. ‘석학들이 머리 맞대고 만든 맛’일지라도 항상 성공하는 법은 아니니까요.
제품 내용물은 여느 감자칩 및 용기면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포테토칩 먹태청양마요맛’은 시즈닝이 다를 뿐 내용물은 기존 포테토칩과 동일합니다. 봉지를 개봉하면 어딘가 허전해 보인다는 점은 여전히 아쉽긴 하지만요. 용기면인 ‘먹태깡 큰사발면’도 면 외에는 분말스프 한개와 액상스프 한개의 단순한 구성입니다. 면 아래엔 양배추 건더기와 청양고추맛 건더기가 적당히 깔려 있습니다.
◆닮은 듯 다른 맛…각자 방식으로 풀어낸 먹태맛
‘먹태깡 큰사발면’을 조리한 모습. 사진=김성준 기자
상대적으로 익숙한 ‘포테토칩 먹태청양마요맛’을 먼저 맛봤습니다. 봉지를 뜯으면 살짝 달큰한 냄새를 풍기는데 먹태깡과 비슷한 듯 다른 향입니다. 맛은 먹태깡과는 조금 달랐는데요. 첫입에는 먹태깡과 닮은 시즈닝 맛이 강하게 다가왔지만 씹을수록 감자맛이 진해져서 마지막엔 ‘단짠’으로 양념된 감자칩맛으로 느껴졌습니다. 입 안에 청양고추의 알싸함과 먹태깡 특유의 북어향이 흐릿하게 남아있긴 한데 둘 다 먹태깡보다는 정도가 덜했습니다. 먹을수록 감자 맛이 쌓이면서 시즈닝 맛은 상대적으로 약해졌는데, 포장지와 마찬가지로 먹태깡보다는 기존 포테토칩에 좀 더 무게를 둔 맛입니다. 포테토칩의 바삭하고 경쾌한 식감은 그대로라 무난한 양념 감자칩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걱정이 앞섰던 ‘먹태깡 큰사발면’을 차례입니다. 다른 비빔 용기면과 같이 면에 끓는 물을 붓고 3분간 익힌 뒤, 물을 비우고 분말스프와 액상스프를 뿌려 비비면 간단히 완성됩니다. 회백색 분말 스프에는 알싸한 북어향에 옅은 라면 스프 냄새가 섞여 있고, 옅은 갈색의 액상 스프는 달콤한 냄새를 풍겼습니다. 스프를 모두 넣고 비비니 의외로 먹태깡과 비슷한 향이 났는데, 냄새만 놓고 보면 먹태깡을 포테토칩보다는 더 잘 담아낸 느낌입니다.
맛에 대한 걱정도 기우였는데요. 달콤함이 가미된 마요네즈 맛을 바탕으로 알싸한 청양고추 맛이 입 안에 퍼지면서 ‘맵단짠’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졌습니다. 특히 알싸한 매운맛은 휘발성이 강했는데요. 혀끝에 남아 끈질기게 통각을 일으키는 대신, 마요네즈의 느끼한 맛을 화한 맛으로 가려준 뒤 깔끔하게 퇴장합니다. 덕분에 씹을 때는 꽤 매운 편이었지만 일단 삼키고 난 뒤엔 ‘쓰읍’ 입맛을 다시지 않고도 바로 다음 젓가락을 들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알싸한 맛을 제외하면 먹태깡과 닮았다고 하긴 힘든 맛입니다. 마요네즈 기반 소스 역시 소비자에 따라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보입니다.
‘먹태깡’을 떼어놓고 보더라도 두 제품 모두 전체적으로 완성도 있는 맛을 구현했습니다. 단순히 ‘먹태깡’ 열풍을 활용하기 위해 이름만 대충 가져다 붙인 어설픈 제품은 아니란 말이죠. 이를 증명하듯 실제로 ‘포테토칩 먹태청양마요맛’은 출시 5주 만에 누적 판매량 420만봉을 넘어섰고, ‘먹태깡큰사발면’도 4주만에 230만개가 판매됐습니다. 포테토칩은 먹태깡 초기 판매량을 웃도는 수치고, 큰사발면도 농심이 최근 출시한 용기면 중 가장 좋은 성과입니다. 먹태깡 열풍을 통해 ‘먹태 맛집’을 표방한 농심은 앞으로도 제품군을 뛰어넘는 협업 제품 개발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인데요. 어쩌면 ‘새우깡 큰사발면’ 같은 제품을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