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사외이사 구성에 변화를 주면서 과점주주 체제에도 변화가 생길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달 2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등 2명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전임 송수영 사외이사의 임기만료에 따른 신규 선임 절차를 진행하면서 1명이 아닌 2명을 모두 여성으로 추천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이사회의 절대적 규모와 함께 다양성, 전문성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글로벌 은행들의 경우 13명 이상의 이사를 보유한 경우가 많은데 국내 은행지주들은 평균 7~9명에 그치고 전문성과 다양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우리금융 이사회의 경우 6명(여성 1명)으로, 국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적은 규모다. 이번에 복수의 여성 사외이사들을 추천하면서 7명 확대와 동시에 성 다양성 개선 효과도 거두게 됐다.
다만, 우리금융의 경우 '과점체제'라는 특수한 지배구조를 가졌다는 점에서 향후 변화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민영화 과정에서 IMM PE, 유진 PE, 한투증권, 키움증권, 푸본생명, 유진 PE, 한화생명 등 6개 금융사의 과점체제로 지배구조가 마련됐다. 우리금융의 사외이사가 6명인 이유도 6개 금융사가 각 1명씩 추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생명이 2022년 블록딜 형태로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현재는 5개 금융사가 주요 주주로 자리매김했고, 한화생명 몫의 사외이사는 과점주주와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송수영 변호사)로 대체됐다.
문제는 앞으로도 한화생명처럼 블록딜 형태로 지분을 정리하고 이탈할 과점주주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과점주주 중 가장 많은 지분(5.57%)을 보유한 IMM PE는 지분 일부(1.7%)의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매각이 성사되면 IMM PE의 보유 지분량은 다른 과점주주들처럼 3%대로 줄어들게 된다. 다만, 전량 매각은 아니어서 사외이사 추천권은 유지된다.
과점주주들의 지분 보유량과 매입 시점은 제각각이지만 매입 단가는 대략 1만2000원 안팎 수준으로 알려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금융 주가가 1만3000원을 넘지 못해 차익실현 가능성이 낮았지만 현재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1만5000원에 근접한 상태다. 차익실현 욕구가 그만큼 높아진 상황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이 경영을 잘 해서 주가가 지금보다 더 오르게 되면 과점주주들 입장에서는 차익실현 욕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만약 과점주주 숫자가 확 줄어들게 되면 과점체제라는 표현 자체가 애매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사외이사 증원은 우리금융 규모에 걸맞은 적정한 이사 숫자를 고려했다"며 "이사회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그룹 사외이사 6명. 송수영 변호사가 임기만료로 물러나고 2명의 여교수가 신규 합류해 사외이사는 총 7명으로 늘어난다.(사진=우리금융그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