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쉽고, 더 간결하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반전을 꾀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리브랜딩 고민에 빠졌다. ETF 순자산이 130조원대까지 늘어난 가운데 개인 고객들의 이목을 사로 잡을 '브랜드'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새 이름으로 단 운용사들의 ETF들이 약진하자 브랜드 리뉴얼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지는 분위기다. ■ 점유율 하락 KB운용, '승부수' 띄워 1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KBSTAR’를 대체할 리브랜딩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ETF 시장 내 존재감 확대를 선언한 김영성 KB운용 대표는 지난달 김찬영 ETF 본부장을 영입하면서 KB운용의 점유율 확대를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김 본부장은 배재규 사장과 함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브랜드를 ‘ACE’로 새롭게 바꾸는 작업을 주도했던 인물로 김 대표와도 삼성운용에서 인연이 있다. 하지만 당초 이르면 3~4월 중 착수할 것으로 예정됐던 리브랜딩 작업은 KB운용 내부에서 빚어진 갈등으로 시기가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김 본부장이 조직을 장악하고 리더십을 발휘해 업무를 추진하는 데는 강점이 있지만 자산운용사 중 가장 자유분방한 분위기인 KB운용 직원들로선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KB운용이 브랜드 리뉴얼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저변이 확대되는 ETF 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보다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 강화가 효과적일 것이란 공감대다. KB운용은 ETF 시장에서 꾸준히 3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말 순자산 기준 ETF 점유율은 8.9%였으나 최근 7%대까지 내려앉았다. ■ 한투·신한, 브랜드 리뉴얼 후 '성장세' 뚜렷 반면 최근 ETF 시장에서 약진 중인 운용사들은 공교롭게도 리브랜딩을 마친 운용사들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022년 배재규 사장 취임을 계기로 기존 ‘KINDEX’ 브랜드를 버리고 ‘ACE’로 새롭게 교체한 바 있다. 신한자산운용 역시 기존 ‘SMART’였던 브랜드명을 ‘SOL’로 새롭게 리뉴얼하면서 신한지주 내 계열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리뉴얼을 마친 운용사들의 내부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 리뉴얼 이전 3.7% 수준이었던 ETF 시장 점유율이 현재 5.45% 수준까지 확대됐다”며 “시장 성장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직관적이고 간결한 브랜드 이미지로 인한 효과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신한운용 역시 리브랜딩 이후 공격적으로상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잇따라 히트 상품들이 자리잡으면서 연초까지만 해도 7위권이었던 점유율이 최근 5위를 탈환하는 등 유의미한 변화를 이뤄내고 있다. ■ "효과 알지만 비용 부담도..." 다만 ETF 시장 빅2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한 모든 운용사들이 ETF 시장에서 아직까지 수익 구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선뜻 결정하기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현재 2%대 점유율에서 한화자산운용 등과 치열하게 접전 중인 키움투자자산운용도 리브랜드 여부에 대해 내부 검토 작업을 지속해 가고 있다. 키움운용의 경우 패시브와 액티브 ETF 브랜드가 각각 ‘KOSEF와 ‘히어로즈’로 구분돼 있어 이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성훈 키움운용 대표는 “리브랜딩 효과가 B2C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현재도 출혈 경쟁인 상황 속에 광고비 등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경영 측면의 부담이 크다”며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나 향후 성장 속도를 장담하기도 쉽지 않아 어떤 것이 최선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너의 이름은”...ETF 리브랜딩 고민하는 자산운용사들

점유율 하락 KB운용, ETF 브랜드 리뉴얼로 돌파 추진
'ACE' 한투운용, 'SOL' 신한운용 리브랜딩 후 '성장세'

박민선 기자 승인 2024.03.19 14:33 | 최종 수정 2024.03.19 20:47 의견 0


‘더 쉽고, 더 간결하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반전을 꾀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리브랜딩 고민에 빠졌다. ETF 순자산이 130조원대까지 늘어난 가운데 개인 고객들의 이목을 사로 잡을 '브랜드'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새 이름으로 단 운용사들의 ETF들이 약진하자 브랜드 리뉴얼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지는 분위기다.

■ 점유율 하락 KB운용, '승부수' 띄워

1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KBSTAR’를 대체할 리브랜딩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ETF 시장 내 존재감 확대를 선언한 김영성 KB운용 대표는 지난달 김찬영 ETF 본부장을 영입하면서 KB운용의 점유율 확대를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김 본부장은 배재규 사장과 함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브랜드를 ‘ACE’로 새롭게 바꾸는 작업을 주도했던 인물로 김 대표와도 삼성운용에서 인연이 있다.

하지만 당초 이르면 3~4월 중 착수할 것으로 예정됐던 리브랜딩 작업은 KB운용 내부에서 빚어진 갈등으로 시기가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김 본부장이 조직을 장악하고 리더십을 발휘해 업무를 추진하는 데는 강점이 있지만 자산운용사 중 가장 자유분방한 분위기인 KB운용 직원들로선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KB운용이 브랜드 리뉴얼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저변이 확대되는 ETF 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보다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 강화가 효과적일 것이란 공감대다.

KB운용은 ETF 시장에서 꾸준히 3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말 순자산 기준 ETF 점유율은 8.9%였으나 최근 7%대까지 내려앉았다.

■ 한투·신한, 브랜드 리뉴얼 후 '성장세' 뚜렷

반면 최근 ETF 시장에서 약진 중인 운용사들은 공교롭게도 리브랜딩을 마친 운용사들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022년 배재규 사장 취임을 계기로 기존 ‘KINDEX’ 브랜드를 버리고 ‘ACE’로 새롭게 교체한 바 있다.

신한자산운용 역시 기존 ‘SMART’였던 브랜드명을 ‘SOL’로 새롭게 리뉴얼하면서 신한지주 내 계열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리뉴얼을 마친 운용사들의 내부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 리뉴얼 이전 3.7% 수준이었던 ETF 시장 점유율이 현재 5.45% 수준까지 확대됐다”며 “시장 성장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직관적이고 간결한 브랜드 이미지로 인한 효과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신한운용 역시 리브랜딩 이후 공격적으로상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잇따라 히트 상품들이 자리잡으면서 연초까지만 해도 7위권이었던 점유율이 최근 5위를 탈환하는 등 유의미한 변화를 이뤄내고 있다.

■ "효과 알지만 비용 부담도..."

다만 ETF 시장 빅2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한 모든 운용사들이 ETF 시장에서 아직까지 수익 구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선뜻 결정하기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현재 2%대 점유율에서 한화자산운용 등과 치열하게 접전 중인 키움투자자산운용도 리브랜드 여부에 대해 내부 검토 작업을 지속해 가고 있다. 키움운용의 경우 패시브와 액티브 ETF 브랜드가 각각 ‘KOSEF와 ‘히어로즈’로 구분돼 있어 이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성훈 키움운용 대표는 “리브랜딩 효과가 B2C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현재도 출혈 경쟁인 상황 속에 광고비 등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경영 측면의 부담이 크다”며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나 향후 성장 속도를 장담하기도 쉽지 않아 어떤 것이 최선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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