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옥 전경. (자료=LH)
재정건전화가 시급하다고 지적받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건설경기 침체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조 단위를 넘어서는 영업이익으로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 수 안팎을 오갔으나 이제 적자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LH가 실적 악화 속에서도 정부가 추진 중인 민간 건설경기 회복 지원을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하게 됐다는 것이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침체 등 악조건 속에서도 부채비율을 소폭 낮추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반보 전진했으나 일보 후퇴가 우려된다.
1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LH가 지난 12일 공개한 '2024년 제3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LH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3조8840억원으로 나타났으며 영업이익은 437억원이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LH의 지난해 실적은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모두 크게 감소한 것이다. 매출은 29.3% 가량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97.6% 급감했다. 특히나 매출 규모가 줄어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영업이익률이 0.3%에 불과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LH는 부동산 호황기인 2020년과 2021년에 영업이익이 각각 4조3345억원, 5조6485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측면에서 최전성기를 달렸다. 영업이익률도 17.7%, 20.7%에 달하는 등 높은 수익성을 실현했다.
그러나 건설경기 침체와 함께 이 같은 호실적이 꺾였다. 특히나 지난해 반기까지만 하더라도 LH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지난해 반기 기준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3162억원, 1256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년 대비 악화한 연간 실적은 오히려 막판 선방했다는 평가다.
LH 측은 지난해 결산 재무감사 결과 보고를 놓고 "회계 인력, 시스템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개선 노력 및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수익성 악화, 당기순손실 등 재무악화가 예상됨에 따라 장기간 부채로 인식되고 있는 원가충당부채에 대한 회수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내부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재무구조 개선 속도내기 어려운데…건설경기 회복 지원 중책 맡아
LH는 만성적으로 재정난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구조에도 불구하고 2022년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다며 정부로부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됐다. 2021년 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로 낙마한 변창흠 전 사장 이후 김현준 전 사장이 조직의 구조적 혁신과 재정건전화를 추진했지만 오히려 실적은 악화하고 지난해에는 되레 '철근누락' 비리가 터졌다. 조직을 혁신하겠다고 전임 사장들이 쇄신에 방점을 찍었지만 수익성만 훼손한 꼴이 됐다.
이러한 겹악재에도 LH는 정부의 재정건전 기조에 맞춰 지난해 부채비율을 218.3%로 낮췄다. 실적 악화 속에서도 전년도(218.7%)와 비교했을 때 0.4%포인트(p) 하락했다.
다만 LH가 부채비율을 낮추고는 있으나 절대적인 부채액을 줄이기는 힘들 전망이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도 LH의 부채 규모가 오는 2027년에는 186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이는 LH의 지난해 부채(151조2379억원)와 비교했을 때 35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설상가상으로 LH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뒷걸음질 칠 수 있다. 재무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에서 건설경기 회복 지원을 맡겼기 때문이다.
LH는 올해 제3차 이사회 회의에서 당초 발행 대비 부채상환용 채권 규모도 13조원에서 2조원을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건설경기회복 지원 방안에 따라 민간 건설사에 대한 3조원 수준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지 매입 등이 필요해서다. 하지만 LH의 민간건설사 유동성 공급은 한계건설사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준 꼴이라는 게 업계 비판이다. 무엇보다 LH 자체 재정건전화와 건설경기 회복 지원이 양립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LH는 건설경기 회복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안정적 주택 공급과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어느 때보다 공공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LH는 정부와 발맞춰 건설경기 회복과 부동산 PF시장 연착륙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LH가 정부로부터 떠맡은 구원투수의 역할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라면서 "부실 PF사업장들이 지방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입지로 사업성 등에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시장원리를 적용하지 않은 정부 및 LH의 민간건설사 지원은 오히려 '혈세낭비'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