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토교통부 장관 인선을 앞두고 공급 확대를 핵심으로 내세운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다. 현장 경험과 실행력을 갖춘 실무형 인사들이 장관 후보군에 오르면서 기대감이 커진 반면, 반복된 공급 약속과 정책 번복으로 인한 시장 불안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불안도 있다.
■ 신임 장관 인선, 실무형 리더십에 무게…실행력이 관건
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현재 맹성규·손명수·김세용 등 실무형 리더십을 갖춘 인사들을 국토부 장관 후보군으로 검토 중이다.
맹성규 민주당 국회의원(왼쪽부터), 손명수 민주당 의원, 김세용 전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사진=의원실 등)
맹성규 의원은 국토부 2차관, 교통물류실장 등 국토부 내 주요 직책을 두루 거친 ‘교통 전문가’로, 전세사기특별법 제정 등 입법 경험도 갖췄다. 손명수 의원도 국토부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 출신으로 GTX 정책을 총괄했던 인프라 경험이 강점이다. 김세용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은 서울과 경기의 공공주택사업을 진두지휘한 실무형 인물로, 학계와 공공기관 경력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무형 인사들이 거론되는 것은 거대 공급계획 실현에 탁상공론이 아닌 실행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급이 시장에 미칠 실질적 효과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공급 확대, 실효성과 신뢰 떨어져 지적…"또 시작된 장밋빛 약속"
새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신도시 조성을 통한 250만호의 대규모 공급을 핵심 기조로 내세운 상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공급이 실현되기까지의 시간, 재정투입의 규모, 행정절차의 지연 등 현실적 장애물에 대한 우려가 잇따른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사전청약 후 본청약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반복되면서 정책 신뢰도는 이미 하락한 상태다. 지난 정부도 임기 내 270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했으나 실제 입주는 대폭 미달됐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도 단기적으로는 집값 상승 요인이 되고 개발이익 과다 논란이나 지역 간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정부의 비아파트 대출 규제가 아파트 수요 쏠림 현상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공급 약속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입주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공급과 집값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 구조적 제약과 외부 변수…공급 확대 쉽지 않아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 정책이 단순히 규제 완화나 계획 수립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건설원가 상승, 인건비 급등, 원자재 공급 불안 등 구조적 제약은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 평균 공사비는 30% 이상 올랐다. 분양가는 그에 비례해 20% 이상 올라 실수요자의 접근성도 낮아지고 있다. 이 같은 비용 압박은 미분양 증가로도 연결된다.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와 주택 수요 둔화가 겹쳐 미분양이 만성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수도권도 입지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금리 변동성, 환율 리스크 등 외부 변수까지 감안하면 공급은 언제든 지연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 정책 연속성 부재와 시장 피로감…"이번엔 다를까"
정치권의 정권 교체 때마다 공급 방향과 제도가 뒤바뀌면서 시장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급 계획이 나올 때마다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고 장기적인 정책 신뢰는 더욱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계획은 많았지만 실현된 건 적었다는 인식은 실수요자들의 관망세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부동산 시장 내 양극화도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은 가격이 고공행진 중인 반면 지방과 비인기 지역은 미분양이 만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자산 불평등 심화를 유발하고, 정책 효과도 지역별로 상이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준다.
정부는 공공주도 공급 확대와 임대주택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민간 참여가 줄어들면 공급 속도와 유연성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여 확대나 임대 비율 상향이 조합의 수익성과 충돌할 경우 민간 정비사업 참여 유인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정비사업 업계에서는 "속도감 있는 공급을 위해선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이 명확해야 한다"면서 "재개발 부담금 감면, 인허가 절차 간소화, PF 지원 확대 등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