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념관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개최된 용산공원 국민소통 세미나. (사진=문재혁 기자)

13일 용산전쟁기념관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2025 용산공원 국민 소통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용산공원에 담긴 역사와 지형, 남아 있는 미군 부지 반환 등 관련 주제에 대한 전문가 발표가 진행됐다. 전문가와 시민들은 반환이 예정된 나머지 부지를 공원화하는 방향에 대해 토론을 열고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았다.

용산공원이 자리 잡은 미군기지 부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공원화 원칙이 발표되며 시민을 위한 대규모 공원으로 조성 방향이 결정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시기에는 주택공급 등 상업적 활용과 어린이정원 등 제한적 개방 방식으로 전환됐었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원래의 공원화 방향으로 복원되면서 관련 논의가 활발해졌다.

■ 역사성·보행로·시설물…용산공원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각

이번 세미나에서 세 전문가가 용산공원과 관련해 발표를 진행했다. 신주백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배재대학교 김종헌 교수, 지음건축도시연구소 최호진 소장이 각기 다른 시각으로 용산공원을 바라보고 공원화 조성 방향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용산공원 관련 역사 발표를 진행하는 신주백 연구원. (사진=문재혁 기자)

신주백 연구원은 용산기지의 변천사를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짚었다. 본래 물류 항구였던 용산이 일본군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1880년대부터 군사도시로 전환됐고, 이후 주차지에서 주둔지로 변화하면서 일본군 사령부가 들어섰다. 해방 후에는 미군이 한국전쟁 이후 장기주둔을 결정하며 메인포스트 중심의 폐쇄형 기지로 운영하게 됐다. 군사시설 뿐만 아니라 거주시설과 생활 인프라까지 내부에 갖춘 '도시 속 또 다른 도시'로 기능했다. 21세기에 이르러서는 기지 이전이 추친돼 해당 부지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신 연구원은 "공원 조성의 핵심 방향은 역사성 보존"이라며 "워싱턴DC 메모리얼파크처럼 국가의 가치와 기억을 담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현충원과 남산, 효창공원 등 역사적 공간을 종·횡축으로 잇는 구성을 제안했다. 또한 공원 조성으로 유무형의 이득을 받는 주변 수혜자들의 기부와 시민 참여를 통한 운영 모델 도입도 강조했다.

보행로 관련 발표를 진행하는 김종헌 교수. (사진=문재혁 기자)

김종헌 교수는 용산기지 원지형에 대해 살펴보고 옛길 중심 보행로 복원을 제시했다. 둔지산 자락과 연결된 산길, 조선통신사의 길·삼남대로 등 역사적 도로망이 기지 내부에 상당 부분 남아 있다는 점을 밝히며 북악산부터 용산을 거쳐 한강까지 이어지는 약 7.7km의 보행축을 복원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식민지배, 냉전 대립을 상징하던 일제, 미군의 군사기지 시절 기억에서 벗어나 일상 공간으로의 장소성 회복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서울은 산지 지형 위에 600년 도성 체계와 근현대사의 굴곡이 겹친 도시"라며 "평지 계획도시를 전제로 미국 대도시의 공원을 모방한 방향은 부적절한 조성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옛길의 연속성을 회복해 역사를 복원하고 일상 보행 네트워크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시설물 조사에 대해 발표하는 최호진 소장. (사진=문재혁 기자)

최호진 소장은 2020년부터 진행해온 용산기지 시설물 조사에 관해 발표했다. 현장 실측과 시기별 지도·항공사진을 비교하는 등 시설물 조사가 이뤄지는 방법을 설명했다. 조사 결과 현재 기지 내 건물은 1200여 동에 달하지만, 일제강점기 건물은 약 8%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미군 시기에 지어진 시설이라고 밝혔다.

최 소장은 "미군이 남긴 70여 년의 흔적 역시 용산공원 역사의 일부분으로 평가·보존해야 할 대상"이라며 공원 조성시 기존 건축물의 무차별적인 철거가 이뤄지지 않도록 당부했다. 또한 "반환 후 시민들이 직접 공간을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용산 공원 역사를 열람·전시·교육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며 관련 아카이브 구축을 제안했다.

세 발표자는 접근 방법은 달랐으나 부지 활용 방향이 이전 전부의 상업적 개발에서 공원화 방향으로 복원된 점을 반겼다. 또한 공원화 사업이 단순한 녹지 조성에 그치지 않고 역사성을 보존하며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시민들의 질문을 받고 토론에 참여하는 전문가들 모습. (사진=문재혁 기자)

■ 공원 조성 방향에 다양한 시민 의견 쏟아져

세미나에 참석한 시민들은 용산기지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부지 반환과 공원 조성에 대해 여러 의견을 밝혔다.

2017년부터 2년간 용산기지에서 카투사로 근무한 이동규 셰프는 기지 내에 남아 있는 시설물을 활용해 문화·창업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셰프는 "서울 도심에 대규모 공원을 조성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도시 정체성을 담을 수 있도록 복합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기지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상민 감독은 용산기지에 주거하거나 출입했던 사람들의 경험과 삶을 언급하며, 관련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역사 기록 공간 조성을 제시했다. 이 감독은 "공간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기에 용산기지 관련인 중심의 기록이 공원 조성안에 반영되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과 질문 시간에는 여러 의견이 쏟아졌다. 환경단체 관련인 등 여러 시민들은 용산기지의 환경오염에 대해 우려를 보였다. 한 용산 주민은 "윤정부 시절 대통령실이 이전되며 환경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어린이공원으로 개방되는 등 졸속추진됐다"며 "부지 오염을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서대학교 환경공학과 조용균 교수는 시간 경과에 따른 자연 회복으로 환경을 복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 용산 주민은 "대통령실 재이전이 예고된 만큼 국방부 부지도 활용해 공원을 확장하는 방향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최 소장은 "국방부 부지 내에 일본군 관사 등 일부 역사 시설물이 남아 있다"고 밝히며 장기적으로 이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2006년부터 오랜 기간 부지 활용이 논의된 만큼, 공원화를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기지 반환 시점이 확정돼야 한다는 점에 의견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