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책 이후 서울 25개구 중 유일하게 서초구에서 전세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잠원동 '메이플자이'의 공급 영향으로 전세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전세매물이 반전세·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모습이다. 대출 규제로 전제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며 초기 입주부담이 작은 월세 매물로 전환이 늘어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걸린 '메이플자이' 매물들. (사진=문재혁 기자)
6·27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지역 전세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7월 둘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0.03%, 서울은 0.07% 상승했다. 서울 내에서는 송파구가 잠실·방이동 대단지 위주로 전주대비 0.27% 상승, 강동구는 고덕·둔촌동 주요단지 위주로 0.22% 상승하는 등 25개구 중 24개구가 상승했다.
유일하게 하락을 보인 곳은 서초구이다. 잠원·반포동 위주로 전세가격이 0.18% 감소하며 6월 둘째 주 이후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초구가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는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잠원동 '메이플자이' 공급물량의 영향이 크다.
서울 서초구 자이 아파트. (사진=문재혁 기자)
총 3307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이곳은 전세 1859건, 월세 1543건의 매물을 쏟아내며 총 3402가구를 시장에 등록했다. 이는 전세와 반전세, 월세 등이 중복된 수치다. 한국부동산원은 "일부 입주물량 영향있는 지역에서 전세가격 하락하는 등 지역·단지별 상승·하락 혼조세 나타난다"며 서초구 전세가 하락이 공급으로 인해 일어났다고 밝혔다.
6·27 대책에 담긴 규제도 전세가 하락을 부추겼다. 갭투자 차단과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로 매수자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심해지며 수요가 줄어들었다. 이에 호응하여 일부 집주인들이 가격을 낮추면서 전세가가 하락했다. 실제로 메이플자이의 전용 84㎡의 최저 전세실거래가는 14억5천만원 수준이다. 대책 전보다 전셋값이 약 4억원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로 인한 자금조달난이 매수자 수요를 줄이며 전세가 하락을 일으켰지만, 동시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반전세·월세로 전환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메이플자이에서 체결된 전·월세 계약은 17건으로 모두 월세가 없는 순수 전세였으나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근 월세가 100만원이 넘는 반전세·월세 계약이 크게 늘었다. 전용면적 59㎡ 매물은 집주인이 이달 보증금 1억원, 월세 5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전용 84㎡의 경우 보증금 2억원, 월세 63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메이플자이 전용 59㎡의 전세 시세는 12억원 수준으로, 이 정도 금액을 대출 없이 자체 조달 가능한 전세 수요자는 많지 않다. 이런 초기 입주비용 부담을 줄이고 세입자를 보다 쉽게 확보하기 위해, 집주인들이 상대적으로 보증금이 적은 반전세·월세 계약으로 매물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입자 사이에서도 월세 선호가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6·27 대책을 통해 전세퇴거자금대출의 최대한도도 1억원으로 묶이면서 전세보증금을 제때 반환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늘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전세가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되며 전·월세 가격이 함께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서초구 전세가 하락은 공급 물량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일어난 일시적 현상"이라며 "공급 물량이 충분하도록 구조 개선이 이뤄진것이 아니기에 추후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임대차시장에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흐름은 주거비부담을 늘려 세입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