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808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의 재산 분할을 선고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항소심 판결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 게다가 SK그룹의 경영권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여파가 큰 재판에서 명확하지 않은 메모가 중요한 증거로 제시됐다는 점이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왼쪽), 노소영 관장 (사진=연합뉴스) 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중요한 증거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진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는 '1998년 4월1일 현재 선경 300억원, 최 실장 2억원, 최 상무 32억원, 노재우 251억+90억원'이라고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2월 12일 현재라고 적힌 또 다른 메모 역시 비슷한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메모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이 제공된 곳을 김 여사가 기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노 전 대통령 자금이 최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전 회장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본 것이다. 이를 토대로 노 관장에 대한 SK 기업가치 증가와 경영 활동 기여도를 인정했고, 1심 판결의 20배 수준의 재산 분할을 판결한 것이다. 최 회장측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를 요구하면 주겠다는 약속"이라며 "'선경 300억원'의 의미는 통상 약속어음의 경우 발행인(선경그룹)이 소지인(노태우)에게 '주겠다는 약속'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금을 받았다는 증거'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최 회장측은 과거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SK그룹에 비자금 유입이 없었고, 사돈 기업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다고 반박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거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결과보다 메모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다. 게다가 해당 메모 역시 누가 누구에게 돈을 준 것인지, 아니면 받을 것인지 등에 내용은 없이 대상과 금액만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재판에서 일방적인 메모, 게다가 해당 메모가 정확하게 SK그룹으로 비자금이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어려운데 이를 증거로 인정해 판결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일반적으로 재산 분할의 경우 당사자의 기여도를 중심으로 보는데 이번에는 부모, 게다가 해당 자금이 부모의 재산인지도 불확실한 비자금이라는 것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 관장측의 주장대로 실제 자금이 SK그룹에 들어갔다고 해도 그것이 노 관장의 재산 기여도와 연관이 있는지, 그리고 해당 자금이 불법으로 조성된 것이 아닌지 등의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일단 해당 메모가 증거로서 얼마나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 가장 큰 논란거리"라며 "또 부모라는 특수관계인의 기여도를 재산분할 소송에 적용한 것도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불법 자금으로 의심되는 돈을 노 관장측의 자산으로 인정할 경우 비자금 조성을 정당하다고 인정해 주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최 회장 변호인단이 상고할 계획인만큼 이 같은 논란거리는 대법원의 판단에 맡겨졌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SK그룹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아울러 그룹 경영과 국가경제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줬다 받았다'도 없는 메모가 1.4조 재산분할 판결의 증거라고?

최태원-노소영 이혼 항소심 판결 논란 거세져
"불확실하고 일방적인 메모 근거로 '비자금' 인정한 판결"

백진엽 기자 승인 2024.06.03 14:29 의견 0

1조3808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의 재산 분할을 선고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항소심 판결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 게다가 SK그룹의 경영권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여파가 큰 재판에서 명확하지 않은 메모가 중요한 증거로 제시됐다는 점이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왼쪽), 노소영 관장 (사진=연합뉴스)


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중요한 증거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진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는 '1998년 4월1일 현재 선경 300억원, 최 실장 2억원, 최 상무 32억원, 노재우 251억+90억원'이라고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2월 12일 현재라고 적힌 또 다른 메모 역시 비슷한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메모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이 제공된 곳을 김 여사가 기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노 전 대통령 자금이 최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전 회장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본 것이다. 이를 토대로 노 관장에 대한 SK 기업가치 증가와 경영 활동 기여도를 인정했고, 1심 판결의 20배 수준의 재산 분할을 판결한 것이다.

최 회장측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를 요구하면 주겠다는 약속"이라며 "'선경 300억원'의 의미는 통상 약속어음의 경우 발행인(선경그룹)이 소지인(노태우)에게 '주겠다는 약속'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금을 받았다는 증거'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최 회장측은 과거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SK그룹에 비자금 유입이 없었고, 사돈 기업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다고 반박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거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결과보다 메모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다. 게다가 해당 메모 역시 누가 누구에게 돈을 준 것인지, 아니면 받을 것인지 등에 내용은 없이 대상과 금액만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재판에서 일방적인 메모, 게다가 해당 메모가 정확하게 SK그룹으로 비자금이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어려운데 이를 증거로 인정해 판결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일반적으로 재산 분할의 경우 당사자의 기여도를 중심으로 보는데 이번에는 부모, 게다가 해당 자금이 부모의 재산인지도 불확실한 비자금이라는 것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 관장측의 주장대로 실제 자금이 SK그룹에 들어갔다고 해도 그것이 노 관장의 재산 기여도와 연관이 있는지, 그리고 해당 자금이 불법으로 조성된 것이 아닌지 등의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일단 해당 메모가 증거로서 얼마나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 가장 큰 논란거리"라며 "또 부모라는 특수관계인의 기여도를 재산분할 소송에 적용한 것도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불법 자금으로 의심되는 돈을 노 관장측의 자산으로 인정할 경우 비자금 조성을 정당하다고 인정해 주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최 회장 변호인단이 상고할 계획인만큼 이 같은 논란거리는 대법원의 판단에 맡겨졌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SK그룹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아울러 그룹 경영과 국가경제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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