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전 세계적으로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 역시 빨라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기존 치료제들 보다 뛰어난 효능 등 차별화를 통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수한 임상결과들도 발표되면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주 1회 투여가 가능한 GLP-1 주사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을 올 1월 시작했다. 한국인의 체형과 BMI 기준에 맞춘 한국형 GLP-1 치료제가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연내 임상 완료 후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약물은 체내에서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Slow Absorption 방식’을 적용해 기존 GLP-1 계열 약물이 가진 위장관계 부작용을 개선하고 환자 편의성과 내약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것이 강점이다. 또한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돼 글로벌 품귀 상황 속에서도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비용으로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목된다.

HK이노엔은 최근 중국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에크노글루타이드'의 임상 3상 결과가 공개되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서 공개된 중국 임상결과에 따르면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 66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에크노글루티드 투여군은 48주 이후 체중 감소율 최대 15.4%를 기록했다. 환자 77.7%~92.8%는 약 5% 체중 감소를 보였다.

국내에서도 HK이노엔이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3상 승인을 받았다. 이번 임상 결과 공개에 따라 에크노글루타이드는 비만신약으로서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지게 됐다. HK이노엔은 2028년 5월 중 국내 임상 3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국내에서만 10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하는 약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장기 지속형 주사제 전문 기업 인벤티지랩과 손잡고 GLP-1 계열 신약 IVL3021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IVL3021은 월 1회 투여 가능한 장기 지속형 주사제로 기존 주 1회 제형 대비 환자 순응도 향상이 예상된다. 전임상에서 안정적인 혈중 농도 유지가 확인돼 올해 식약처에 임상 1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일동제약그룹 신약 연구개발 회사 유노비아는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ID110521156’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했다. 과체중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 간이 결과, 1일 1회 경구 투여 용법에 적합한 약물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혈당 및 체중 감소 효능 등도 확인했다. ID110521156은 기존 주사제 형태의 펩타이드 약물과 달리 경구 투여가 가능한 저분자 합성 신약으로 생산성과 복용 편의성 측면에서 차별화된 강점을 지녔다.

붙이는 제형의 비만 치료제도 개발이 진행중이다. 대원제약은 마이크로니들 전문 기업 라파스와 함께 붙이는 비만치료제 DW1022를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미세 바늘을 이용해 약물을 주입하는 패치 형태의 약물 전달 시스템이다. DW1022는 대원제약이 개발·생산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성분 원료의약품(API)에 라파스의 마이크로니들 패치 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현재 임상 1상을 완료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 대부분은 글로벌 제약사가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인에게 적합한 치료제가 출시되면 선택지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며 “단순 비만 치료를 넘어서 복용 편의성, 기능성 강화, 부작용 감소 등 다양한 치료제의 등장으로 관련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12.2% 성장해 1422억6000만 달러(한화 약 19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비만 치료제 시장은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48.4% 성장해 480억 달러(약 6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