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주가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운다. 실적과는 무관한 상승이다. 당장 2분기 실적만 해도 전년대비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새 정부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 영향이 최근 상승의 주된 배경이다. 자사주 소각,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대감 등이 주가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실적과 무관한 상승인만큼 정부정책 효과가 떨어지면 주가 되돌림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삼성화재 주가는 51만8000원으로, 전일 대비 9.5%(4만5000원) 급등했다.
지난달 40만원대에 안착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50만원까지 뚫었다.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DB손해보험 주가 상승률도 각각 6.7%, 6.3%, 4.8%를 기록하면서 업종 주가 상승률에 힘을 보탠다.
생명보험 역시 급등세다. 업종 대표주인 삼성생명이 전날 대비 6.9%(9100원) 오른 14만700원으로 장을 마쳤고, 미래에셋생명도 상승률이 7.0%에 달했다.
최근 이 같은 보험주 급등은 실적 장세로 보기는 어렵다. 올해 2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모두 악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급등한 손해보험 종목을 살펴보면 2분기 순익 컨센서스는 삼성화재 5646억원(전년 6114억원), 현대해상 2724억원(3557억원), 한화손해보험 938억원(1299억원), DB손해보험 4592억원(5407억원) 등 모두 전년 동기에 비해 후퇴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세, 실손보험 적자 지속, 예실차 악화 등 손해보험 업종의 경우 2분기 보험손익 부진에 대해 폭넓은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특히 현대해상과 한화손보는 전년동기대비 두자릿 수 이상 순익이 감소해 실적 쇼크를 예상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실적 악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보험주 주가가 폭등한 것은 새 정부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 영향이다. 상법 개정이 6월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했다면 이달 들어서는 자사주 의무 소각,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대감이 새로운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주와 달리 보험사의 경우 오너십이 작동되는 회사들이 많아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편이다. 업종 대표주인 삼성생명(10%)과 삼성화재(13%)는 물론이고, 한화생명(13%), DB손해보험(15%), 현대해상(12%) 등 다수 보험사들이 두 자릿수 자사주 보유 비율을 기록 중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현실화 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순이익 급증으로 이어진다. 만년 저평가돼 온 보험주에 대한 시각이 확 바뀐 이유다. 특히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금융주의 경우 자사주 소각이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지배구조 개편 이슈로 연결돼 그룹 전체의 주가를 흔들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보험주는 오래 전부터 고배당주로 인식된 만큼 배당소득 분리과세 이슈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과거 여러 차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며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상법 개정 등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지배구조 변화 환경이 조성되고 있고, 그런 기대감이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자사주 소각 압박이 커지면 지분율 하락에 대처할 요인이 커지는 만큼 일반주주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실적과 연동되지 않은 주가 상승은 되돌림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설용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선 이후 상법 개정 등 기대감 영향으로 보험업종 주가는 양호한 흐름을 보였으나 궁극적으로 주주환원 재개를 위한 제도 개편에 앞서 계약자 보호를 위한 손실흡수 여력 등이 충분히 확보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보험주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 관점보다는 보수적 관점으로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완화되더라도 향후 도입될 기본자본 K-ICS 비율 관리 방안 등을 감안했을 때 제도 개선 수혜는 일부 종목에 제한적으로 작동할 것이란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