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후크 엔터테인먼트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는 베일을 벗기 전부터 화제의 드라마로 떠올랐다. 사전 제작 기간만 약 1년, 25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가 첩보 영화 같은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완성했다. 이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켰고, 이 작품에 출연한 이승기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분이 기대도 하고 우려도 해주면서 방송을 시작했는데 다행히 좋은 평가와 분위기 속에서 종영을 맞이할 수 있어서 기쁘다. 무엇보다 잘 만든 콘텐츠로 남을 수 있을 거 같아서 만족스럽다”
그가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단지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액션 장르는 처음에만 큰 액션 장면을 보여주고 회차가 지날수록 큰 액션신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배가본드’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었다. 또 넷플릭스랑 함께 하기 때문에 전 세계로 드라마가 소비가 되지 않나. 부끄럽지 않게 작품을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하게 됐다. 우리나라 드라마 역사상 좋은 가이드라인을 남겨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늘 만족할 수는 없었다. 1년이라는 제작기간은 비행기 테러 사건으로 조카를 잃은 스턴트맨 출신 차달건의 감정에 익숙해지게 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촬영하다 보니까 개인적으로 텐션에 익숙해져 있다는 게 보일 때가 많았다. 더 긴장감 있게 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 그것만 빼면 크게 아쉬운 부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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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연기에 대한 호불호도 존재했다. 감정 과잉이 그 이유였다.
“차달건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불편한 인물이다.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려고 하고, 조직적인 은폐를 자꾸 들춰낸다. 가족을 하루아침에 잃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소통이나 일반적인 회로로 대화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분노와 화가 많은 인물로 표현했는데 그 부분에서 보는 사람들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보기 편한 연기를 하고 정제된 연기 톤으로 하는 건 리얼리티 적으로는 아니라는 판단에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
이승기는 드라마 속에서 그야말로 날아다녔다. 첩보 액션 장르인 만큼, 또 스턴트맨 출신의 캐릭터라 액션에 능숙해야 했다.
“사고가 언제 터질지 몰라서 걱정을 많이 했다. 사실 작은 액션신이 거의 없고 큰 액션신이 많아 사전 리허설을 많이 했다. 더 나아가 촬영 며칠 전부터 액션신을 준비하기도 했다. ‘제발 안 다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면서 촬영장에 나갔다"
대역도 거의 쓰지 않았다. 연기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액션신의 7~80% 정도는 직접 소화했다. 일부러 그렇게 했다기보다는 배우가 직접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너무 크더라. 배우가 직접 소화하지 못할 때는 본 듯한 액션신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직접 소화하면 긴박감이 전해지기 때문에 더 욕심을 냈다. 힘들었던 만큼 결과가 좋아서 너무 좋다”
사진제공=후크 엔터테인먼트
이승기는 인터뷰 내내 ‘배가본드’의 인기를 체감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자신을 이승기 대신 차달건으로 부른다고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시청률은 평균 10% 내외로 기대보다 아쉬운 성적을 썼다.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체감까지 없었으면 어떤 게 잘못됐나 했을 텐데 내가 했던 작품 중 이렇게 많은 피드백을 받은 건 처음이다. 체감과 시청률이 같이 가야 정상이지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퀄리티에서 만족해서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시청률에 크게 좌지우지되지 않으려고 한다”
열심히 임한 만큼 ‘배가본드’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자신의 필모그래피 속에 재미있는 드라마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밝히며 많은 사랑을 보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인데 좋아해 주신 분이 많아서 기분 좋다. 또 미흡한 부분도 많았지만 겸허하게 수용해 다른 작품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보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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