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 살아있는 인간인지 확인하세요. #. 22일 일요일 낮 3시. 서울 을지로에 있는 카페 '하이드미플리즈'. 오래된 건물 벽면 곳곳에 '월드코인'이라고 적힌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카페에 들어서자 손님이 한명 뿐이 한적한 실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카운터로 가 자몽에이드를 시키며 운을 뗐다. "혹시 월드코인..." "예약 하셨을까요?". 별일 아니라는 듯 응대하는 직원을 보니 긴장했던 마음도 한결 느슨해진다. 직원 안내에 따라 카페 한편에 마련된 Orb(오브)라 불리는 동그란 기계 앞에 앉았다. 홍채 스캐너다. 18세 이상임을 인증하기 위해 신분증도 꺼내 보였다. 미리 다운로드 받은 월드코인 앱을 열고 클릭 클릭을 이어가자, '생채인식 처리가 위험을 수반한다는 것을 이해합니다'라는 무시무시한(?) 경고가 떴다. 애써 외면하며 연달아 '동의' 항목을 눌렀다. "눈을 크게 떠주세요". 눈앞에 놓인 기계 오브를 뚫어져라 쳐다보자 불빛이 반짝였다. 보고 있자니 잠시 정신이 아득한 듯 했다. "다 끝났습니다". 그렇게 홍채 정보가 기계로 넘어갔고, 월드코인 앱에는 65개의 코인 적립(예정) 표시가 떴다. 23만3728원의 가치. 내가 '진짜 살아있는 인간'임을 인증한 값이었다. 월드코인 앱 캡쳐./자료=월드코인앱 카페 직원에 따르면 한동안 줄을 이었던 월드코인 에어드롭(코인 무료나눔 마케팅) 행렬은 최근 뜸해졌다고 한다. 코인 가격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 했다. 사장님이 '이런 쪽'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고도 했다. '하이드미플리즈'는 어떤 곳이기에 월드코인의 홍채 정보 수집을 대리하고 있을까.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소개 글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커뮤니티와 공간을 연결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팀 멤버에는 개발자와 금융권 출신 회사 운영자, 하버드 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자, 소프트뱅크벤처스 고문도 나열돼 있었다. 수많은 코인 가운데 '월드코인'이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샘 올트만이라는 '이름값'과 '기본코인'이라는 내러티브 때문이다. 샘 울트먼은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개발자와 경제학자, 기술자로 구성된 글로벌 커뮤니티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경제 참여 및 접근성 확대를 목표로 하는 오픈 소스 프로토콜로 개발해 '월드코인'을 선보였다. 샘 올트먼은 인간과 봇을 구분하고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일자리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는 '보편적 기본 소득(UBI)'을 월드코인의 내러티브로 소개했다. AI에게 일을 빼앗긴 사람에게, 코인으로 보상한다는 아이디어다.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는 시대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이다. 기본적으로 '국적'이 없는 토큰 생태계를 고려해 볼 때, 월드코인은 '세계 정부'의 '기본소득'이라는 원대한 구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월드코인 측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월드 ID'라는 디지털 신분증을 발급하고, 이를 통해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일정 금액의 가상화폐인 '월드코인'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보편적 기본 소득'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보편적 기본 소득'은 수여자의 사전 기여분 유무와 상관 없이 국가가 최소 생활비를 지급한다. 한마디로 오브 기계에 홍채 정보를 인증하고 나면, 그날을 기점으로 샘 올트먼의 제국의 국민이자, 기본 소득 대상자가 되는 셈이다. 월드코인 측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전 세계 160개국, 600만 명 가량이 월드ID를 등록했다. 그렇다면 내가 제공한 '홍채 정보'는 안전한 것일까. 개발사 측은 홍채 정보는 보관하거나 판매하지 않고 바로 파기한다고 강조한다. 월드코인 측은 개인정보 이슈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X(구 트위터) 출신 데미안 키런을 개인정보 보호 책임자로 영입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월드코인의 위법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월드코인 상장사 빗썸에서는 "월드코인 재단과 상호 소통 중이며 개인정보 이슈 외에는 알려진 위험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이슈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광폭 확대는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월드코인은 친구를 초대할 경우, 월드코인 4.31개를 추가로 제공한다. 초대받은 친구가 오브 인증을 하면 월드코인 21.55개(7만5000원 상당)를 더 받을 수 있다. 홍채 정보는 건넸지만, 연락처라면 글쎄. '초대 전송을 위한 연락처에 대한 엑세스를 활성화합니다'라는 안내에는 쉽게 '동의'가 안된다. 역시 '월드코인'의 한계가 개인정보 이슈라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기자가 간다] 홍채 정보 주고 코인 65개를 받았다

코린이 첫 코인, 공짜 에어드롭 '월드코인' 선택
코인 65개, 20만원 상당 무료 획득
샘 알트만의 원대한 꿈...'기본 코인' 내러티브 먹힐까

황보람 기자 승인 2024.07.23 13:48 | 최종 수정 2024.07.23 14:22 의견 0

내가 진짜 살아있는 인간인지 확인하세요.

#. 22일 일요일 낮 3시. 서울 을지로에 있는 카페 '하이드미플리즈'. 오래된 건물 벽면 곳곳에 '월드코인'이라고 적힌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카페에 들어서자 손님이 한명 뿐이 한적한 실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카운터로 가 자몽에이드를 시키며 운을 뗐다. "혹시 월드코인..."

"예약 하셨을까요?". 별일 아니라는 듯 응대하는 직원을 보니 긴장했던 마음도 한결 느슨해진다. 직원 안내에 따라 카페 한편에 마련된 Orb(오브)라 불리는 동그란 기계 앞에 앉았다. 홍채 스캐너다. 18세 이상임을 인증하기 위해 신분증도 꺼내 보였다. 미리 다운로드 받은 월드코인 앱을 열고 클릭 클릭을 이어가자, '생채인식 처리가 위험을 수반한다는 것을 이해합니다'라는 무시무시한(?) 경고가 떴다. 애써 외면하며 연달아 '동의' 항목을 눌렀다.

"눈을 크게 떠주세요". 눈앞에 놓인 기계 오브를 뚫어져라 쳐다보자 불빛이 반짝였다. 보고 있자니 잠시 정신이 아득한 듯 했다. "다 끝났습니다". 그렇게 홍채 정보가 기계로 넘어갔고, 월드코인 앱에는 65개의 코인 적립(예정) 표시가 떴다. 23만3728원의 가치. 내가 '진짜 살아있는 인간'임을 인증한 값이었다.

월드코인 앱 캡쳐./자료=월드코인앱

카페 직원에 따르면 한동안 줄을 이었던 월드코인 에어드롭(코인 무료나눔 마케팅) 행렬은 최근 뜸해졌다고 한다. 코인 가격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 했다. 사장님이 '이런 쪽'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고도 했다.

'하이드미플리즈'는 어떤 곳이기에 월드코인의 홍채 정보 수집을 대리하고 있을까.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소개 글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커뮤니티와 공간을 연결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팀 멤버에는 개발자와 금융권 출신 회사 운영자, 하버드 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자, 소프트뱅크벤처스 고문도 나열돼 있었다.

수많은 코인 가운데 '월드코인'이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샘 올트만이라는 '이름값'과 '기본코인'이라는 내러티브 때문이다.

샘 울트먼은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개발자와 경제학자, 기술자로 구성된 글로벌 커뮤니티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경제 참여 및 접근성 확대를 목표로 하는 오픈 소스 프로토콜로 개발해 '월드코인'을 선보였다.

샘 올트먼은 인간과 봇을 구분하고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일자리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는 '보편적 기본 소득(UBI)'을 월드코인의 내러티브로 소개했다. AI에게 일을 빼앗긴 사람에게, 코인으로 보상한다는 아이디어다.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는 시대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이다. 기본적으로 '국적'이 없는 토큰 생태계를 고려해 볼 때, 월드코인은 '세계 정부'의 '기본소득'이라는 원대한 구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월드코인 측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월드 ID'라는 디지털 신분증을 발급하고, 이를 통해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일정 금액의 가상화폐인 '월드코인'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보편적 기본 소득'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보편적 기본 소득'은 수여자의 사전 기여분 유무와 상관 없이 국가가 최소 생활비를 지급한다.

한마디로 오브 기계에 홍채 정보를 인증하고 나면, 그날을 기점으로 샘 올트먼의 제국의 국민이자, 기본 소득 대상자가 되는 셈이다. 월드코인 측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전 세계 160개국, 600만 명 가량이 월드ID를 등록했다.

그렇다면 내가 제공한 '홍채 정보'는 안전한 것일까.

개발사 측은 홍채 정보는 보관하거나 판매하지 않고 바로 파기한다고 강조한다. 월드코인 측은 개인정보 이슈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X(구 트위터) 출신 데미안 키런을 개인정보 보호 책임자로 영입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월드코인의 위법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월드코인 상장사 빗썸에서는 "월드코인 재단과 상호 소통 중이며 개인정보 이슈 외에는 알려진 위험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이슈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광폭 확대는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월드코인은 친구를 초대할 경우, 월드코인 4.31개를 추가로 제공한다. 초대받은 친구가 오브 인증을 하면 월드코인 21.55개(7만5000원 상당)를 더 받을 수 있다. 홍채 정보는 건넸지만, 연락처라면 글쎄. '초대 전송을 위한 연락처에 대한 엑세스를 활성화합니다'라는 안내에는 쉽게 '동의'가 안된다. 역시 '월드코인'의 한계가 개인정보 이슈라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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