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복 SC제일은행장. 2015년 1월 SC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에 임명되었고 2018년과 2021년, 2023년 각각 은행장으로 재선임됐다.(자료=SC제일은행) SC제일은행이 잇따른 악재로 휘청이고 있습니다. 홍콩 ELS 사태 당시 덩치에 비해 판매 규모가 커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데 이어 최근에는 티메프 유탄을 맞았습니다. 큐텐그룹 이커머스 계열사에 입점 중인 일부 셀러들은 선정산대출을 요긴하게 활용해 왔습니다. 상품을 판매하고도 정산이 늦다 보니 일시적으로 자금부족 상황에 처할 수 있는데 이를 은행 대출로 해결한 것이죠. 국민은행이 2018년 가장 먼저 취급했지만 대출 규모는 2년 늦게 진출한 SC제일은행이 가장 컸습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티몬·티몬월드·위메프에 대한 SC제일은행의 선정산대출 규모는 티몬 2098억원, 티몬월드 1052억원, 위메프 498억원 등 총 3648억원(7월24일 기준)입니다. 국민은행(203억원)보다 월등히 많은 규모입니다. SC제일은행이 큐텐 계열 셀러들의 선정산대출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출 규모가 크다 보니 은행의 손실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출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했는데 담보가 사라져 원리금을 받을 길이 막막합니다. 손실도 손실이지만 셀러들의 원망이 집중되고 금융감독원의 조사까지 겹쳤으니 그야말로 비상 상황입니다. 일부 셀러들은 SC제일은행과 큐텐 계열사들이 사실상 공모해서 대출을 부추겼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4월 티몬이 티몬월드를 만들어 디지털·가전업체들을 대거 입점시켰고, 그 시기에 맞춰 SC제일은행이 대출 한도를 크게 올리면서 선정산대출을 강하게 유도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은 당시 대출 한도를 기존 대비 2배로 늘리고 대상도 ‘연 매출액 500억원 이하’에서 ‘1300억원 이하’로 크게 확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SC제일은행은 셀러들이 한도 상향을 요구해 취한 조치라며 펄쩍 뜁니다.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의에서 일부 의원들이 SC제일은행에 대한 조사를 강하게 요구했고 금감원은 실태 점검에 나선 상태입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SC제일은행의 영업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는 추후 금감원 발표가 나와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감원 조사와는 별도로 업계에서는 SC제일은행이 선정산대출을 공격적으로 취급한 데 대해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소규모 은행의 어쩔 수 없는 선택지’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2017년부터 증가세를 이어오던 SC제일은행의 자산은 최근 크게 꺾였습니다. 지난해 3월 104조원에서 올해 3월 86조원으로 1년새 약 18조원(17%) 감소입니다. 업계 1위인 KB국민은행(544조원)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이며, 지방은행인 부산은행(78조원)에 조금 앞섭니다. 2018년까지 200개가 넘었던 지점 수도 최근 148개까지 줄었습니다. KB국민은행(700개)의 5분의 1 수준입니다. 영업력이 그만큼 약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업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덩치 큰 은행들에 밀리지 않으려면 수익성 높은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초 홍콩 ELS 사태가 불거졌을 때 SC제일은행의 판매잔액이 1조2000억원에 달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요. 이는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의 절반 규모였습니다. 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자산 대비 얼마나 공격적으로 ELS 판매에 몰두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번 티메프 사태에서 유독 SC제일은행의 선정산대출 규모가 컸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격적인 영업 결과가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아시다시피 홍콩 ELS는 은행들에 큰 손실을 안겼습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홍콩 ELS 배상(1329억원) 영향으로 전년동기대비 당기순익이 67.8%(857억원)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티메프 사태의 여파도 3분기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제는 어엿한 금융그룹으로 자리를 잡은 핀테크 유니콘 ‘토스’는 사업 초기 SC제일은행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토스의 대표 서비스인 ‘간편송금’은 SC제일은행이 초기 펌뱅킹(firm banking)망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활성화되기 어려운 서비스였습니다. 펌뱅킹은 금융기관이 기업의 서버에 전용 회선을 연결해 기업이 더 편리하게 자금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입니다. 은행을 방문하거나 인터넷뱅킹을 접속할 필요가 없고 거래 건수 제한도 없어 매우 편리합니다. 실적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엄두를 낼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었지만 SC제일은행은 기꺼이 망을 열어줬습니다. 토스는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빚만 있는 스타트업에 펌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굳이 지지 않아도 될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다”고 당시를 기업합니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을 제외하면 그 어떤 은행도 토스에 펌뱅킹망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이승건 대표가 대통령 앞에서 열변을 토한 뒤에야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망을 열어줘 가까스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은행들을 뚫는 데에는 예상(1년)과 달리 무려 3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 SC제일은행은 토스의 무엇을 보고 펌뱅킹을 열어 준 것일까요.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물론 그런 면도 없지 않겠지만 좀 더 냉철하게 바라보면 ‘펌뱅킹 이용 수수료’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토스는 송금 건당 약 500원의 수수료를 은행에 지불했습니다. 이용자가 늘면 늘수록 은행은 가만히 앉아서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챙길 수 있습니다. 사실 한정된 자원으로 5대 은행과 차별점 없이 영업에 임할 경우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SC제일은행이 펌뱅킹 수수료에, 홍콩 ELS에, 선정산대출에 공격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지난달 5대 은행을 포함한 많은 은행들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며 주주환원 강화를 선언했습니다. 안타깝게도 SC제일은행은 공격적인 영업의 부메랑을 맞아 사상 최대 실적 행진에 동승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SC제일은행은 지난 5일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했습니다. 선정산대출 이용 고객들에게 대출기간 연장 및 이자 전액 지원 방침을 밝힌 것인데요. 만기 추가 연장 등 추가 지원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합니다. 부디 이 과정에서 SC제일은행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선진 금융기법이 빛을 발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티메프 유탄 'SC제일은행'의 연이은 '새드 엔딩' [뷰파인더]

최중혁 기자 승인 2024.08.06 13:56 | 최종 수정 2024.08.07 08:49 의견 0
박종복 SC제일은행장. 2015년 1월 SC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에 임명되었고 2018년과 2021년, 2023년 각각 은행장으로 재선임됐다.(자료=SC제일은행)


SC제일은행이 잇따른 악재로 휘청이고 있습니다. 홍콩 ELS 사태 당시 덩치에 비해 판매 규모가 커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데 이어 최근에는 티메프 유탄을 맞았습니다.

큐텐그룹 이커머스 계열사에 입점 중인 일부 셀러들은 선정산대출을 요긴하게 활용해 왔습니다. 상품을 판매하고도 정산이 늦다 보니 일시적으로 자금부족 상황에 처할 수 있는데 이를 은행 대출로 해결한 것이죠.

국민은행이 2018년 가장 먼저 취급했지만 대출 규모는 2년 늦게 진출한 SC제일은행이 가장 컸습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티몬·티몬월드·위메프에 대한 SC제일은행의 선정산대출 규모는 티몬 2098억원, 티몬월드 1052억원, 위메프 498억원 등 총 3648억원(7월24일 기준)입니다. 국민은행(203억원)보다 월등히 많은 규모입니다. SC제일은행이 큐텐 계열 셀러들의 선정산대출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출 규모가 크다 보니 은행의 손실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출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했는데 담보가 사라져 원리금을 받을 길이 막막합니다. 손실도 손실이지만 셀러들의 원망이 집중되고 금융감독원의 조사까지 겹쳤으니 그야말로 비상 상황입니다.

일부 셀러들은 SC제일은행과 큐텐 계열사들이 사실상 공모해서 대출을 부추겼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4월 티몬이 티몬월드를 만들어 디지털·가전업체들을 대거 입점시켰고, 그 시기에 맞춰 SC제일은행이 대출 한도를 크게 올리면서 선정산대출을 강하게 유도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은 당시 대출 한도를 기존 대비 2배로 늘리고 대상도 ‘연 매출액 500억원 이하’에서 ‘1300억원 이하’로 크게 확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SC제일은행은 셀러들이 한도 상향을 요구해 취한 조치라며 펄쩍 뜁니다.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의에서 일부 의원들이 SC제일은행에 대한 조사를 강하게 요구했고 금감원은 실태 점검에 나선 상태입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SC제일은행의 영업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는 추후 금감원 발표가 나와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감원 조사와는 별도로 업계에서는 SC제일은행이 선정산대출을 공격적으로 취급한 데 대해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소규모 은행의 어쩔 수 없는 선택지’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2017년부터 증가세를 이어오던 SC제일은행의 자산은 최근 크게 꺾였습니다. 지난해 3월 104조원에서 올해 3월 86조원으로 1년새 약 18조원(17%) 감소입니다. 업계 1위인 KB국민은행(544조원)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이며, 지방은행인 부산은행(78조원)에 조금 앞섭니다. 2018년까지 200개가 넘었던 지점 수도 최근 148개까지 줄었습니다. KB국민은행(700개)의 5분의 1 수준입니다. 영업력이 그만큼 약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업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덩치 큰 은행들에 밀리지 않으려면 수익성 높은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초 홍콩 ELS 사태가 불거졌을 때 SC제일은행의 판매잔액이 1조2000억원에 달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요. 이는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의 절반 규모였습니다. 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자산 대비 얼마나 공격적으로 ELS 판매에 몰두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번 티메프 사태에서 유독 SC제일은행의 선정산대출 규모가 컸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격적인 영업 결과가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아시다시피 홍콩 ELS는 은행들에 큰 손실을 안겼습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홍콩 ELS 배상(1329억원) 영향으로 전년동기대비 당기순익이 67.8%(857억원)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티메프 사태의 여파도 3분기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제는 어엿한 금융그룹으로 자리를 잡은 핀테크 유니콘 ‘토스’는 사업 초기 SC제일은행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토스의 대표 서비스인 ‘간편송금’은 SC제일은행이 초기 펌뱅킹(firm banking)망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활성화되기 어려운 서비스였습니다. 펌뱅킹은 금융기관이 기업의 서버에 전용 회선을 연결해 기업이 더 편리하게 자금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입니다. 은행을 방문하거나 인터넷뱅킹을 접속할 필요가 없고 거래 건수 제한도 없어 매우 편리합니다. 실적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엄두를 낼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었지만 SC제일은행은 기꺼이 망을 열어줬습니다.

토스는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빚만 있는 스타트업에 펌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굳이 지지 않아도 될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다”고 당시를 기업합니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을 제외하면 그 어떤 은행도 토스에 펌뱅킹망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이승건 대표가 대통령 앞에서 열변을 토한 뒤에야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망을 열어줘 가까스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은행들을 뚫는 데에는 예상(1년)과 달리 무려 3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 SC제일은행은 토스의 무엇을 보고 펌뱅킹을 열어 준 것일까요.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물론 그런 면도 없지 않겠지만 좀 더 냉철하게 바라보면 ‘펌뱅킹 이용 수수료’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토스는 송금 건당 약 500원의 수수료를 은행에 지불했습니다. 이용자가 늘면 늘수록 은행은 가만히 앉아서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챙길 수 있습니다.

사실 한정된 자원으로 5대 은행과 차별점 없이 영업에 임할 경우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SC제일은행이 펌뱅킹 수수료에, 홍콩 ELS에, 선정산대출에 공격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지난달 5대 은행을 포함한 많은 은행들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며 주주환원 강화를 선언했습니다. 안타깝게도 SC제일은행은 공격적인 영업의 부메랑을 맞아 사상 최대 실적 행진에 동승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SC제일은행은 지난 5일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했습니다. 선정산대출 이용 고객들에게 대출기간 연장 및 이자 전액 지원 방침을 밝힌 것인데요. 만기 추가 연장 등 추가 지원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합니다. 부디 이 과정에서 SC제일은행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선진 금융기법이 빛을 발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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