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와 기아 EV6 전기차 화재가 파우치형 배터리로 인해 발생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 전기차에는 파우치형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다른 형태의 배터리보다 취약점이 부각된 것이다. 하지만 파우치 배터리를 주요 사용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기업은 "폼팩터(형태)가 화재의 이유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파우치 배터리의 경우 전이 속도가 다른 형태보다 오히려 낮다"는 점과 "기아 EV6의 화재의 경우 차량 외부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는 점들이 반박의 이유로 제기됐다. ■ 소방청 “벤츠 내 흰 연기, 배터리 원인 무게”…‘파우치형 배터리’ 취약성 논란 12일 소방청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달 1일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전기차의 화재가 배터리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경식 인천소방본부 대변인실 담당은 “일반적으로 가연물이 불타면 탄화물이 나오기 때문에 연기가 검은색인데, 이번 인천 벤츠 화재 사건은 CCTV 영상에서 해당 차량에서 흰색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며 “차량에서 흰색 연기가 발생한 경우 전기차 배터리 화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감식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확정할 수 없다면서도 전기차 배터리 화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으로 주목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배터리가 문제가 됐는지 제조사와 종류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해당 전기차는 파우치형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벤츠 코리아는 “이번 인천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어떤 배터리가 사용됐는지 등을 공개할 수 없다”면서 “벤츠 본사에서 현장에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당국의 조사를 지원해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후속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다만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 세단 EQE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분 3%를 인수한 중국 배터리 기업 ‘파라시스 에너지(파라시스)’의 NCM(니켈·코발트·망간) 파우치형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파우치형 배터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지난 6일에도 충남 금산의 주차타워에서 기아 EV6 전기차가 충전 중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 차에도 SK온 파우치형 배터리가 탑재되면서 파우치형 배터리에 대한 논란이 가중됐다. 지난 6일 인천 충남 금산의 한 주차타워에서 기아 EV6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인천 지역 소방서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 LG엔솔·SK온, 파우치 배터리 위주…“화재 전이 속도 오히려 낮아” 하지만 국내 배터리 3사 중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곳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파우치형 배터리'의 문제로 이번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과 원통형을, SK온은 파우치형을 생산하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아직 배터리 때문에 화재가 난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며 “당시 화재도 차량 외부에서 불이나고 있었다. 화재도 1시간 만에 진압할 수 있었는데, 만약 배터리로 인한 화재였다면 쉽게 진화되지 않고 전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배터리 폼팩터(형태)가 화재의 이유가 됐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과 원통형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파우치형이나 각형, 원통형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파우치형의 경우는 화재 전이 속도가 오히려 느리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을 만들 때 열 전이를 방지하는 기술이나 분리막 기술에 대한 차이로 인해 화재 방어 능력이 달라진다”며 “파우치형이라고 해서 화재에 무조건 취약하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폼팩터의 한계로 이번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배터리 화재 차단을 위한 기술도 대거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생산 단계에서 엑스레이 등을 통한 불량 검사 체계를 구축하고, 모듈 및 팩에 쿨링 시스템을 통한 열 전이 방지 솔루션을 적용했다”며 “배터리 제조 이후에는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등을 활용한 실시간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를 통해 이상 징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 형태로 쌓는 ‘Z폴딩’ 기법으로 양극과 음극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며 “이렇게 하면 일반 공정 대비 분리막 사용량이 많지만, 화재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화재, '파우치 배터리' 때문?…"오히려 전이 가능성 낮아"

소방청 "벤츠 화재, 배터리 원인에 무게"…'파우치형 배터리' 취약성 논란
LG엔솔·SK온, 파우치형 위주…"폼팩터 영향 아닐 듯" "열 전이 속도 느려"

손기호 기자 승인 2024.08.12 15:12 | 최종 수정 2024.08.13 09:18 의견 0
지난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와 기아 EV6 전기차 화재가 파우치형 배터리로 인해 발생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 전기차에는 파우치형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다른 형태의 배터리보다 취약점이 부각된 것이다.

하지만 파우치 배터리를 주요 사용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기업은 "폼팩터(형태)가 화재의 이유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파우치 배터리의 경우 전이 속도가 다른 형태보다 오히려 낮다"는 점과 "기아 EV6의 화재의 경우 차량 외부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는 점들이 반박의 이유로 제기됐다.

■ 소방청 “벤츠 내 흰 연기, 배터리 원인 무게”…‘파우치형 배터리’ 취약성 논란

12일 소방청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달 1일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전기차의 화재가 배터리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경식 인천소방본부 대변인실 담당은 “일반적으로 가연물이 불타면 탄화물이 나오기 때문에 연기가 검은색인데, 이번 인천 벤츠 화재 사건은 CCTV 영상에서 해당 차량에서 흰색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며 “차량에서 흰색 연기가 발생한 경우 전기차 배터리 화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감식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확정할 수 없다면서도 전기차 배터리 화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으로 주목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배터리가 문제가 됐는지 제조사와 종류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해당 전기차는 파우치형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벤츠 코리아는 “이번 인천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어떤 배터리가 사용됐는지 등을 공개할 수 없다”면서 “벤츠 본사에서 현장에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당국의 조사를 지원해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후속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다만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 세단 EQE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분 3%를 인수한 중국 배터리 기업 ‘파라시스 에너지(파라시스)’의 NCM(니켈·코발트·망간) 파우치형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파우치형 배터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지난 6일에도 충남 금산의 주차타워에서 기아 EV6 전기차가 충전 중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 차에도 SK온 파우치형 배터리가 탑재되면서 파우치형 배터리에 대한 논란이 가중됐다.

지난 6일 인천 충남 금산의 한 주차타워에서 기아 EV6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인천 지역 소방서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 LG엔솔·SK온, 파우치 배터리 위주…“화재 전이 속도 오히려 낮아”

하지만 국내 배터리 3사 중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곳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파우치형 배터리'의 문제로 이번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과 원통형을, SK온은 파우치형을 생산하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아직 배터리 때문에 화재가 난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며 “당시 화재도 차량 외부에서 불이나고 있었다. 화재도 1시간 만에 진압할 수 있었는데, 만약 배터리로 인한 화재였다면 쉽게 진화되지 않고 전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배터리 폼팩터(형태)가 화재의 이유가 됐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과 원통형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파우치형이나 각형, 원통형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파우치형의 경우는 화재 전이 속도가 오히려 느리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을 만들 때 열 전이를 방지하는 기술이나 분리막 기술에 대한 차이로 인해 화재 방어 능력이 달라진다”며 “파우치형이라고 해서 화재에 무조건 취약하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폼팩터의 한계로 이번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배터리 화재 차단을 위한 기술도 대거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생산 단계에서 엑스레이 등을 통한 불량 검사 체계를 구축하고, 모듈 및 팩에 쿨링 시스템을 통한 열 전이 방지 솔루션을 적용했다”며 “배터리 제조 이후에는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등을 활용한 실시간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를 통해 이상 징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 형태로 쌓는 ‘Z폴딩’ 기법으로 양극과 음극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며 “이렇게 하면 일반 공정 대비 분리막 사용량이 많지만, 화재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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